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수칙 어겨도 법적 제재 없어…배전안전수칙 법제화 시급

각종 공사가 연말에 몰리면서 전기원 노동자들의 감전사가 잇따르고 있다. 현장감독 소홀로 인한 유사 사고가 반복되자 한국전력공사의 배전안전수칙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건설노조(위원장 백석근)에 따르면 지난 29일 광주광역시에서 지중개폐기 신설작업을 하던 이아무개(45)씨가 2만2천900볼트에 감전돼 사망했다. 23일에는 전남 고흥에서 지상전주 이설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감전으로 사망했고, 6일 인천에서도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노조는 "한전이 규정한 배전안전수칙 이행을 감독하지 않아 빚어진 결과"라며 규정 이행을 위한 배전안전수칙 법제화를 촉구했다. 국내 배전현장의 안전 관리·감독은 한전이 맡도록 돼 있으나, 한전은 협력업체에 안전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사를 마치려는 협력업체들은 한전이 규정한 배전안전수칙을 어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규정을 어긴다 해도 한전의 내부 규율인지라 법적인 제재와 책임을 묻기 어렵다. 입찰계약시 불이익을 주기 위해 한전이 벌점을 가하고 있지만 업체들이 사고를 은폐하고 있어 실효성이 미미하다.

노조 광주전남전기원지부 광주지회 관계자는 "이번에도 배전안전수칙에 따라 전선을 죽이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한전의 안전감독관이 작업 전에 확인하지 않았다"며 "협력업체의 안전 문제를 감독하지 않는 한전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적어도 안전보건만큼은 영세한 협력업체에 미루지 말고 한전이 만들어 놓은 배전안전수칙을 법제화해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경식 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전기원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일하지만 사고를 당해도 그 어떠한 법적 책임도 제기할 수 없다"며 “배전안전수칙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김은성 기자 kes04@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