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자. 산재참사 노동자의 죽음을”

주인 잃은 안전화 700여개.
이름 없이 죽어간 건설노동자 한해에만 700여명.
우리가 아니면 그들의 넋을 그 누가 위로해줄까.
"잊지말자. 산재참사."
검은 리본과 국화가 주인 잃은 안전화에 켜켜이 쌓여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4월 26일 <건설노동자 노동재해 추모 결의대회>가 서울역에서 오후 2시부터 개최됐다.
이번 결의대회는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과 안전신문사가 공동 주최했으며,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가 주관했다.
"무너지면 다시 짓는 건설노동자,
슬픔 딛고 다시 일어서자!"
연맹 산하 건설노조, 플랜트건설노조, 건설기업노조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발 안 일어 났으면 좋겠는데, 또 일어난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가자.”
건설산업연맹 이용대 위원장은 여는말을 통해 "여기 쌓여있는 안전화의 숫자만큼 썩고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들에게 5만 조직의 사력을 다해 더 이상 산재로 죽는 세상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 건설노동자는 산재 적용도 못 받고 은폐속에 살아가고 있다. 주인잃은 안전화가 늘어나지 않도록 조직된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가자."고 밝혔다.
현장 증언이 이어졌다. 부산 북항대교건과 당진 화력발전소 현장이었다. 두 현장 모두 건설노동자 조합원들이 목숨을 잃은 현장이었다.
"제발 안 일어 났으면 좋겠는데, 또 일어난다."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이상우 조직국장은 부산 북항대교 사고 현장에 대해, 무리한 신공법, 속도전, 책임 떠넘기기, 잘못된 언론 보도 등을 지적했다. “해당 현장 하도급사는 신공법이라 일컫는 PCB공법을 한번도 사용한적 없는데, 가장 낮은 단가로 입찰을 보며 일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기단축 속도전에 전문 타설 아닌 목수와 철근이 이틀반을 야간을 하면서 사단이 났다. 발주처 부산시는 나몰라라 했고, SK는 하도급사에 책임을 떠넘겼으며, 하도급사는 노동자들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둘러댔다. 언론사들은 '자연재해'로 사고원인을 몰아갔다. 어이없는 상황이다. 건설노동자가 산재로 고통받는 만큼 어이없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에서 4월 13일 플랜트 현장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추락사였다. 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 노안국장은 산재 은폐를 지적했다. "노동자가 어떻게 죽어갔는지 확인하려는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사측은 경찰을 불러 막았다. 작업이 개시되고 사고현장이 은폐된 후에야 현장조사가 가능하다는 통보가 왔다."고 말하고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아프고 다친 우리 동지들 치료 보장하고 있지 않다. 모든 잘못된 것들을 이제부터라도 현장에서 싸우고 투쟁하는 것이 다시는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는 우리 노동자들 삶을 만들자."고 말했다.
민중가수 이수진, 민족춤패 출이 추모 공연을 펼치고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이상원 위원장이 추모시를 낭독했다. 억센 팔뚝의 노동자들이 굵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떨구었다. 전체 대오는 안전화 무덤 앞에 헌화를 하며 대회를 마쳤다. 이어 민주노총 추모대회가 열렸다.


여수참사 추모 글


하늘 사닥다리

민주노총 전남본부 민점기 본부장

아우야, 지옥 불길을 뚫고 네가 오다니
벌써 출동했다던 소방차는 어데가고
아수라장 속으로 기중기를 몰고 네가 올라 왔구나
근디 아우야, 이 형님 얼굴 다 타부렸냐?


아우야 지붕위에 함께 있던 동지들은 어디 갔냐
중만아! 종태야! 재득아!
목 놓아 불러도 대답 없더만
저 무지막지한 폭발이 지붕뚜껑 함께 날려버렸냐


승필아! 계호야! 경현아!
목 놓아 불러도 대답없더만
악마구니 불기둥이 비계발판 함께 태워부렸냐
대답좀 해봐라 아우야
참말로 모두 데려가 부렸냐


누가 “사람 목숨이 젤 소중하다”고 했던가!
아니, 아니,
세상에 젤 허무한 것이 사람 목숨이 아니더냐?
“꽝”
순식간에 6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아스라한 하늘 위로 사닥다리를 놓으며
우리 형님들 올라 다닐 목숨길이라며 튼튼하게 야무지게 놓자던 내 아우들이 참말로 하늘사람이 되고 말았단 말이냐
지붕과 지붕을 잇는 발판을 놓으면서
우리 아우들 안전하게 일해야 할 작업발판 이라며 꼼꼼하게 엮어 깔자던 내 친구들이 참말로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벼렸단 말이냐


도대체 무엇이, 누가, 왜?
금쪽같은 우리 형제들을 사지로 내 몰았단 말이냐
공사기간단축, 다단계하도급, 최저가낙찰제....
돈 벌거지 자본가들의 눈 먼 탐욕이
반복되는 실업으로 생활고에 짓눌린 건설노동자들을
칠흑같이 어둔 밤 위험천만한 작업장으로 올려 보냈구나


원통하다, 분하고 억울하다. 그리고 미안하다
하지만 넋 놓고 주저앉을 수만은 없지 않는가
“작업자 부주의-안전불감증” 운운하는 자본의 악다구니를
우리 힘으로 막아 버릴 걸세
이제 더 이상 건설현장의 안전을 정권과 자본에 맡기지 않을 걸세


하늘 아래 노동자가 주인이요 가장 존귀한 존대임을
만천하에 확실하게 보여줄라네


사랑하는 하늘 친구들아 아우님들아
부디 편히 쉬시게나, 부디 편안히, 편안히 잠드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