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 건설현장에서 임금체불이 심각한 가운데, 여·야 경남도의원들이 건설노동자들과 함께 '체불방지 조례' 제정에 나섰다. 공영윤(한나라당, 진주)·석영철(민주노동당, 창원) 경남도의원은 2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상남도 관급공사·용역에서의 임금·임대료 등 체불방지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손석형·이종엽 경남도의원과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 등이 방청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이 맡았다.

허기도 경남도의회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여야 의원이 같이 조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업주가 고의적이지 않겠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임금이 지불되지 않아 압류되기도 한다. 조례가 제정되면 전국 최초로, 관급공사도 임금 체불 방지 대책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경상남도의회 공영윤.석영철 의원이 주최한 "경상남도 관급공사.용역에서의 임금.임대료 등 체불 방지를 위한 토론회"가 2일 오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윤성효 경상남도의회


김민아 노무사 "불법다단계구조가 체불임금 원인 제공"

김민아 노무사(노동법률원 '새날'는 "건설산업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되어 있으며, 원청과 수급인 회사는 건설일용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면서 "시공참여자인 팀장을 통해 건설일용노동자를 간접적으로 사용해 오고 있고, 이런 건설현장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체불임금의 구조적인 원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가하도급과 덤핑 낙찰로 인한 저가 출혈 공사로 건설노동자의 체불 원인이 되고, 공공공사의 경우 발주처에 하도급심사를 의무화하여 일정 비율 이상의 공사대금을 지급토록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다단계 구조와 이중 계약서의 성행으로 이마저 무력화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대책과 관련해 김 노무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수급인과 하도급업자에 대한 임금지급에 대한 관리감독도 하도록 명시해야 하고, 원청이 하도급 관리업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금액을 올리거나 시정명령․영업정지 등의 행정제재와 벌금 이상의 형사 제재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건설현장 체불임금과 유보임금 사전 예방을 위한 근원적인 대책은 발주처로부터 원청과 전문건설업체를 거쳐 현장 노동자에게 임금이 지급되는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므로 '하도급대금 지급기일 단축'과 '노임 직접 지급 의무 요건 규정화', '월 2회 노임지급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발주자와 원청에 대해서는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을 두어야 하고, 이에 대한 처벌조항도 신설해야 한다"면서 "임금채권보장법에서 근로기준법 준용이 되어 팀장 소속 건설노동자들도 전문건설업체 부도 등으로 임금체불이 발생한 경우 체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하도급 단속에 대한 강화, 건설회사와 건설기계노동자 사이에 건설기계표준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을 때는 건설회사에 대한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해 '공공공사'에서 표준임대차계약서 작성을 강제하도록 하거나 건설기계대여금에 대한 압류 금지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그는 "공사 현장 게시판에 공사대금 지불예정일과 지급일을 공지하여 임금 등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공지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받지 못하면 신고하도록 하여 발주자가 임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영철 의원 "담당 공무원 마인드 바꾸어야"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는 석영철 의원은 "조례가 사장되지 않고 실제로 피해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정되어야 하고, 행정에서도 그 실행의 마인드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남지역의 실제 관급공사와 용역에 있어서 체불사례 등을 집중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되나 현재 경남도에 이러한 사례를 담당하는 부서가 존재하지 않아 사례연구나 통계분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석 의원은 "울산 북구와 광주에 관련 조례가 있지만, 관급공사와 용역을 포함한 공공사업 일체의 정체성에 주목하다 보니 공사와 용역의 세부 규정을 통일시키기가 어렵다"면서 "상위 법령인 건설산업기본법, 자치단체계약법, 건설기계임대법, 근로기준법 등에서 개정해야 할 사항을 조례로 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례안을 시행하는데 있어 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 공무원의 마인드인데, 실제 업무량 폭주로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담당 부서에 증원배치가 필요하다"면서 "토론회 이후 경남도와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해서 조례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건설현장, 임금 지급 요구하자 약속 어기더니 연락 두절"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실태를 고발했다. 이정훈 전국건설노조 정책국장은 전국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체불임금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와 금융거래 등 불이익 부여', '체불업체의 일정기간 공공공사 참여 배제', '체불업체의 공공공사 하도급 참여 제한', '월 1회 이상 임금 정기 지불 준수 지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정순복 건설노조 경남건설기계지부장은 "선급금 사용계획서에 건설기계 임대료 조기지급을 명시하도록 하는 행정적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선급금․기성․준공금 청구시 건설기계임대료 지급계획서 발주처 제출과 금융(입금)내역서, 근거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건설기계 임대료 상습 미(지연)지급 업체에 대해 입찰 제한을 주어야 하고, 전자어음과 약속어음 지급행위를 근절해야 하고, 직접지급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건설노동자 장영학씨는 진주와 창원 건설현장의 임금 체불 사례를 공개했다.그는 "진주 한 건설현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유보임금을 40일을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호열 경남건설기계지부 고성지회장은 경남개발공사에서 발주했던 한 건설 현장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조경석과 토사 운반 등을 한 뒤 임금과 기계 임대료를 하청업체에 지급을 요구했더니 여러 차례 약속을 어기다가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