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매일노동뉴스] 노사관계 -노-자도 모르는 사법부

고공농성 중 김호중 경기서부건설노조 위원장
12일째 농성, 건설노조 탄압 중단 및 ILO권고 이행 촉구

무더운 여름을 뒤로 하고 어느새 가을의 길목, 서울 올림픽대교 75미터 주탑 위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은 더없이 평화롭다. 김호중 경기서부건설노조 위원장<사진> 등 3명의 건설노동자가 ‘건설노조 탄압 중단, ILO권고 이행’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11일로 벌써 12일째다. 지난달 31일 오전 이들은 침낭과 물, 초코파이 등 기본적인 물품만 챙겨 이곳에 올랐다.

김호중 위원장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노사관계의 ‘노’자도 모르는 사법부가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을 가지고 금품갈취니 공갈협박을 운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비참하다”고 표현했다.

마음 같아선 검찰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검찰의 표적수사에 대해 항의하고 싶지만, 아직 건설노동자들의 조직력이 미약해서 고공농성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김호중 위원장의 ‘억울함’은 이랬다.

경기도건설노조를 비롯해 건설산업연맹 소속 지역건설노조들은 조합원들이 소속돼 있는 건설현장을 찾아가 산업안전문제 및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로 원청과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원청에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원청에 있기 때문이다. 노사관계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노’와 ‘사’는 밀고당기며 서로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건설노조 간부들 역시 이 과정에서 원청에 산업안전 등을 이유로 '협박'도 하면서 그동안 수백여곳의 건설현장에서 단체협약을 체결,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을 위해 노력했다.

“건설노조 간부들에게 ‘죄’가 있다면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건설현장에서 열심히 투쟁한 사실 밖에 없다”고 말하는 김호중 위원장은 “검찰의 수사는 최근 대구건설노조, 울산건설플랜트노조 등 지역건설노동자들이 조직되고 투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획된 수사”라고 단언했다.

건설노동자들의 조직화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조와 건설현장을 분리시키려는 것이 검찰 수사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지역건설노조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200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도 검찰은 원청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지역건설노조에 전임비 갈취 및 공갈죄를 적용해 수십여명의 지역건설노조 간부들을 구속했다. 잠시 주춤했던 지역건설노조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최근 경기도건설노조 간부 3명 구속과 11명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로 또다시 불거졌다. 이미 ILO에서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구속자를 석방하라는 권고가 나왔음에도 말이다.

(9월 11일 현재) 농성 12일째, 김호중 위원장은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이 중단되고 ILO권고안이 이행되기까지 한 발짝도 내려갈 수 없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마영선 기자 leftsu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