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 국회의원 주최·매일노동뉴스 주관 '건고법 개정방향' 토론회

건설노동자의 퇴직공제금을 운용하는 건설근로자공제회 운영에 건설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공제회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공공성과 투명성을 위해 건설노동자 참여가 필수라는 얘기다.

민주당 이미경·정동영·홍영표 의원과 홍희덕(민주노동당)·조승수(진보신당)·유원일(창조한국당) 의원 등 야4당 국회의원들이 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가 주관한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고법) 개정을 둘러싼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노사정 관계자들은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토론회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 소장, 사회는 박운 매일노동뉴스 편집국장이 맡았다. 이어 김진배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한창환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심규범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흥영 천지인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김영중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과장·박영수 국토해양부 건설인력기재과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공제회 위상 등을 둘러싼 문제점과 방향에 대해 각기 다른 각론을 제기했지만, "건고법 개정이 건설노동자의 복지향상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앞서 지난해 말 논란이 됐던 공제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은 올해 1월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 합의로 유보된 상태다. 공공기관화 논란의 불씨가 여전한 가운데 공제회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정해진 방향이 없어 건고법 개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공공기관 지정화에 앞장섰던 고용노동부는 공제회 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되 공제회 명칭을 건설근로자복지진흥재단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노동자 참여 법제화·퇴직공제금 현실화해야=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 소장은 발제를 통해 이사회 설치·운영 등을 법제화하고, 건설노동자 및 단체의 사업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계획이나 예·결산서 승인의 경우는 "민간기관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어 주무관청 장관 승인절차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공제금 수준을 현실화하기 위한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신 소장은 "퇴직공제 당연가입대상 공사임에도 가입하지 않을 경우 200만원, 공제부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퇴직공제제도의 이행을 담보하기에는 과태료 금액이 너무 적기 때문에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수준의 퇴직금 수준 확보를 위해 공제부금 인상 등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제에 대해 고용노동부를 제외하면, 큰 틀에서 이견은 없었다. 다만 각론에서 차이가 났다. 노동부를 제외한 모든 단체는 사업계획 및 예·결산서 승인에 대해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며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심규범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노동자 등 관련 당사자의 참여와 감시를 제도화하기 위해 이사회 법제화와 정보공개 등은 필요하지만 사업계획 및 예·결산서에 대한 고용부장관 승인은 기관의 독립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흥영 천지인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사회 법제화도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공제회 설립취지에 이바지할 수 있게끔 법의 규제보다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먼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선행된 후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외부의 지도·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 의결기구와 집행기구 이원화해야=이 같은 운영 논란을 막기 위해 노동계는 공제회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의사결정기구와 집행기구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배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은 "건고법 관련법령을 이원화해 건설근로자 고용정책업무는 건고법으로 고용노동부가 총괄하면서 재원은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하고, 노동자 기능교육과 복지업무는 건설산업기본법으로 국토해양부가 담당하면서 재원은 공제부금으로 충당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공제부금의 상한선인 5천원을 폐지하고 퇴직공제 가입공사 범위를 전체 건설공사로 확대하고, 공제부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등 공제부금을 현실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이 같은 의견에 찬성의사를 밝히면서 “건설노동자의 생애주기에 맞춘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기 위한 건설노동자의 생활실태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제회→복지진흥재단' 노동부만 찬성=공제회 명칭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노동부를 제외하고 모든 참석자들이 반대했다. 이에 김영중 노동부 인력수급정책과장은 “공제회 명칭을 재단으로 변경하는 문제는 전임 이사장의 비리사건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앞으로 공제회가 많은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에 부합하는 명칭을 찾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공공기관 지정은 유보된 상태이나 건고법 개정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다시 논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영수 국토해양부 건설인력기재과장은 “명칭을 변경하는 문제는 우선 사업내용이 중요하며, 국회에서 의견수렴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상호부조 성격의 민간 공제기관을 복지재단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법률검토부터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 등 생산구조 문제 같이 고민해야=한창환 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퇴직공제금 수준을 현실화 하기 위한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중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본부장은 “자율적으로 공제회 운영을 위해 납부해 온 부가금을 법제화하거나 '과태료 상향조정' 등의 제안은 운영권 자율을 침해할 수 있어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건설생산구조가 현실상 60%가 최저가 낙찰제로 돼 있어 이미 공사 낙찰 단계에서 모든 건설업체들이 부조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생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진단과 해결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