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의, 건설노동자를 위한, 건설노동자에 의한 법을 마련키 위해,
건설노동자들이 국회에 떴다.
건설산업연맹 백석근 위원장, 건설노조 이용대 위원장 직무대행, 플랜트건설노조 마성희 부위원장을 비롯한 전국의 건설노동자들이 토론장을 메웠다.
법을 만드는 자리에는 건설노동자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교수, 언론(매일노동뉴스), 국토해양부,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함께했다.
건설기능인양성 및 지원방안 토론회가 9월 12일 오후3시부터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이미경, 오병윤, 은수미, 심상정 등 4개 의원실에서 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가 주관했다.

우선 토론회를 주관한 국회의원들이 인사말을 했다.
민주통합당 이미경 의원과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은 "이번 토론회가 건설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초석이 되길 바란다"며 분위기를 고무했다.

매일노동뉴스 박성국 대표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토론의 장은 건설산업연맹 오희택 교육선전실장이 열었다.
오희택 실장은 "토목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120만 건설노동자들의 월근무 일수에 대한 정부통계나 건설협회,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근로자공제회 등의 실태조사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평균 20일 정도이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퇴직공제부금 가입율도 그에 비례해야 하지만 퇴직공제부금을 놓고 보면 월 평균 20일 이상 납부자는 3만7천명에 그친다. 3% 미만이다. 횡령이든 고의적 미납이든 제도와 현실의 차이는 개선돼야 함이 분명한데 주무부서의 관리감독마저 요원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년 사이 실질임금(임대료)는 뒷걸음치고 있다. 10년 동안 착공면적은 줄었어도 건설사들의 수주금액은 배이상 올랐는데, 당장 장비 한대로 먹고사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일거리가 없어 가동율이 30%로 떨어졌다."며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를 지적하고 "건설기계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요구하면 정부측은 '노동자냐 아니냐' 타령만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근본적으로 무언가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카드제를 통한 경력관리 시스템 도입, 미국의 프리베일링웨이지 같은 적정임금 제도 실현 등을 통해 신규인력 창출, 삶의 질 향상 등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두번째 토론자로 나선 계명대학교 임운택 교수는 '건설기능인력 경력관리 및 수입안정화 방안'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임운택 교수는 각종 통계 자료를 통해 건설현장 실태를 살핀 후 "불안정한 고용구조 속에 자주 현장을 옮겨다니는 건설노동자들은 자격·경력관리 시스템이 없어 지속적인 경력개발을 저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또한 건설기능인력을 육성하기 위해서 적정임금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의 프리베일링 웨이지, 호주의 어워드 시스템, 독일의 단체협약임금제도 등을 사례로 소개하고 한국에서는 우선 표준품셈을 현실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건설기능인공제회의 전담 부처를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것이 타당하며 건설현장 카드제를 도입해 4대보험 지급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경력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제 이후 토론이 이뤄졌다.
토론자는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회 권혁병 분과위원장 직무대행, 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연구원, 한국노총 육길수 사무처장, 노동과 삶 최성호 변호사, 국토해양부 한동민 건설인력기재과장, 고용노동부 권기섭 인력수급정책과장 등 6명이었다.

건설노조 권혁병 분과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는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지만 최하위의 소외된 어쩔수 없는 노동자이며, 건설산업의 중층적 하도급 체계에서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직접고용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투명한 고용관계 속에 되레 체불 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장시간 노동을 스스로 강제하는 상황”이라며 실태를 설명하고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표준품셈제도 개선을 통한 적정임대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을 살려보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고 운을 뗀 심규범 박사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라면 체불, 실업대책 이렇게 나올 수 없다. 건설현장이 날이 갈수록 고령화되고 개선도 되지 않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너나없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기능인 육성 및 지원을 위한 법안에 대해서는 “건설노동자의 직업전망이 부재한 가운데 임금 및 고용을 개선하려는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심 박사는 “건설현장 고령화 등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제살깍기’ 경쟁에 의한 적정공사비 및 노무비 미확보”로 보고 최저가낙찰제 등을 비판하는 한편 “기능훈련 등을 위해 근로경력 관리, 현장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육길수 사무처장은 “구호로만 외치던 적정임금이 법안으로 나와 감동했다”며 “건설기능인 육성 및 지원 법안에 적극 찬성하며 양대노총으로서 입법발의에 함께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9월 3일 ‘건설근로자고용개선등에관한법률’(이하 건고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또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건설기능인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건설기능인 자격 및 경력 체계적 관리 ▶교육훈련기관 인증 및 지원 ▶'건고법'에 따라 실시됐던 퇴직공제사업을 국토부로 이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노동과삶의 최성호 변호사는 건설산업연맹이 추진하고 있는 ‘건설기능인 육성 및 지원법’과 심재철 의원추진 법안, 그리고 건고법 등 세 가지를 놓고 취지, 차이점 등을 살폈다. 건고법 개정안은 임금지급 보증제, 노무비구분관리제 등의 내용을 추가확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안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심재철 의원 안은 위에서 열거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반해 건설산업연맹이 추진하고 있는 건설기능인법은 대상부터 토목건축현장 뿐만 아니라 건설기계 현장 노동자까지 포함하고, 적정임금(임대료)에 대해 접근하고 있으며, 퇴직공제누락 방지책으로 발주처 일괄납부 및 전자카드제 도입 등의 사항을 담고 있다. 최 변호사는 “건설기능인법의 취지가 타당해보이는 한편 적정임금(임대료) 제도에 대한 현실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자칫 기존의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관리감독 권한 논쟁으로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한동민 과장은 “건설기계 체불의 경우 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급보증‧확인 제도’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건설기능인 지원에 있어 거론되고 있는 법 관련해서는 “입법은 의원입법”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고용노동부 권기섭 과장은 "건설근로자고용개선에관한법률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등 진전된 지점이 있다고 본다."며 "적정임금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저가낙찰제나 다단계하도급 등 본질적 문제에 직접적으로 다가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점차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중점을 뒀다. 이어 '건설기능인의 범위'에 있어 특수고용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개정 관련 참여정부말부터 전개돼 온 토론이 있었고, 현 시점은 결단의 시기라고 본다. 건설기계만 예외로 보긴 어렵고 전체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의 공통된 화두는 건설노동자의 열악한 현실 공유와 적적임금(임대료) 제도 도입 여부의 현실성, 건설기능인 정의에서 비롯된 건설기계-특수고용노동자문제 였다.

이어 청중 발언 시간이 진행됐다.
대한건설협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청중은 “불법 외국인 노동자의 현장 진입을 제한토록 해야 한다” “지급보증제도 등은 우리도 추진하자고 한바 있고 적극 동의한다.” "적정임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불이 넘는 시기에 적용돼야 하는 게 아니냐" 등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토론회는 발제자들의 발언으로 마무리 됐다.
임윤택 교수와 연맹 오희택 실장은 “다 아는 사실이 있다. 건설현장에는 최저가낙찰제나 다단계하도급 등 본질적 문제가 있다. 누구도 해결하려들지 않는 문제다.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건설노동자가 나서서 건설기능인법까지 들고 나왔겠나. 서로 떠넘기기식 정책이 아니라 누구든지 건설노동자에게 처절한 현실이 아닌 희망을 보여주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