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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피어린 700KM 대장정
중앙관리자   등록일 2010-10-22 조회 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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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피어린 700km 대장정
“우리도 노동자다!” 노동기본권 보장·산재보험 전면적용 촉구 전국도보행진







[0호] 2010년 10월 19일 (화)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지난 10월4일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700km 도보행진을 벌이고 있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고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하라는 것이 이들 요구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너무나 당연한 권리지만 이들에게는 모두 봉쇄된 것들이다.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전국도보행진 투쟁을 만 하루 동안 동행취재했다. <편집자주>










   
▲ 특수고용노동자 전국도보행진단이 도보행진 15일차인 18일 저녁 천안 입장에 위치한 발레오공조코리아를 찾아 위장폐업철회 투쟁중인 발레오공조 조합원들과 모닥불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이명익기자
특수고용노동자 전국도보행진 14일차인 10월17일 오후 8시가 넘은 시각 <노동과세계>가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에 도착했다. 도보행진단은 대전에서 청주까지 42km 넘는 하루 행진 일정을 마치고 지역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 고성진 보험모집인노조 위원장, 석권호 총연맹 미비국장의 얼굴이 검붉게 그을었다. 부산에서 청주까지 400km를 걸어오며 그 고생이 어땠을까.


14일을 계속 걸어왔으니 발은 만신창이일 테고, 온몸에 알이 배겼겠지... 가을 햇볕, 도로에서 만나는 온갖 소음과 매연에 많이 지쳤겠지 했던 짐작이 빗나갔다. 밝게 웃는 그들 얼굴에 더 강인해진, 희망으로 가득 찬 노동자의 모습이 비낀다.


도보행진단이 10월18일 오전 8시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앞마당에 집결했다. 김도경 민주노동당 충북도의원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등이 출정식에 함께 했다.


김도경 충북도의원은 “서울 집회를 가도 민주노총 방송차만 보면 힘이 느껴지고 ‘아, 우리 동지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뭉친 노동자들 투쟁에 지지를 표명하고 “도의회 일정 때문에 같이 걷지 못하지만 마음은 늘 함께 하겠다”고 격려했다.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은 “오늘 33km 정도를 걸을 예정인데 빨리 달리는 차들이 많으니 안전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가 다리 아프게 걷는 만큼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것이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날을 앞당긴다는 마음으로 걷자”고 말했다.


행진단은 “우리는 노동자다 노동기본권 쟁취하자!”는 구호에 이어 우렁찬 함성과 함께 18일 오전 8시15분 경 15일차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시작 대오는 총 12명.


10월4일 행진 첫날부터 전 일정을 걷고 있는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과 석권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국장, 대구에서부터 결합한 고성진 보험모집인노조 위원장, 그리고 17일부터 이틀 동안 함께 걷고 있는 엄상원 운수노조 화물연대 충북강원지부장과 이용대 건설노조 충북지부장이 선두에 섰다.


최종돌 전교조 충북지부장, 박종원 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 진전지회장, 백종근 건설노조 진천굴삭기분회장,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김성봉 조직부장과 송민영 총무차장도 대오에 함께 했다.


지난 10월4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진을 시작한 이래 18일까지 하루에 많게는 50여 명, 적게는 20여 명이 서울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15일 동안 연인원 500여 명이 참가했다. 16일에는 대전에서 ‘노동기본권쟁취, 노조탄압분쇄 특수고용노동자 힘 모으기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10월18일 행진일정은 오전 8시 청주에서부터 목천IC까지 총 30km를 걷는다. 1시간 정도 걸을 때마다 도로 옆 공간을 조금 확보해 휴식을 취하고 또 걷기를 반복한다.


행진단이 오전 9시30분 경 큰 하천 위에 건설된 옥산교라는 다리 위를 지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벌건 흙뿐이다. 물이 말라 실개천이 돼 버린데다 하천 주변의 식물을 모두 뽑아버리기까지 했으니 을씬년스럽기 이를 데 없다.


김성봉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조직부장은 “여기가 다 갈대밭이었는데 4대강 사업을 하려고 이렇게 다 밀어버렸다”고 귀띔해 준다. 폭 300m 정도에 언뜻 봐도 길이가 수천 미터에 달하는 이곳 미호천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호종개’라는 토종 물고기가 살았다. 우리나라 전역을 통틀어 미호천에만 서식하던 귀한 물고기 미호종개를 이제는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도 4대강 사업을 하는구나’ 하는 허탈한 심정으로 옥산교를 지나자 ‘사회복지법인 충북희망원’ 간판이 나타났다. 이곳은 만들어진지 20여 년 된 고아원 시설이다.


