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이 단물 빼먹고 씹다버리는 껌인가?

계룡건설(상진건설)은 대구건설노동자와의 약속을 지켜라

한국의 건설산업은 아무리 법이 개정되어도 여전히 다단계하도급구조에서 생기는 문제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인가. 낙후된 건설현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건설현장으로 건설현장의 이미지를 바꿔내겠다는 건설노동자의 희망과 바람이 하도급구조속에서 다시 한 번 짓밟혔다.

지난 9월1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는 대구 진천동 아파트 현장(원청:계룡건설 , 하청: 상진건설)에 대한 노동쟁의 조정신청 본조정을 진행하였다. 이날 지노위는 주요쟁점사항이었던 임금과 노동시간을 지난 8월1일 대구지역건설업체와 맺은 임단협과 동일하게 하자는 조정안을 내놓았고 상진건설과 건설노조가 조정안을 수락함으로써 2개월에 걸친 임단협은 마무리가 되는 듯 하였다.

하지만 조정안에 대한 수락이후 임단협 조인식을 앞두고 상진건설은 일방적으로 임단협 무효선언을 하였고,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벌이던 현장조합원 46명을 해고 통보하였다. 우리는 임단협 무효선언과 46명에 대한 해고통보가 상진건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건설현장의 먹이사슬 구조에 익숙해진 하도급업체 상진건설이 원청사의 눈치를 보며 원청이 시키는데로 복종한 결과이며, 철저하게 건설노동자의 권리와 요구를 짓밟을 때만이 원청으로부터의 공사수주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진건설의 얄팍한 수단이었음을 직시하고 있다.

문제는 악질 건설자본인 계룡건설이다. 최저가 낙찰제도의 허점과 하도급 먹이사슬구조에서 이익을 내고 노동자의 등골을 쥐어짜 먹고살겠다는 전형적인 악질자본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건설현장에서의 하도급업체는 원청의 그늘에서 아무런 권한이 없다. 조정안을 수락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대구노동청의 수차례 설득도 무시하고 수십명의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해고해버릴 배짱이 일개 하도급업체가 벌일 수 있는 작태이겠는가?
지금도 늦진 않았다. 계룡건설은 [책임을 다하는 기업, 계룡건설]이라는 기업슬로건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여야 할 것이다.
기업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계룡건설과 상진건설은 이제 곧 우리 건설노동자의 힘과 투쟁을 통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2008년 10월 4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