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 평 ]

고 전용철 농민의 사망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은 지극히 당연하다.
경찰 폭력으로 숨진 하중근 열사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도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11월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법원은 지난 2005년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 고 전용철 농민의 유가족에게 1억 3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남궁 현)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사망한 고 전용철 농민의 죽음에 고인과 유족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애도를 표하며,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만 늦게나마 법원의 국가배상 판결에 대해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만, 배상금액이 너무 낮은 것은 매우 불만스럽다.
고 전용철 농민은 2005년 11월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쌀협상 국회비준저지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다가 전경의 무차별한 방패와 곤봉에 맞아 쓰러진 후 사망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12월 27일 과잉진압으로 인한 사망으로 결론을 내렸고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직접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또 당시 경찰청장으로 있던 허준영 청장이 사퇴했다.
국가권력이, 경찰이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유린하고 폭력을 자행하여 국민을 때려죽인 것이다.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실제적이고도 역사적인 범죄 행위를 단죄하고 배상하는 것은 백번 천번 당연한 일이다.

다른 한편 건설산업연맹은 어제의 법원판결을 지켜보면서 가슴에 북받치는 울분을 금할 수 없다.
지난 8월 14일 서울 민사지법은 위 건과 똑같은 한 건설노동자의 죽음을 의문사로 취급하였다. 2006년 7월 포항건설노조의 집회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사망한 고 하중근 노동자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대하여, 법원은 기각 판결을 한 것이다. 재판부는 폭력 살인의 입증 책임을 지나치게 유가족과 원고 측에 돌려 버림으로서, 죽은 사람은 있으나 죽인 자는 없는 기가 막힌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산업연맹은 재판부의 판결이 있은 날 바로 판결의 부당함을 성명서를 통해 알리고 항소하였다.

2006년 11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하중근 열사의 사망사건에 대하여 경찰의 과앙진압을 지적하면서 경찰의 집회ㆍ시위 강제 해산 과정에서 열사가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인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또한 당시 포항건설노조 집회 과정에서 경찰이 방패를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사용하여 목이상의 안면부나 뒷머리를 가격당한 부상자가 다수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소화기를 시위대쪽으로 분사하여 연막상태를 조성하고 진압봉ㆍ방패 등을 휘둘러 다수의 시위 참가자가 얼굴과 머리 등 신체중요부위에 부상을 입은 사실과 강제해산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점도 함께 인정했다.
이에 건설산업연맹은 지속적으로 하중근 열사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인 경찰청장을 처벌하고 유가족에게 배상할 것을 요구하여 왔고, 현재 국가 배상 재판을 진행 중이다.

과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과정에서 수많은 열사들이 경찰 공권력의 폭력에 희생당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리고 2006년 7월 “건설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건설현장에 식당, 화장실과 탈의실을 만들어 달라”고 외친 너무도 소박한 요구를 경찰은 폭력과 살인으로 짓밟았다.

하중근 열사는 분명 경찰의 집단 폭력에 의해 사망했다. 그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범죄자와 책임자를 단죄해야 하며, 유가족에 대한 국가 배상도 당연하고도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재판부는 법복 아래 진실을 숨기는 이전과 같은 과오를 다시 저지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08년 11월 19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