충북희망원은 현재 운영자에 의해 폐쇄신청이 돼 있는 상태다. 원장의 부인이 사무국장을, 아들이 과장을 맡아 일가가 온갖 불법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보다 못한 내부 사람들이 2~3개월 전 노조를 만들었다.










   
▲ 특수고용노동자 전국도보행진단이 도보행진 15일차인 18일 오전 청주를 떠나 천안 목천으로 향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자신들의 공금횡령과 편법운영이 노동조합에 의해 들춰지기 시작하자 희망원 원장은 시설을 아예 폐쇄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가 폐쇄결정 철회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4대강 사업으로 국토를 파괴하고, 생산의 주역인 노동자들을 못살게 굴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팽개쳐 국민을 종 부리듯 하려 들고... 이명박 정부가 하는 짓들마다 진짜 가관이다. 오죽하면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국민의 원성이 터져나오지 않는가.


충북희망원을 지나자 편도 1차선 좁은 도로가 길게 펼쳐졌다. 양옆으로 잠깐 주택가를 지나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를 행진단이 걸어간다. 이렇게 차가 없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지나는 차들이 거의 없다. 차량들의 고속질주와 소음, 매연에 지친 행진단에게는 최적의 코스다. 부산에서부터 걸어오면서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은 처음이란다.


우리네 정겨운 시골풍경은 척박한 노동에 내몰려 살아가면서 참 웃을 일이 없는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잊었던 미소를 찾아준다.


시골집 마당 감나무, 모과나무에 달린 열매들, 비닐하우스 옆에 앉아 키질 하는 할머니, 콩 터는 아저씨, 집집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먹이를 찾아 걸어 다니는 토종닭들, 방송차 소리와 뒤따라 걷는 사람들을 보고 멍멍 짖어대는 개들...


깨밭을 수확하는 일에 골몰하다 대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행진단을 향해 활짝 웃으며 양팔을 높이 내저어 흔들어준다.


금계리에 들어서자 버스정거장 앞 그늘에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던 할머니 네 분이 “고생들 많이 해”, “애들 써” 하며 행진단이 다 지나갈 때까지 웃으며 손을 흔든다.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금빛 들판과 오색 코스모스들이 행진단을 맞는다. 어릴 적 변두리에서 늘 보던 작은 철도 건널목에 때마침 기차가 지나가는지 “땡 땡 땡~” 소리가 나면서 차단기가 내려졌다. 행진단 일행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오랜만에 맞은편에서 시골버스가 한 대 천천히 지나간다. 운전석에 앉은 기사아저씨는 행진단을 향해 목례로 격려한다. 이런 하나하나의 마음과 정성과 지지가 모이고 쌓여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자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정오를 넘겨 충남 천안시 병천면으로 들어섰다. 청주에서부터 따라오던 청주 동부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자기 지역으로 되돌아갔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전국 도보행진을 벌이는 동안 내내 경찰들이 따라다니며 노동자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오후 1시가 넘어 겨우 식당을 찾아내 점심식사를 한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행진단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 치료를 시작했다. 물집 잡히고 상처난 발들에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고 반창고도 붙여보지만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엄상원 화물연대 충북강원지부장은 “이틀째 걷는 사람이 15일 걸은 사람 앞에서 아프다고 할 수도 없고... 내 참!” 한다. 엄 지부장은 17일부터 이틀 일정을 함께 하고 있다. 이틀째부터가 가장 물집이 많이 잡히고 고통이 심한 시기다. 그래도 엄상원 지부장은 오히려 다른 행진단원들을 격려하며 항상 웃는 얼굴이다.


발에 물집이 잡히면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큰 고통이 느껴진다. 또 시간이 지나 오후로 접어들수록 체력이 소모돼 행진단 걸음걸이가 조금씩 늦춰진다. 자연히 행진단을 이끄는 선두에서부터 맨 뒤 대오까지 길이가 자꾸만 늘어난다.


기껏해야 편도 1~2차선인 좁은 도로에서 한 차선을 차지하고 걷다보니 좁아진 차선으로 지나는 차량들이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경적을 울리는 차는 단 한 대도 없다.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산재 전면적용’, ‘부산에서 서울까지 700km 도보행진’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이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절박함과 정당성을 말해주기 때문일 게다.


오후 4시 경 아우내순대길에서 건설노조 충북지부와 충남지부가 바통을 바꿔 쥐었다. 이틀 째 도보행진을 함께 한 이용대 건설노조 충북지부장과 간부들은 돌아가고, 대신 충남건설기계지부 성원들이 대오에 결합한다.


