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유가협, 추석 앞두고 마석 모란공원 벌초




"마석 모란공원은 이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 노동해방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치거나 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열사가 묻혀 있는 곳입니다. 앞서 가신 열사들이 쟁취하고자 했던 뜻을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계승해야 할지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민주노총과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 연대회의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 18일 열사들이 묻힌 마석 모란공원 묘역을 벌초하고 그들을 기리는 제사를 지냈다.

박석민 민주노총 교육국장은 "마석 모란공원에는 열사와 함께 노동운동과 학생운동·민주화운동의 모든 역사가 잠들어 있다"며 "한국 사회가 이렇게 많은 열사를 남긴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억압적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임은 물론 그것에 저항하고자 했던 숭고한 정신 또한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열사계승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민주화 과정에서 500여명의 열사들이 자의나 타의로 목숨을 끊거나 잃었다. 이 가운데 마석 모란공원에는 노동열사 53명과 학생열사 19명, 민주화열사 33명 등 107명의 열사가 잠들어 있다.



벌초행사 참가자들이 흩어져 있는 열사 묘역을 찾아 길을 나서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른 마석 모란공원의 언덕길보다 열사정신 계승의 길이 더 힘들고 험난하리라 생각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김봉석 기자 ⓒ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은 지난 2005년 열사계승 특별위를 구성하고 4년째 마석묘역 벌초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매년 열사 유가족과 관련단체들이 행사를 벌이면서 민주노총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 조직 중에는 상대적으로 노동열사들이 많은 금속노조가 유일하게 열사계승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장주 금속노조 문화국장은 "열사들은 사회운동이 거대하게 일어나거나 정권의 탄압이 극심했을 때 새 길을 열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던진 이들"이라며 "열사들이 당시 주장했던 것은 시대정신으로 남아 새로운 사회를 여는 기폭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마석 모란공원에는 아직도 연대와 노동해방의 정신으로 살아 있는 전태일 열사는 물론 통일운동의 새 길을 열었던 문익환 목사, 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박종철 열사 등이 묻혀 있다.

이날 벌초와 제례 행사에는 민주노총 열사계승 특별위와 금속노조·언론노조·건설산업연맹·공공운수연맹·민주일반연맹 등 산하 조직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마석 모란공원에 묻힌 열사들의 유가족들과 열사 관련단체 회원까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50여명에 달했다. 민주일반연맹 남양주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매년 제초기와 낫을 준비해 벌초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벌초행사 참가자들은 "용산의 철거민 동지들이 정권과 악덕 자본에 의해 목숨을 잃은 지 200여일이 지났음에도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으로 거리에 내몰리는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이 자리에 참가한 열사들의 가족과 동지·후배·제자들은 사회의 불합리에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당신들의 뜻을 계승하면서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봉석 기자 seok@labortoday.co.kr

이날 행사에 인천건설지부, 경기도건설지부 조합원이 참가해 행사를 진행하는데 큰힘을 보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