울산 전역의 건설기계가 멈췄다.
12일 지부 방송차량 앞은 새 조끼를 입고, 새 머리띠를 둘러매는 비조합원들로 붐볐다.
지난 2월부터 8시간 정착 투쟁을 벌여온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가 1000여명의 대오가 모인 가운데 우정혁신도시 사업단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민주노총 전국순회선전단, 민주노총 울산본부, 금속노조, 울산 제일고 위탁식당운영에 반대하는 노동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산별노조, 제 사회단체가 모여 이룬 총천연색의 총파업 현장은 2010년 투쟁의 화두를 연 울산지부의 결의에 높은 관심을 볼 수 있었다.
울산지부 하루 경고 총파업 이후 울산 지역에도 하루 8시간 노동의 봄바람이 일었다. 하지만 국책 현장의 벽은 높았다. 관급 현장에서 법대신 관행을 말하고 있다.

“동지여 사랑한다! 끝까지 투쟁하자”
김낙욱 지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총파업투쟁으로 8시간 쟁취해서 꼭두새벽에 출근하는 고질적 관행을 바꾸자”며 “건설노동자들의 힘으로 현장의 질서를 세우자”고 밝혔다.
이어 울산 지자체 선거 후보로 나선 민주노동당 김창현, 진보신당 김옥현 동지도 “건설자본만 살찌우는 혁신도시 현장을 규탄”하고 “노동자들의 무기, 단결의 함께할 것”에 입을 모았다.


“8시간 노동이 세계화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선진화, 국격을 논하려 한다면, 한나라당이 세계화를 말하려 한다면 지금 당장 건설노동자들이 8시간 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가오는 28일 민주노총의 명운을 걸고 노동기본권 사수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4년 수도권 지역에서 덤프 노동자들이 노조로 단결하고, 처음으로 만들어진 지방 조직이 울산”이라고 소개한 건설노조 김금철 위원장은 “법이 있으되, 결코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는다. 8시간 투쟁 선봉에 선 울산 동지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부울경지역본부 김근주 본부장은 “얼마전 한 건설노동자가 3개월 밀린 임금을 천원짜리 푸대자루로 받았다. 이틀 밤낮을 뼈빠지게 일한 노동자는 주검이 돼 돌아왔다. 이것이 건설현장”이라며 “지금 건설노동자들이 현장을 바꾸겠다고 단결하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투쟁하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의 단결력을 부울경에서 수도권까지 모아내자”고 밝혔다.

“건설노동자 여러분의 눈에 꽃이 보이나요, 설레는 봄이 느껴지시나요”
“저는요, 남편을 사랑합니다. 덤프를 사랑합니다. 울산 건설기계 동지들을 사랑합니다. 단결하십시오. 단결만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울산 덤프 노동자의 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동지는 “누구에게나 설렘으로 다가오는 봄을 건설노동자 여러분은 느낄 수 있는지” 물었다. 이어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열심히 일하는 남편과 얼굴 마주보며 밥먹어본 기억이 언제인지 가슴 아련하게 묻어둔지 오래”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버지 언제와요”라고 안부를 묻는다는 말에 벌써 건설 대오들의 눈가엔 촉촉한 물기가 고였다.
가슴 깊은 곳에서 배어 나오는 사랑과 응원에 이어 건설회사들의 뻔뻔한 질의응답이 방송차량 나팔을 통해 흘러나왔다.
건설노조가 건설기계임대차계약서를 쓰라고 하니 쓰긴 쓰는데, 어쩔 수 없이 썼다는 내용이다.
“내용은 딴거 없어요” “13년 하면서 이런 거 처음 봐요” “계약 기간 명시 안 돼 있고, 일 없으면 그만두고 나가라고...”
여전히 건설노동자들을 노동자로 보지 않고, 기계처럼 부려먹는 현장 관행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노동자 하나+하나=하나
건설노조 박대규 부위원장(건설기계분과위원장)은 “국책 현장에서 악착같이 10시간 하겠다고 뻔뻔하게 얘기한다”며 “법 안지키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한다. 경찰은 법 어기는데 처벌은커녕 지켜주고 있다. 이게 무슨 법과 원칙인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 입만 열면, 법과 원칙 운운하는데 건설기계임대차계약서 안 쓰는 건설회사 법대로 다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업 대오는 본대회 이후 울산 일대를 행진하고 출정식을 마쳤다.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현장을 바꾸는지 알고 있다.
2010년 첫 투쟁의 포문을 울산건설기계지부가 열었다.
이제 4·28이다.
4월 28일 서울에서 총단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