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입법발의 민주노동당 홍희덕의원·민주노총 공동기자회견’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을 비롯한 10명 국회의원이 민주노총과 함께 특수고용노동자 권리보호와 노동3권 보장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이 입법안은 화물노동자 고 박종태 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외치고 요구했던 내용이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정규직을 해고한 후 파견노동자로 채우는 과정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명박 대통령 국정철학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하고 “사용자와 실질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며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명확한 노사관계 규정, 헌법상 근로 권리와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지난 17대 국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 노동기본권을 위한 4가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환노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고, 당시 법안이 통과됐다면 화물노동자 박종태 열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다”면서 “100만 특수고용노동자들 절규를 담아 이 법안을 발의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도 “역사상 최초로 노조를 만든 주역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 뿐이며, 우리가 노조법을 인정받아야 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 법을 요구하는 것도 불가피한 타협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와 자본의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 이들이 노동3권과 노동자성을 보장받아 노조결성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입법 발의를 한다”고 밝혔다.


△11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왼쪽)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하고있다.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이어 현장에서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 증언이 이뤄졌다.

간병인분회장은 “24시간 동안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들이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이 이렇게까지 어려우냐”고 반문하고 “간병인들은 1주일 144시간 환자를 돌보지만 병원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보험, 산재, 퇴직금 등을 적용받지 못한다”며 “홍희덕의원실이 발의한 이 법안이 부족하지만 지지한다”고 토로했다.

학습지노조 강종숙 위원장도 “학습지노동자들은 보통 노동자들과 똑같이 회사 관리감독을 받으면서 일하지만 학습지회사와 근로계약서가 아닌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탁계약서를 쓴다”고 말하고 “우리는 세금을 낼 때 국민이지만, 노동자성 인정도 못 받고 온갖 탄압과 구사대에게 두들겨 맞을 때는 국민이 아니다”라며 학습지노동자들 열악한 현실을 성토했다.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전국 15만에 이르는 대리운전노동자들은 저녁 5시부터 새벽 6시까지 발품을 팔아 일하면서 자기 돈으로 5만원짜리 중고 PDA를 사고, 보험에 든다는 이유로 자영업자라고 한다”면서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 특고법안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원CC노조 위원장도 “특수고용직군에 속하는 우리 경기보조원들은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노조를 설립해도 정상적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하고 “노동기본권과 4대보험을 보장받지 못하면 현장 노동자들은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특고법이 현실화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운수노조 김종인 위원장은 “방금 증언한 이들 경우 외에도 수많은 직군의 노동자들이 특수고용노동자란 이름으로 열악한 노동조건 하에 일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렇게 가다가는 여기 계신 기자들,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특수고용노동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11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비스노조 간병인 지회장(가운데)이 간병인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줄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11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습지노조 강종숙 위원장이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줄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레미콘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으로 불리는 특수고용노동자들 규모가 100만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은 형식상 개인사업자지만, 실제로는 사용종속성이 강한 노동자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빈번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지만 현행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사회적 보호에서 배제돼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주장할 수도, 요구할 수도 없다”면서 “뿐만 아니라 최근 노동부는 10년 가까이 합법적으로 노조 활동을 해 온 노조들까지 불법으로 매도하며 법외노조로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가 제출된 지도 햇수로 8년째지만, 17대 국회에서 정치권 이해관계 상충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등 정치권 무관심과 정부 눈치보기로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하고 “우리는 현행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입법안을 발의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법안은 단순히 현행법 문구 몇 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억울한 죽음을 막고, 늘어가는 특수고용노동자와 그 가족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지닌 최소한의 책무이자, 100만 특수고용노동자 소망과 희망이 담긴 권리장전”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발의된 입법안은 세부적으로 ▲근로기준법 등에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특정 사용자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를 노동자로 인정할 것을 명문화하도록 했다.

또 ▲사용자 규정 관련해서도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해 근로자 근로조건 등 결정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는 사용자’로 보는 규정을 두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날 회견에서는 ‘홍희덕 의원 대표발의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노동부의 건설·운수노조 노동기본권 부정 현황’,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입법논의 경과’ 등 자료가 배포됐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