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에서 퍼온글>

- 조업율 자율조정 "자율을 위장한 강제"로 밝혀져
- 건설일용직 수십만 한시적 실업 위험에 처해

월드컵 기간 중 16일 동안 건설 공사를 자율적으로 중단해 달라
는 관계당국의 '비산먼지발생 사업장 조업율 조정'문건과 관련
한 본지 보도(23일 1면)가 있은 후 시종일관 자율을 강조하던 당
국자들이 강제성이 있었음을 간접 시인해 월드컵 기간 중 수십만
명에 달하는 건설일용직 근로자들의 생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 동안 '공사장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고 주장해온 관계 당
국의 주장과는 달리 본지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국가가
발주한 공사장의 경우 감사원까지 동원해 가며 압력을 행사했으
며, 민간사업의 경우 자치구들이 실태점검을 내세워 동의서를 받
고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
계자는 "동의서를 요구하지 않으면 누가 자율적으로 참여하겠느
냐"며 "국가적 대사인 만큼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강
제의사가 있었음을 간접 시인했다.

이 문건이 자치구를 통해 각 공사현장으로 하달되자 공사책임자
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한 공사관계자는 "올
초부터 감사원에서 나와 월드컵 기간 중 공사를 중지할 방도를
모색하라는 요구를 들었다"면서 "안 그래도 공기가 촉박한데, 공
사 실정을 뻔히 아는 사람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해와 황당하기 짝
이 없다"고 말문을 연 뒤 "공사중지로 인한 공기 연장에 대해서
는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부실공사를 해도 좋다
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경기가 있는 날은 3일 뿐
인데, 인천이나 수원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까지 우리가 공사를
중지해야하느냐"고 되물으며 "부산이나 광주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은 왜 쉬라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비꼬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질 관리는 권역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서
울, 수원, 인천이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우리가 이렇
게 하라고 공문을 보낸 일은 없다"며 슬며시 빠졌다.


- 당국 문제 일부 시인, 대책마련에 나서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주변 공사장은 상황
이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5월25일부터 6월25일까지 한 달간 공
사를 중지하도록 되어있으며, 공기 연장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이 공사중지를 요청한 발주처인 서울시 산하 도시개발공사의 주
장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사관계자는 "당국의 어설픈 환경월드컵준비
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건설공사장의 일용직 근로자가 될 것이
다"면서 "아직 이들에게까지 상황이 전달되지 않아 모르고 있
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야할지도 고민이다"며 고충을 털어놓았
다. 일용직 근로자들의 경우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그 어려
움이 더하다는 지적이다.

당국의 의지대로 자율적(?) 참여를 통한 공사 중지가 실시될 경
우 서울시의 경우에만 15만명이 넘는 공사장 일용직 근로자들이
20여일 간 일자리를 잃게되며, 7개 도시를 합할 경우 그 숫자는
수십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것이 건설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
다. 대기관련 전문가들은 "건설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가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16%정도에 불과하다"며 "사전 홍보와 중
소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관리 감독만 철저히 해도 소기의 목적
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당국의 처사에 대해 환경운동권 관계자들도 곱지 않은 시선
이다. "대기질 개선이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냐"고 되물은 뒤 "손
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장기적 대책이라면 환영할 일이지
만 효과를 기대하기도 불분명한 단기처방에 많은 국민이 어려움
을 겪는다면 재고해야될 문제다"고 지적했다.

'성공적 월드컵을 이끌기 위한 한시적 대기질 개선대책의 일환으
로는 그 희생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
시 관계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줄 알고 있으며, 일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방안을 마련하겠
다"고 말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김영 기자 admin@h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