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부산울산경남 지역 전기원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50일을 넘기고 있다.

건설노조 광전전기원지부는 지난 17일 오전11시부터 광주 북구 오치동 한전 전남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이 장기화되는 데는 한전의 책임이 크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전은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다.
지부가 기자회견과 이어 노숙투쟁을 한전 앞에서 벌이는 것은 이 때문. 그러나 한전은 자신들은 ‘제3자’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한전이 나서지 않는 것은 협력회사의 특혜성 공사, 불법하도급, 부실시공, 자재은닉, 산업폐기불의 불법 위법행위와 관련해 검은 먹이사슬 관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지부의 주장. 이에 따르면 한전은 그 동안 협력업체의 부실시공 묵인과 편법을 동원한 공사금액 부풀리기 등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지부는 전남 고흥군 상송리 등지에 수년간 방치된 폐 전주 사진 수십장을 사례로 들며 “한전 자재가 협력회사의 창고에 가득 넘쳐나고 국립공원에 묻혀 있는 산더미 같은 폐기물 등도 한전과 한통속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불법적 행위”라고 밝혔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는 폐 전주는 공사 발주시 처리비용까지 공사비 내역에 포함해 발주, 시공업체가 지정된 처리업체에 위탁해 처리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업체는 폐 전주를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고 깊은 산 속에 방치하거나 땅속에 파묻고 있고, 한전이 이를 묵인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하도급과 관련해서도 지부는 한전과 계약한 업체가 아닌, 제3의 업체로부터 전기원 노동자들이 임금을 수령한 명세도 함께 공개했다.

전봇대 위 절규

기자회견 후 끝장투쟁 결의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조합원 2명이 한전 전남본부 정문 맞은편 15m 높이의 전봇대 위에 올라가 파업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고공시위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한전 전남본부 본부장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벌어진 일이다.
광주전남전기원지부 공수옥 지부장은 “본부장이 배전 선로 시공하고 관리하는 노동자를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고 "무정전협의회 윤흡 대표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광전전기원지부가 올해 2월 교섭에 돌입하자 사측에서는 무정전협의회라는 단체가 꾸려졌고 그 대표를 윤흡이 맡았다. 이후 무정전협의회 윤흡 대표가 지역 배전업체 사장들을 모아놓고 단협 도장을 찍을 경우 수억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는 각서를 쓰게 하고 공증까지 받게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윤흡 사장의 업체는 조합원이 소속돼 있지도 않다고 한다.
전북본부 정광수 본부장은 부산의 경우 한전이 실사에 돌입한 것을 지적하며 “한전 기준대로라면 벌써 재입찰공고가 났어야 하는데 시공통보서를 한전이 일부러 늦추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또 “이제라도 반성하고 깨우치는 한전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광전, 부울경 전기원 동지들의 파업투쟁이 50일을 넘겼다. 50일을 굶었다. 50일간 배고파서 눈이 뒤집히지 않고 머리가 안 돌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지역 배전업체와 한전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