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평로의 옛 삼성 본관을 리모델링 과정에서 석면 방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지 않아 기준치를 초과하는 석면이 건물 내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나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관리에 미흡한 삼성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삼성은 석면 피해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져야할 것"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지난 4일부터 3일간 삼성본관 내부와 주변환경의 석면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삼성 본관에서 기준치의 2배에서 5배가 넘는 석면이 검출됐고, 현장에서 160m 이상 떨어진 버스정류장 등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석면은 WHO(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날카로운 입자로 인해 미량을 흡입해도 치명적인 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에서 석면 중 가장 독성이 강한 청석면이 많이 발견됐는데, 삼성 본관 리모델링 과정에서 석면제거가 안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상 28층, 지하 2층으로 이루어진 삼성본관은 지난해 11월 26일 노동부의 허가를 받아 석면해체작업을 진행중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작업 기일을 무리하게 짧게 잡아 철저한 안전관리 없이 위험하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28개 층에 있는 석면을 3개월도 안되는 기간동안 깨끗이 제거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며 “오염된 건축폐기물의 외부 반출을 중단하고, 석면에 노출된 출입자들의 명단을 작성해 건강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장일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국가의 관리책임 소홀을 지적하며 보상에 치우쳐있는 석면관련 법 대신 전국적으로 남아있는 많은 석면 건물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사무총장은 또 “삼성그룹은 여러 사건을 통해 국민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는데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석면에 대해서는 법적 도의적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석면오염 조사결과 지하 1층 사무실 등에서 채취한 11개 대기 및 먼지, 고형시료 중 91%인 10개에서 청석면, 트레몰라이트, 백석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삼성본관 뒤편의 폐기물 승차장에서 반경 170m까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시료 22개 가운데 55%인 12개 시료에서 석면이 나왔다.


삼성 본관 건물 반경 170m에서 석면이 검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