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이 없어서 파업을 해야 합니까?

- 건설노동자도 인간입니다. 건설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


■ 분양가는 공개되지 않은 채 치솟고 있습니다.

불과 2-3년 전에는 아파트 분양가가 현재의 절반정도에 불과하였습니다. 분양가가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일을 하며 아파트를 직접 짓고 있는 건설노동자의 임금은 실제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을 해야만 아파트는 완성되고, 상가, 도로, 주택도 건설노동자의 노동이 투입되어야 완성됩니다. 건설회사는 이것을 팔아서 이윤을 수천억씩 남기고 있으나 건설현장의 실질적 주인으로 대접받아야 할 건설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건설회사는 실제로 10명을 현장에 투입하면서 20명을 투입하였다고 가짜로 서류를 만들고 가짜 10명분의 임금을 정치자금으로 유용하기 위해서 비자금으로 조성하였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비리 정치자금으로 사용되는 비자금을 더 이상 만들지 말고 그동안 빼돌리던 비용을 이제 부터라도 열심히 노동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돌려달라는 것입니다.

■ 기름값, 교육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서 현장까지 가기위해 반드시 차량이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집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동거리가 매우 길어집니다. 이동거리가 먼 곳에 가게 되는 경우가 다수인데 아침 일을 시작하는 것은 오전 7시에 시작합니다. 작업현장에 7시전에 도착하려면 집에서 출근하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새벽 5시경에 집을 나서야 합니다. 게다가 일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까지 하려면 현장에는 새벽6시전에 도착해야 하는 일도 허다합니다.

이때는 대중교통수단도 없습니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들은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를 굴릴 정도면 먹고 살만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의 피를 쥐어짜야 하는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일반적인 제조업은 회사에서 기름값도 보조가 되지만 우리는 자신이 하루 하루 일해서 받고 있는 일당이 전부입니다.

교육비는 어떻습니까? 우리 건설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40대 후반과 50대가 대부분입니다. 우리의 자식들은 대부분 대학생입니다. 요즘 대학 등록금은 매년 10%이상 오르고 있습니다. 중, 고등학생들의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자식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부모가 될까봐 무조건 학원에 보내야 하는 현실입니다.

아이들 학자금을 벌기 위해서 현장에서 정말로 노예처럼 일해야 합니다. 노예가 된다는 것은 너무도 비참합니다. 이제는 정당하게 일한만큼 받고 싶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 일당이 많다고 잘 버는 것 아닙니다.

우리들 일당은 일반적으로 10만원 수준입니다. 이것만 들으면 마치 우리가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이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1년 가운데 200일 정도 밖에 일을 하지 못합니다. 비가 오면 쉬어야 하고, 자재가 들어오지 않거나, 선행공정이 지체되거나 진행되지 않아도 쉬어야 합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콘크리트가 양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작업을 하더라도 쉬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겨울철에는 1개월에 일주일도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날이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이렇게 불안정한 처지에 있는 건설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라고는 고용보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사용자들이 제대로 가입조차 시켜주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고용보험을 관리할 인력이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들이 받은 도급금액이 적어서 고용보험료를 내게 되면 자신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자신들이 인원수를 속여서 인건비를 횡령해야 하는 데 이렇게 되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숫자가 드러나기 때문에 사실대로 신고하지 않습니다.
또 한가지 원인은 노동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노동자들이 고용보험료를 징수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이유입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떼어 간 후에 실제로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주5일제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 우리는 폭력배가 아닙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우리를 폭력배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로서 정당한 파업권을 행사하는 것을 폭력배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 대구지방경찰청의 작태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질서정연하게 파업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단체교섭과 임금교섭은 어느 사업장이나 행하고 있는 일상적인 노동쟁의 과정입니다.

이런 우리의 임금인상요구와 노동조건 요구를 불법 폭력파괴집단으로 매도하면서 우리의 파업행위를 파괴하려는 것이 경찰이었습니다.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임금인상을 요구하였고,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구경북지역의 많은 현장이 실제로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파업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응원하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우리를 폭력배로 만들고 있는 것이 바로 사용자들이고, 경찰들입니다.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사용자들이 우리에게 매우 큰 폭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에 대하여 처벌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정당한 파업행위를 폭력배로 매도하는 경찰청장은 당장 사과하여야 합니다.

■ 우리는 성실한 교섭을 원합니다.

전문건설업체의 사용자들이 교섭자리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대구지역의 전문건설업체가 교섭자리에는 나오지 않으면서 파업을 파괴하기 위한 책동을 하고 있습니다. 외지 인력을 대거 데리고 들어와서 작업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외지업체들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대부분 빠른 시간안에 작업을 마치고 다른 현장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부실공사의 우려가 있습니다. 건설현장은 [돈내기], [야리끼리]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이것은 무조건 빠른 시간안에 할당된 물량을 끝내면 합의한 금액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이것이 부실시공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산재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막고자 합니다.

지난 6월 1일 대구 경북지역 200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의 파업은 그동안 참아왔던 건설노동자들의 분노가 터진 것입니다. 건설현장의 고질병인 유보임금(쓰메끼리)을 없애고 불법다단계하도급 철폐와 중간관리자인 십장들을 사용자로 만들어 부당한 근로계약을 강요하고 일자리를 갖고 장난하는 시공참여자 계약 (십장제도)를 없애자는 요구는 건설노동자들 모두의 요구이고 바람이다.
또한 적정임금보장, 4대사회보험보장,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대구경북지역의 건설노동자들의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며 당연한 요구인 것이다
건설노동자도 인간임을 선언하는 것이며 건설노동자에게 당연히 누려야할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노동부는 말로만의 산업안전보건법의 준수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며 대구경북 건설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과 검찰은 불법파업 운운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업무방해로 고소고발 하라고 종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노사문제에 대한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이다.
만약 경찰과 검찰의 정당한 건설노동자의 파업을 파괴하는 행위가 지속될 경우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