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의견 배제, 적정공사비는 안중에 없어"
건설사업비 30% 절감에만 초점


정부가 건설산업 선진화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건설노동자의 의견은 배제하고, 적정공사비보다 사업비 절감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위원장 김종훈)가 30일 건설회관에서 개최한 1차 공개토론회에서 이러한 지적이 나왔다.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는 지난 5월 학계·연구기관·업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됐으며, 연말에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그동안 발주, 보증, 업종·업역, 설계·엔지니어링, 공공사업 효율화, 건설산업 투명화, 마스터플랜 분과 등 총 7개 분과로 나눠 중점 추진과제를 발굴해 왔다. 민간 중심이긴 하지만 국토해양부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위원회의 제안이 정책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CM' 도입 등 발주방식 다양화

위원회는 건설산업 선진화의 3대 목표로 △건설시스템 혁신을 통한 건설사업비 30% 절감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4대 건설강국 진입 △투명한 건설문화 정착을 내세웠다. 이를 위한 5대 전략으로는 △세계 일류 산업기반 조성 △공공발주시스템 혁신과 건설프로세스 효율화 △설계·엔지니어링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중소기업 전문화와 성장 지원 △투명성 제고와 부패 척결을 내세웠다.
이상호 위원회 마스터플랜분과 연구책임자는 “공공발주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발주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례로 든 것 중 하나가 건설사업관리자(construction management)의 도입이다. 발주자가 일반건설업체가 아닌 전문건설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시공을 하고, 중간에 건설사업관리자(CM)가 설계감리와 원도급자 역할을 하면서 사업관리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발주자 → 일반건설업체(원청) → 전문건설업체(하청)'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에서 원청을 제외해 공사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일반건설업체들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

건설규제 10분의 1로 축소

가칭 ‘건설산업통합법’을 제정해 현재의 건설규제를 10분의 1로 축소하겠다는 방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상호 분과장은 “증권거래법과 선물거래법 등 7개 증권 관련법을 하나로 통합해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한 것처럼 복잡한 건설관련법을 통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종합과 전문의 영업범위를 폐지하고 하도급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김응일 서천건설 대표이사는 “종합건설업체끼리의 하도급을 허용할 경우 영세한 전문건설업체는 고사할 것”이라며 “하도급 관련 규제는 제대로 작동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선진화”라고 주장했다.
심순보 신성엔지니어링 부회장도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계약법 등을 바꾸지 않고는 글로벌 스탠더드는 어림도 없다”며 “국토해양부 공무원 출신이 아니면 제대로 된 공사를 수주할 수 없는 게 현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공공사에 대한 입찰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자 배제된 선진화, 법적 근거도 논란

김승환 건설노조 정책국장은 “건설의 주체인 노동자들이 있는 노조가 위원회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선진국에서는 보통 노조가 이런 선진화위원회에 꼭 참가하는데 위원회가 후진화돼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또 “위원회가 어떤 법적 근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냐”고 지적했다.
경기도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업비 30% 절감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목표를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의견수렴을 거쳐 연말까지 선진화방안 최종안을 마련한 후 내년부터 법·제도 개선에 착수해 2020년까지 민관 합동 혁신운동으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펌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