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에서 '8시간만 일하고 싶다', 무리한 요구인가?
충남건설기계파업에 경찰병력 1500여명 배치, 명박산성도 쌓아

건설노조 충남건설기계지부가 ‘8시간 노동’을 핵심 요구로 내걸고 23일부터 총파업들어가 오후2시부터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B지구 정문에서 1천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현대제철 건설 현장을 제외하고 이미 충남지역 건설 현장은 이미 8시간 노동을 명시하는 표준임대차계약을 작성한 바 있다.

현대제철의 시설보호요청을 받은 충남도경찰청은 당진지역 경찰병력 뿐만 아니라 충남지역에서 경찰병력 16개 중대(1500여명)를 현대제철 각 정문, 공장안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각 문은 컨테이너 박스를 2단으로 쌓아 소위 ‘명박산성’으로 막혔있다. 공장 안쪽에는 경찰병력 외에도 현대제철 관리자들이 안전모를 쓰고 나와 노동자들과 맞서기도 했다.



또한 충남도경은 노동자들이 미신고 된 장소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면 불법집회라 규정했으나 노조측은 "사측이 현대제철 주변에 노조의 집회를 막기 위해 ‘허위 집회’ 신고를 모두 냈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신고된 공터는 현대제철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어제 밤부터 이미 경찰이 공터를 봉쇄했다.”고 주장했다.

충남건설기계지부 당진지회는 지난 16일 ‘하루 8시간 노동시간 쟁취’를 위해 당진 현대제철 C지구 정문에서 파업과 노숙농성을 벌여왔다. 노조는 “현대제철 내 엠코(현대그룹 계열 건설사)협력업체가 8시간 노동을 불인정하고, 8시간 근무로 공사가 지체되었다며 당진지회 15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제를 위해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파업기간중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측이 대체차량을 투입해 노동자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현대제철 내 건설사들이 노조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손해배상으로 대응해 노동자들을 자극한 것은 올해만이 아니다. 2007년 8월에는 1억5천여만원, 2008년에는 6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노조를 압박했다. 지역에서는 사측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기보다 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무리한 조치를 취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충남건설기계 신기철 지부장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은 아주 정당하며, 정부에서 발표한 표준임대차 계약서에 보장되어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현대자본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노조 건설분과 강원규 부위원장은 “이미 모든 산업이 법적으로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일 8시간 노동을 준수하고 있지만, 우리는 해가 떨어지고 세상이 어둠으로 물든 시간이 작업이 종료되는 시간이었다. 공휴일과 주말도 없이 작업을 해야 했으며, 오로지 눈, 비가 와서 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날만이 유일한 휴일이었다.”며 건설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을 알렸다.

한편 현대제철측은 당일 보도자료를 내고 노조와의 협상 주체는 현대제철이 아니라 시공사, 건설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측은 노조와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관리자가 직접 나와 보도자료를 내고 건설사, 시공사의 입장을 대변했다. 노조가 2008년 6월, 1일 10시간 근로시간을 기본으로 하는 협약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며, 1일 8시간 노동제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므로 “문제없다”고 명시했다. 당사자인 ‘엠코’ 건설사는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냐고 묻자 “(보도자료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현대제철이 나서게 되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하루 8시간 노동을 보장하는 표준임대차계약을 건설현장에 안착시키겠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펌 미디어충청 정재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