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여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정부 및 대국회 정책건의문


이명박 정부는 지난 8.21 부동산대책, 9월 9일 국민과의 대화, 9.19 부동산대책에서 연이어 고가 ․ 다주택 소유자를 위한 곧 부자들을 위한 정책, 친재벌, 친기업 정책을 쏟아 내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와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 정책은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고, 특히 투기적인 부동산 거품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결코 서민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못되며, 사회 양극화를 확산 시킬 뿐 아니라 머지않아 매우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건설산업연맹은 건설산업이 경제를 살려나가는데 파급력이 큰 산업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올바른 방향에서 건설경기가 활성화되면 가장 어려운 처지에서 고통받고 있는 건설노동자의 일자리 창출에도 일정하게 도움이 되리라는 점도 주목합니다. 적정한 낙찰가가 보장되어 그것이 올바르게 공사비로 투여되어야 하고, 건설노동자의 기술과 기능이 잘 펼쳐질 때 튼튼하고 질 좋은 건설생산물이 나오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방만하고 부실한 운영을 일삼는 건설사에 대한 원칙이 수립되지 않고, 사기꾼과 페이퍼 컴퍼니가 난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건설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선결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책들은 건설경기를 끌어올리지도 못하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어서, 결코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의 실현과도 거리가 멀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일제시대의 잔재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부산물이기도 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너무나 만연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무분별하게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해 왔고 그 결과 건설사에게 공공 공사는 건설산업의 자부심을 표현하기는커녕, ‘실적용’이고 코 앞의 ‘현금공급용’ 수단 정도로 전락하였습니다. 한편 그 반대 급부로 민간공사에서는 분양가를 가능한 최대한 올려 ‘수익’을 내야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건설사는 원청 시공사나 전문건설업체를 가리지 않고, 공공 공사든 민간 공사든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손해와 적자’를 밑으로, 밑으로 전가시키면서 갖은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 불이익을 감당하는 마지막 단계에는 전국 200만 건설노동자가 있습니다.

그 동안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수없는 문제 제기와 여러 차례 공청회, 토론회에서 문제점이 공론화되었으며, 건설산업연맹 소속 조합원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있어, 마침내 2007년 건설현장 불법 다단계 하도급의 법적, 제도적 근거로 악용되어 온 <시공참여자 제도>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전문건설업체들은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가 부당하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법, 편법 재하도급을 강요하면서 이를 받아들이는 노동자(팀)만 일을 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장 힘들다는 건설현장의 육체노동을 하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건설노동자들에게서 한탄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너무나 힘든 육체노동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보다 나은 내일을 그리며 무던히 애를 써 보지만, 저임금과 하루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하루 2명 꼴로 사망하는 전쟁보다 더 심각한 산업재해, 열악하기 그지없는 노동조건과 전무하다시피 한 복지와 노후 대책, 그나마도 일자리가 끊길까 불안한 하루 하루의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에 사회 전반적인 심각한 실업상황에도 청년들이 건설산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뿐더러 건설노동자가 되는 것을 인생의 막장으로 여기는 현실에서, 건설현장노동자는 고령화되고 있고 이주노동자가 넘쳐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 정부의 건설정책이, 경제를 살려나가는데 파급력이 큰 건설산업에 대한 부양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게다가 자칫 그 부작용으로 건설산업의 기반을 더 교란시켜 한층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를 분명하게 전달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노태우 정권 때 투기를 조장하고 비자금을 만들어 나라와 경제를 썩게 하고 부실하게 만든 200만호 주택건설 정책의 직접적인 부작용을 상기하여야 합니다. 또한 200만호 주택건설 이후 건설경기가 급락하자, 건설사들이 보유하는데 돈이 더 들어가는 건설기계 장비를 강제적으로 불하하여 노동자도, 사업자도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라 불리우는 건설기계노동자들로 내몰면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였고, 건설노동자들은 실업과 임금 삭감에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을 건설산업연맹이 결코 잊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200만 건설노동자를 대표하는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건설노동자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고자 하고 건설산업을 살리고자 한다면, 건설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건설현장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서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합니다.
1. 건설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만 일하고 휴일에는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고, 건설현장의 초법적인 근로계약 관행을 개선하고 임금을 제 때에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건설노동자들은 아침밥 굶으며 새벽부터 해떨어질 때까지 하루 10시간에서 많게는 12시간이 넘도록 장시간의 육체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휴일에 정기적으로 쉬지도 못한다. 그 결과 현장에서 일할 때 집중력이 저하되어 사망률이 가장 높고 각종 산재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뭐가 원인인지도 모른채 직업병이 생겨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설현장의 하루 8시간 노동과 일요휴무를 정착시키는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건설노동자들은 원칙과 기준이 없는 최저가낙찰제 시행, 초저가 하도급 강요 등 불공정 하도급행위가 만연되어 적정공사비가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말단에서, 가장 크게 고통받고 있다.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10년 전과 거의 같거나 오히려 낮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법이 보장하는 시간외수당(연장․야간․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초법적이고 말도 안되는 포괄임금 근로계약을 강요당해 받지 못하고 있으며, 게다가 이주노동자가 건설현장에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고통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건설업체 난립과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상시적인 임금체불이 다반사이고, 일한 대가를 2~3달 뒤에 받는 임금유보(일명 쓰메끼리)로 고통이 더 가중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정 공사비가 보장되는 입낙찰구조 개선, 불공정 하도급행위 근절, 불법 다단계하도급 근절, 포괄임금제 적용 금지, 임금 적시 지급 감독, 발주처 및 원청시공사의 임금 직불제 확대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 및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하루에 8시간만 일하고 휴일에 정기적으로 쉬도록 하며, 일한 임금을 제 때에 제대로 받아 건설노동자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면, 건설현장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건설노동자로서의 직업전망을 가지고 유입되고 기꺼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건설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살리는 최우선적인 방책이다.

