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중근 열사를 죽였는가?
아무리 사법부가 공권력을 비호하고, 법의 정의를 헌신짝처럼 내버린다 해도,
인간의 존엄에 대한 권리를 우리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건설산업연맹은 유족과 가맹 조직의 뜻을 모아 대법원에 상고하고자 한다. -

2006년 7월 12일 당시 포항지역건설노조는 노조 탄압을 자행하던 거대자본 포스코에 항의하기 위해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였다. 그로부터 4일 뒤 7월 16일 물과 음식을 넣기 위해 가족들이 형산강 로타리에 모여 들었다. 갑자기 경찰이 소화기를 뿜어대며 집회장을 난입하였고, 흩어져 도망가는 시위대에게 방패와 곤봉 그리고 소화기 등을 닥치는데로 휘갈겼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소화기 연막이 가시자 그곳에 머리에 피를 흘린 상태로 의식을 잃은 채 하중근 조합원이 발견되었다. 병원에 옮기고 제발 죽지만은 않기를 바랐지만, 보름만인 8월 1일 끝내 숨을 거두었다.
이것이 전부다. 만 3년이 지났다. 누가 하중근 열사를 죽였는가?

지난 2009년 7월 9일 하중근 열사 유족이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해 사망한 것이기에 국가가 이를 배상할 것을 이유로 한 재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유족 측의 주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방적으로 제출된 것이어서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하였다. 2008년 8월 14일 1심 기각에 이어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이다.
아무도 죽인 자가 없다 한다.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인 자는 없다 한다.

2006년 11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바, 경찰의 과잉 진압과 집회․시위 강제해산 과정에서 열사가 사망하였다는 사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당시 경찰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스스로 인정한 바, 방패를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사용하였고, 소화기를 분사하여 연막상태에서 진압봉, 방패, 소화기 등을 휘둘러 여러 시위자의 얼굴․머리 등 신체중요부위에 부상을 당했다는 점, 경찰이 강제해산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그냥 무시하여도 되는 것이란 말인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도록 해 놓고, 사람을 죽였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원고(유족)가 사실 관계를 입증할 책임이 있단다. 공권력은 국민을 보이지 않게, 흔적이 남지 않게, 쥐도 새도 모르게 때려 죽여도, 증거만 없으면 된다는 것인가?
어떻게 하중근 열사의 죽음을 그냥 의문사로 덮어버리려 하는가?

불행하게도 우리의 역사 속에 공권력에 의한 여러 의문사를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새날이 오면 이 모든 것의 허울과 거짓을 반드시 벗겨버릴 것이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반드시 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하중근 열사도, 용산에서 돌아가신 열사들도 여러 의문사를 당한 모든 열사들도 그 영혼만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고자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산업연맹)은 하중근 열사 유족과 가맹 조직의 뜻을 모아 대법원에 상고하고자 한다. 아무리 사법부가 공권력을 비호하고, 법의 정의를 헌신짝처럼 내버린다 해도, 인간의 존엄에 대한 권리를 우리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천명한다.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다.


2009. 7. 31.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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