오후 4시30분 경 드디어 15일차 도보행진 목적지인 목천IC에 도착했다. “여기까지가 오늘의 행진코스입니다”라는 말이 들리자 행진단 전원이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목천IC 바로 앞에 커다랗게 세워진 독립기념관 간판이 보인다.


독립기념관 앞에 선 행진단원들은 “우리는 노동자다 노동기본권 쟁취하자!”고 구호를 외친 후 인도변에 앉아 오늘 행진 일정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먼저 발 물집과 상처로 고생하면서도 이틀 동안 도보행진을 함께 한 엄상원 화물연대 충북강원지부장은 “대전에서부터 이곳 목천까지 걸어오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우리가 특수고용 투쟁을 강도 높게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하고 행진단 동지들을 향해 “남은 기간 건강관리 잘하시고 끝까지 완주하시라”고 격려했다.










   
▲ 17일부터 함께한 엄상원 운수노조 화물연대 충북강원지부장이 도보행진 도중 생긴 물집을 제거하기 위해 실을 이용 물을 빼내고 있다.이명익기자
고성진 보험모집인노조 위원장은 “대구에서 결합해 여기까지 오면서 첫날부터 몸살 걸리고 발이 터져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면서 “지역에서 하루 이틀씩 같이 걸어주는 동지들에게 많은 힘을 받는다”고 전했다.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은 “오늘까지 15일 간 총 400여km를 걸었다”고 말하고 “자전거나 차로 다니면 안되냐고도 하지만, 한발 한발 걸으며 스스로 결의하고 지역 동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이 투쟁을 다짐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내는 것이 보람이다”라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이번 도보행진을 통해 노조를 지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산재보험도 적용받아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우리 투쟁을 새롭게 여는 계기를 만들자”고 말했다.


행진단은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일할권리 쟁취하자!”라는 구호로 당일 평가를 마무리한 후 입장면에 있는 발레오공조코리아로 향했다. 15일차 도보행진단 숙소는 먹튀자본의 위장폐업에 맞서 1년 넘게 공장을 지키며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다.


먹튀 프랑스 발레오자본은 170억짜리 설비를 2억5천만원에 팔고 폐업을 선언했다.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는 1년 넘게 설비를 지키기 위해 공장 안에서 숙식하며 위장폐업 철회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회는 투기자본에 의해 500여 명 한국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사태 관련해 이명박 정부에 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프랑스 원정투쟁도 네 차례 전개하고 있다.


이미 어둠이 내려 깜깜해진 시골길을 헤드라이트를 켜고 한참 달려 오후 7시가 넘은 시각 발레오공조코리아에 도착했다. 공장 정문 앞 바닥에 깔아놓은 “위장폐업 철회”라고 씌어진 대형 현수막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공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지회 조합원들이 건물 앞에 불을 피워놓고 서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사업장 곳곳에 1년 넘게 전개해온 투쟁의 흔적이 묻어난다. 조합원들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부엌에는 큰 솥이 몇 개 걸렸고, 게시판에는 투쟁소식지와 원정투쟁 사진들이 빽빽하다.


도보행진단은 노조 사무실에서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발레오 투쟁상황과 특고 도보행진 취지 등을 공유했다. 행진단은 15일차 도보행진 일정을 발레오공조코리아에서 마치고 다음날 다시 16일차 행진을 이어간다.


행진단은 10월4일 부산을 출발해 18일까지 400km를 걸어오며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과 산재보험을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특수고용노동자 전국도보행진단은 19일 오전 목천을 출발해 아산→평택→오산→수원→의왕→안산→인천→부천→김포→일산을 지나 오는 10월28일 서울에 입성한다. 29일 서울지역을 순회하고 30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리는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특수고용 직군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9개 직군에 불과했지만 2010년 현재 17개로 직군 수가 크게 늘었고 제조업으로까지 침투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특수고용노동자는 200만명에 달한다.


덤프기사, 레미콘기사, 퀵서비스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대리운전기사, 화물기사, 간병인, 학습지가정방문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로 불리는 노동자들은 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4대 보험 가입도 힘들다. 일하다 다치면 내 돈 내고 치료받아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이런 절박한 처지를 국민에게 호소하며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인 노동기본권과 산재보험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 땅 구석구석을 꾹꾹 눌러 밟아 걸으며 온몸으로 절규하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자신들을 자영업자, 개인사업자, 유사근로자, 사장이라 부르며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자본과 정권을 향해 거스를 수 없는 큰 저항투쟁을 선포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라고.










   
▲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3권과 산재보험 적용 보장해주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에 나선 '특수고용노동자 전국도보행진단'이 행진을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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