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죽음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건설노조 윤경식 부위원장(전기분과위원장)은 18일 한국전력 앞에서 개최된 '한전 규탄 결의대회'에서 "3일간 노숙농성, 1인시위를 하면서도 단 하나만 소망했다. 다치지 않고 제발 죽지 않고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한전이 전기원 노동자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 같다"며 "결사항전으로 싸워, 건강한 배전현장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고 덧붙였다. 100여명의 전기원 동지들은 '보유인원 축소, 폐지 시도 저지' '고용안정 쟁취'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전력은 최근 기획재정부의 96개 공공기관 평가에서 유일하게 최고점인 'S등급'을 받았다. 김쌍수 사장도 기관장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 다른 4명과 함게 공동 1위에 올랐다. 한전은 요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다고 한다. 한전이 최우수 기관으로 평가된 데에는 지난해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의 힘도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결의대회 당일에도 한국전력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작년과 다르게 한전은 사측하고만 대화를 하고 있다. 작년에 한전은 노동자들과 면담을 했다. 최근 한달간 6명의 노동자가 배전현장에서 산재사망했지만 한전은 말이 없다.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게 이번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건설노조 김호중 수석부위원장은 "이윤만 내면 노동자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한전"을 규탄하고 "지난 2004년 200여명의 전기원 노동자들이 언제든 송전탑을 탈 수 있다는 각오로 투쟁한 경험을 기억한다. 노동자 외면한다면 투쟁의 쓴 맛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대규 부위원장(기계분과위원장)은 "건설기계 노동자 정규직이었지만 특수고용이라는 굴레를 쓴 이후에는 눈 오면 눈 온다고, 비 오면 비온다고 일손을 놓고마는 일용 신세가 됐다"며 "현재 배전현장은 전부 일용이 될 수 있는 위기"라고 지적하고 "전국 전기원 노동자들의 단결투쟁, 건설노조의 투쟁에 나서자"고 밝혔다.


전국 전기원지부장, 분과장 역시 한전 규탄에 입을 모았다. "전기원 노동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보여줄 때가 됐다"며 투쟁을 결의했다.


연대사에 나선 건설산업연맹 유기수 정책실장은 "지난 지자체 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권을 심판했다. 노동자 무시하는 한국전력에 맞서 힘찬 투쟁을 벌이자"고 말했다.



다음은 결의대회 결의문 전문.



전기원 노동자는 죽음의 공포에,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싶지않다.
한국전력은 보유인원 축소.폐지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2010년 5월한달 사이에 한국전력이 발주하는 전국의 배전현장에서 전기원노동자 6명이 떨어져 죽고, 전기에 타서 죽으며 생떼같은 목숨을 내놓았다.
2008년부터 2년 동안 한국전력을 살찌우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풍요로운 삶 영위를 위해 일한 죄밖에 없는 안타까운 전기원노동자들 50명이 죽어나갔다.

한국전력은 전기원노동자의 죽음을 담보로 2010년 정부주최 공기업 경영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전기공사의 원자재를 줄이고 단가업체 보유인원을 축소하여 전기품질을 악화시키고, 전기원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한 대가로, 보름에 1명씩 죽어간 전기원노동자들의 죽음을 대가로 한국전력은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던 것이다.

보름에 한명씩 죽어나가는 중대재해를 방관하고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서 중대재해 사업장이 되어버린 살인기업 한국전력은 더 많은 전기원노동자의 죽음을 원하고 있는가.

한국전력은 보유인원을 현행 유지해도 전기원노동자의 노동강도는 말할수 없이 심하고, 안전은 심각함을 넘어 죽음의 공포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도, 이를 무시하고 보유인원을 축소.폐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예정된 배전협력업체들과의 간담회가 배전협력업체들의 요구만을 받아들여 보유인원 축소.폐지 계획을 수립하려는 장이 되려한다.

우리는 매년 줄어가는 보유인원으로 인하여 옆에서 일하다 죽어가는 전기원노동자의 죽음에 눈물만 흘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매년 줄어가는 보유인원으로 고용의 불안만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전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한국전력은 배전협력업체의 보유인원 축소.폐지요구를 거부하고, 보유인원 축소.폐지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2010년 6월 18일
전기원 노동자 생존권 위협하는 한국전력 규탄결의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