- 건설현장 하루 8시간 및 주40시간 노동제 실시 관리감독 강화
- 연장 및 휴일근로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대표 사전 동의 제도화
- 변형된 형태의 불법 하도급인 성과급제 폐지 및 생활임금 보장
- 포괄임금계약 금지, 임금체불 및 임금유보 근절, 원청 직불제 확대 등 제도적 장치 마련

2. 최저가 낙찰제에 의한 일자리 감소, 노동조건악화를 막아낼 수 있도록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를 축소하고 건설기술자․기능인 보유현황 등 기술력 중심의 공정하고 투명한 입낙찰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여야 한다.

무차별적인 가격경쟁중심의 현행 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최저가공사에서도 일정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대형건설업체의 시장지배력만 강화되었다. 이는 10위 이내 초대형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지난 06년 30%에서 07년 47%로 늘어났다는 최근 언론보도에서 잘 드러난다. 반면 중소건설업체들과 전문건설업체들은 건설경기침체와 수주기회 축소로 줄줄이 부도에 처할 위기에 놓여 있다. 최근 표준품셈 하향화, 실적공사비 확대적용으로 정부의 공사원가산정이 매우 빠듯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저가 낙찰제와 적격심사제 방식의 현행 입낙찰제도는 과거의 실적에 대한 양적평가와 형식적인 기술능력 평가체계 중심으로 되어 있어 업체선별기능이 미흡하다. 이로 인해 무자격 부실업체가 대거 양산되었고 건설업체간 과당 경쟁이 유발되어 대다수 중소건설업체들은 PQ(입찰참가자격제한 사전심사기준) 점수를 따기 위한 실적용으로 적자시공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로 인한 고통이 건설현장에서 정직하게 땀흘려 일하고 있는 건설노동자에게 무책임하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겠다는 명목으로, 하도급업체에서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는 미숙련의 이주노동자만 고용하고 있어, 건설기능인력이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등 건설산업의 기반 자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정책은 기술력이 있고 견실한 중소건설업체를 대거 육성하고,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진출할 수 있게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에게 고통이 전가되지 않도록 원칙과 기준을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적정한 공사비가 보장되고, 건설기술자 및 기능인을 많이 고용한 견실한 건설업체의 수주가능성을 높이는 기술력 중심의 공정하고 투명한 입낙찰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또한 이런 제도도입 기반구축을 위해 건설기능인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 축소, 적정가 입낙찰 보장 및 관리 기준 강화
- 공사 업종별․규모별 배치기준에 건설기능인력 필수 보유인원 제도화
- 건설관련 기능사 자격 현실화, 외국인 취업 시 안전 및 관리 기능 강화
- 공공기관에 의한 건설기능인 경력관리체계 구축
- 건설관련 기능사 보유 인원수에 따른 PQ 가점부여
- 건설노조 기능학교를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에 의한 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로 인정 및 지원

3. 건설현장 노동조건 악화와 건설공사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완전 근절하고 건설노동자 직접 고용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건설현장의 상시적인 임금체불, 산재사망사고 다발, 장시간 중노동 만연, 불법 비자금 조성 등 건설현장의 각종 병폐의 근원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다. 건설업체들은 불법인 다단계하도급을 시공참여자 제도를 통해 합법적인 것처럼 악용하고 있었다. 그 폐해가 고스란히 건설노동자에게 전가되었고, 지난 십수년 동안 울산, 대구, 포항, 안산 등 전국 각지에서 건설노동자들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과 시공참여자제도 철폐를 요구하며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였다.

또한 건설노사는 물론이고 정부와 국회를 포함한 여러 차례의 공청회, 토론회에서 문제점이 공론화되면서, 마침내 2007년 건설현장 불법 다단계 하도급의 법적, 제도적 근거로 악용되어 온 <시공참여자 제도>가 폐지되었다.

그런데 최근 전문건설업체들은 폐지된 시공참여자 제도를 부활시키기 위해 건설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면 생산성 저하, 공사원가상승, 부실시공 유발 등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공사비 누수 방지를 통한 노동조건 개선, 부실시공 및 산재사고 예방 등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를 애써 무시하는 언어도단일 뿐이다.

왜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선진국의 건설업체와 비교하여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가? 바로 선진국의 건설업체들이 건설기능공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에 있어서 시공분야의 기술혁신은 뛰어난 능력과 수많은 경험을 가진 기술자와 기능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검증된 진리이다. 시공참여자 제도를 되살리라는 주장은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이고, 대놓고 불법과 탈법을 조장하겠다는 선언일 뿐임을 분명하게 자각해야 한다.

오히려 일반면허업체 또는 전문건설업체에 의한 건설노동자 직접 고용을 법,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해야 하며, 직접시공제를 확대하여야 한다. 정부는 건설업계의 나름의 고충에 대해서는 건설기술자․기능인 보유인원수에 따른 세제감면 등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한 다양한 제도장치 마련
- 직접시공제 대상공사 300억미만 공사로 확대
- 건설기술자․기능인 보유인원수에 따른 세제감면

<맺으며>
200만 건설노동자의 대표체로서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건설노동자의 이름으로 정부와 국회에 위와 같은 정책이 조속히 반영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건설산업연맹은 위 사항 외에도 건설산업에 당면해 있는 여러 과제에 대하여, 진실로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 지, 건설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정부, 국회와는 물론 건설업계와 언제라도 대화와 논의의 장에 나설 것임을 밝힙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각 건설업계에서 건설산업연맹의 정책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반영되도록 노력하여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2008년 10월 7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