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도중 유해물질 질식으로 인해 건설노동자들이 무더기로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하색리 경춘선 복선전철 6공구 달전터널 공사현장에서 6일 오후 8시40분께 조 모씨(40세) 등 건설노동자 3명이 터널 입구 부근 옹벽 아래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시공업체 현장과장 김 모씨(36세)는 “터널 입구 돌출부분 상부 방수공사를 맡은 조 씨 등이 아침에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도 안돼 찾아보니 터널 돌출부와 옹벽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숨진 조 씨 등은 전날 오후 7시 경까지 15m 높이 터널 돌출부분 위에서 방수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 조합원들 제보에 따르면 사고 당일 건설회사 직원들이 모두 휴가를 떠난 상태였고, 말단직원 2명만 남아 현장 사무실에서 사무업무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더구나 사고현장은 관리사무실에서 2km나 떨어져 있었고, 공사 자체가 하도급으로 내려오다 보니 시공사는 사고 당일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던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발견 하루 전날 오후 3~4시 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로부터 30시간만인 6일 오후 8시40분 경 발견됐다. 질식에 이어 실족과 사망이 진행되는 동안 그 누구의 구조나 도움도 받지 못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됐더라면 생존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이 사건을 접한 이들에게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희생자들은 터널공사 입구에서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한 방수도료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사고 관련해 주변에서는 노동자들이 화학 유기용제에 노출돼 정신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건설 시공 대부분이 다단계하도급으로 이뤄지다 보니 하청업체에 맡겨진 공사가 시공사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조차 전무한 실정에서 건설노동자들 죽음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사고는 건설현장에서 알게 모르게 사용되고 있는 각종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행 화학물질관련(MSDS) 산업안전보건법 노동부 고시에 의하면 “근로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화학성분위 유기용제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근로자에게 유해성을 주지시키고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주의사항을 부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2007년 경기도 이천에서 냉동창고 폭발로 인해 40명이 사망했던 현장에도 엄청난 양의 유독성 신나와 방수제 등이 깡통에 담겨져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화재가 나면서 그 물질들이 한꺼번에 폭발해 대형참사를 불러왔다.

유해성 물질 취급기준을 강화시킨다고 해도 이런 규제가 건설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경춘선 터널 현장에도 방수제 등 인화성 물질들이 다량 현장에 방치돼 있었지만 안전대책은 전혀 없었다.

건설업체 불법행위로 인해 산재사망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불구속 입건, 벌금, 과태료 부과 등 솜방망이 처벌로만 일관하고 있다. 노동재해 사망사고 30% 정도가 건설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형건설업체들은 사망사고를 내도 대부분 ‘무혐의’ 처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업체일수록 무혐의 처분 비율이 높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건설노조는 성명을 내고 ▲사업주 즉각 구속수사 ▲산업재해 예방 위한 노동자 참여 보장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촉구했다. 또 건설현장에 전문신호수제도를 실시할 것과 규제완화를 철폐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건설노조 박종국 노동안전국장은 “건설노조는 지난 시기 건설현장 안전을 위해 제도개선을 외쳤지만 현장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자신과 동료들의 안전, 건설현장 전체 안전을 위한 현장 노동자들 감시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