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안전 조치도 없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노동자를 죽게 한 현대오일뱅크 건설 현장 건설업체들의 “안전불감증”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현대, 대림 등 굴지의 건설업체들은 물론 하청을 받은 전문건설업체들의 근시안적인 이익 추구로 인해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2010년 2월 26일의 추락 사망사고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고, 또한 끊임없이 은폐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공사 입찰 등 각종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있으며, 이는 신고된 재해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다. 공상처리라는 이름의 유령이 건설현장의 안전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 사고 예방의 핵심은 1일 8시간 노동이다.

이러한 안전사고 빈발 문제의 근원은 안전에 대한 무지에 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장시간 강도 높은 노동을 노동자에게 강요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약자인 노동자는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안전은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을 때 지켜지는 것이다. 지금 현대오일뱅크 건설현장에서는 일상적으로 과도한 장시간 노동이 악습처럼 반복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심각하게 노동자의 신체를 갉아 먹고, 만성피로에 노출되게 한다. 만성피로는 작업자의 주의력과 집중력을 훼손시키고, 주의력 집중력 결핍은 항상 위험에 노출된 건설 작업 현장의 불행한 사고로 이어진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 및 민주노총 충남본부 서부지역지부는 서산지역 현장의 모든 건설업체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개선할 것을 요구해 왔다. 2009년 2월 6일,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이들 건설업체들과 맺은 단체협약에도 1일 8시간 노동을 명시했다. 적절한 노동과 충분한 휴식을 통해 노동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였다. 하지만 현장의 건설업체들은 스스로 한 약속조차 1년이 넘도록 지키지 않았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가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지켜지도록 하기 위해 노동조합은 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원청사인 현대와 대림에 3차례에 걸쳐 대화를 요청했으나 이 업체들은 언제나 묵살해 왔다. 안전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사고로 인한 노동자와 그 가족이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경험해 본 적도 없는, 단지 법조문 몇 개만을 가지고 입만 놀리는 전 모 노무사의 말만 금과옥조처럼 여겨 노동조합의 정당한 대화 요구를 무시한 것이다. 결국 안전에 나 몰라라 하는 발주처 현대오일뱅크, 교섭 당자자가 아니라며 노조를 무시하는 원청 현대, 대림, 노동자의 안전보다는 돈 벌이만 생각하는 노무사의 합작으로 한 노동자의 생명을 빼앗은 것에 다름 아니다.

주의력과 집중력이 사라진 자리에는 사고가 찾아온다. 더구나 2월 26일 추락 사고는 고의로 살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작업 현장에는 안전망과 안전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법조차 무시한 안전사고의 결과가 어떠리라는 것을 업체들이 모를 리 없다. 결과를 알 수 있음에도 죽음으로 내몬 이 사건은 명백히 타살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분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우리의 요구는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1일 8시간 노동 정착과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의 철저한 준수이다. 우리의 요구가 지켜질 때까지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와 민주노총 충남본부 서부지역지부는 투쟁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고 관철시켜 나갈 것이다.


2010년 3월 4일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 /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서부지역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