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민사회단체 ‘언론노조 총파업’ 전폭 지지,
야4당 ‘언론악법 직권상정 시도’ 중단 촉구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이 7월21일 오전 6시부터 언론악법 폐기 총파업에 돌입했다. 언론노조 산하 본부ㆍ지부ㆍ분회는 이날 오전 사업장별로 출정식을 갖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총파업 집회에 결합하게 된다. 이번 파업은 지난해 말과 올해 2월에 진행됐던 1, 2차 파업보다 수위를 높여 ‘100시간 끝장 총파업’으로 6월 국회 회기가 끝나는 7월25일까지 진행되며, 언론노조 집행부들은 이미 ‘사즉생(死卽生)’의 결의를 마친 상태다.

한나라당은 언론악법의 독소조항 중 하나인 재벌과 조중동 등 수구 족벌신문사가 방송뉴스 사업(지상파,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까지 진출할 수 있게 한 내용은 전혀 고치지 않고, 형식적인 여야 논의의 모양만 갖춘 뒤, 유신정권 때 만들어진 ‘직권상정’으로 날치기 처리할 궁리만 하고 있다.

만약 언론악법이 통과될 경우 △여론다양성 훼손 △사영화된 방송체제로 변질 △대자본에 의한 지역방송, 지역신문의 고사 △신문시장의 불법 탈법에 면죄부 △정부와 조중동의 언론지원기구 장악 △사이버 모욕죄 도입으로 인터넷 공간 위축 등 가시적인 폐해들은 물론 여론시장 자체가 재벌과 조중동,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시각으로 재편돼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막히게 되는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지게 된다.





◇100시간 끝장 투쟁=언론노조는 단순히 지상파, 보도전문, 종편 등의 지분 비율 조정으로 언론장악법의 본질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언론장악 시도를 포기하고 언론악법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앞서 20일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노조의 모든 조합원들은 목숨과도 같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결사 항전의 각오로 투쟁 하겠다”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언론악법을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오는 25일까지 매일 총파업 집회와 촛불문화제, 심야 촛불문화제를 비롯해 대국민 선전전, 삼보일배 투쟁 등을 함께 진행한다.

민주노총 역시 22일 총파업 투쟁을 선포한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미 거리에서 공장에서, 직장에서 반MB 전선이 확산되고 있다”며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힘차게 진군하자”고 언론노조 총파업을 지지했다.

아울러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 4당 역시 원내에서 언론악법 저지 투쟁을 전개하며,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0일부터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언론노조는 17~18일 여의도에서 언론악법 직권상정 반대 삼보일배 투쟁을 전개했고, 19일에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새언론포럼, 언론광장 등 전직 언론인들과 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 인터넷기자협회, 시사만화협회, 독립PD협회 등과 함께 언론악법 저지 결의대회를 연 뒤 2차 민중대회에 참석해 언론악법 저지 투쟁을 이어갔다.

최상재 위원장은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언론악법을 의원 수가 많다고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것은 의회 쿠데타”며 “언론노조 총파업은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며, 이후 모든 투쟁의 최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부메랑 된 언론악법=한나라당의 무리한 언론악법 처리시도가 오히려 당내 파열음을 내고 있다. 법안조차 조율되지 않은 채 무조건 직권상정만 외친 것에 대해 박근혜 의원이 ‘매체별 합산 시장점유율’로 보도뉴스의 진입 규제를 제시해 당을 흔들어 놓았다. 또 직권상정에 부담을 느낀 김형오 의장 역시 언론법이 민생을 위한 법이 아니라 조중동의 방송 참여 유무가 핵심이라고 밝히는 등 사실상 이명박 정권이 1년 반 동안 온갖 거짓말로 관철시키려했던 언론악법의 실체가 드러난 꼴이다. 특히 2만1천개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대국민 홍보를 해왔던 것이 환율 조작과 한국 방송규모의 의도적 축소로 만들어진 신기루란 것이 알려져 국민의 대정부 불신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여당에게 언론악법이 단기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정치가 자본에 종속된다”며 “각 야당은 언론악법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국회의원직 총사퇴를 전제로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파업=언론자유와 여론다양성이 훼손되는 것은 곧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에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민주주의를 사수하는 성전으로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싸우는 투쟁이다. 이미 국민의 70~80% 언론악법을 직권상정하지 말 것을 원하고 있으며 60% 이상은 언론악법 폐기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재정권에 맞서 자유언론의 깃발을 곧추 세웠던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은 “수십 년 동안 피와 눈물로 언론자유를 지켜왔다”며 “다시는 정권과 자본의 개나 나팔수가 되서는 안 된다”며 언론악법 저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임을 강조했다.



◇ 최상재 위원장이 조합원에게 전하는 글

언론노조 조합원 동지 여러분,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저는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분연히 일어나 언론독립과 자유의 깃발을 높이 치켜 들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감히, 이것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선언합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고단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언론을 찢어발겨 재벌과 조중동에게 던져줄 고깃덩이로 만들려는 정권에 맞서 싸웠습니다. 물밀듯 밀려오는 이명박의 졸개들을 맞아 베고 찌르고 후려치고 뒤엉켜 구르면서도 일보후퇴 없이, 일점타협 없이 당당하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 뜨거운 7월 불볕하늘 아래, 우리는 세 번째 싸움에 나서야 합니다. 지난 3월 2일의 두 번째 승리가 불완전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의 압박에 못이긴 심약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이라는 독수로 소수야당을 위협해, 마땅히 폐기되어야할 언론악법을 다시 살아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다시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하이에나보다 더 집요한 민주주의의 적들은 또다시 유령처럼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언론악법의 숨통을 끊는다는 각오로 일어나 주십시오.

지난 두 차례의 전투에서 우리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12명의 언론인들이 수갑을 찼고, 20여명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6명의 YTN 해직기자들을 비롯해 50여명의 조합원들이 크고 작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몸으로 혹독한 겨울바람에 이어 뜨거운 불볕더위에 서야 하는 발걸음이 어찌 가벼울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언론이라는 마지막 고지가 무너지면, 민주와 민생의 들판이 저들의 발길에 짓밟히고 만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이 참담한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굽은 것은 바로 펴고 썩은 것은 도려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이 어떻게 이 싸움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자본의 개가 되어,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등을 치는 도구로 전락해,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치욕스러운 삶을 택하기보다 차라리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외치며 싸우다 쓰러지는 것이 언론노동자의 올바른 삶이라고 믿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정권과 자본과 조중동의 삼각동맹에 맞서 우리가 지금 이 순간까지 언론악법을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는 것이 어찌 우리들 힘만으로 가능했겠습니까? 촛불 한 자루로 군홧발에 맞서다 광화문 거리에 떨어트린 시민들의 핏자국, 6개월째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 용산 철거민들의 참혹한 주검, 고향뒷산 벼랑에서 던져진 전 대통령의 으깨진 시신, 옥쇄파업 중인 쌍용자동차 일천 조합원들의 결사적인 저항, 870만 비정규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저들의 발길을 가로막고 있기에 우리가 아직도 버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우리 언론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 찢기고 상처 받은 모든 영혼들을 가슴에 안고 마지막 싸움에 나서는 것입니다. 언론악법을 끝장내고 민주주의를 사수하는 마지막 싸움에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선언합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21일 여의도에서 만납시다.


언론노조/노동과세계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