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에도 플랜트건설노동자 석면질환으로 숨져

국내 비계공 건설노동자로는 처음으로 석면폐암을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고 이재빈(53)씨의 유가족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지난해 2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승소한 고 이재빈씨는 지난달 병세가 악화돼 숨졌다.

서울고등법원은 9일 근로복지공단이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항소심에서 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건설노동자들의 석면 관련 질환을 국내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한 이씨는 5년여 투병하다 지난달 7일 숨졌다. 소송 당사자가 사망함에 따라 유가족은 소송수계 절차를 거쳐 승소 판결을 받아 냈다.

서울행법은 1심에서 “과거에 석면에 대한 제도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으로 인해 원고가 석면에 노출된 정도를 자료상으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원고의 작업내용·노출경위 및 노출기간이 16년에 이르는 점에 서울대 보건대학원장과 역학조사평가위원회에서 업무상재해 인정의견을 더해 보면 그 노출 정도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89년부터 2005년까지 여수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석유·정유·화학공장의 건설현장에서 비계조공·비계공으로 일하다 2006년 1월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씨가 설치한 비계 위에서 용접작업이 진행됐는데, 2004년까지 용접작업시 석면으로 된 용접포가 사용됐다. 비계 해체 과정에서 날리는 석면가루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사건을 담당한 권동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공인노무사는 “석면 관련 폐암 산재 소송에서 선도적인 사례”라며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석면피해구제법과 관련해서도 분쟁이 생기면 하나의 사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사건 담당 변호사와 검사의 자문을 받은 후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석면질환과 관련한 건설노동자들의 산재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지역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 2일 화학공장의 탱크를 만드는 건설노동자였던 김아무개(64)씨가 숨졌다. 김씨는 지난해 노조가 실시한 특수건강검진에서 석면폐증 증상을 보였고, 소체검사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김씨는 현재 산재요양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다. 송판종 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지난해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한 1천204명 가운데 120명이 석면질환 의심 진단을 받았고, 93명은 소체검사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며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석면질환 건설노동자들을 관리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펌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