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005년 울산건설플랜트노조 3보1배 행진 탄압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성 인정을 환영한다.
경찰, 검찰의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공권력 집행과 노조 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

7월 10일 대법원은, 2005년 5월 23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개최된 (구)건설운송노조 신고의 옥외집회에 울산플랜트 건설노동자 600여명이 참석하여 3보1배 행진한 것에 대해, 경찰과 검찰은 미신고집회라며 참가자를 전원 연행하고 간부 및 조합원 30여명을 기소한 사건에 대해 지난 1, 2심에서 유죄를 인정하였던 원심 판결을 파기함으로서 사실상 무죄임을 선고하였다.

2005년 5월은 불법다단계 하도급의 굴레에 화장실, 식당, 탈의실도 없이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는 울산지역 건설노동자들이 극악한 노동조건을 바꾸기 위해 떨쳐 일어난 총파업투쟁으로 대한민국이 들썩 거렸던 시기였다. 당시 검경과 SK 등 건설자본은 울산 건설노동자들의 총파업을 분쇄하기 위해 압수수색 및 강제연행, 지도부 구속, 손배․가압류 등 온갖 탄압을 자행하였다.

이런 억울한 사정을 서울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5월 23일 같은 건설산업연맹 산하조직인 (구)건설운송노조에서 합법적으로 신고한 집회에 참석하여 3보1배를 진행한 것이었다. 검경은 “건설운송조합원보다 울산건설플랜트조합원들이 더 많이 참석하였으니, 이 집회는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집회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집회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시법을 위반한 것”이라 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원심 파기 판결은 이를 미신고집회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1심 및 2심 법원도 경찰의 자의적인 공권력 남용과 불법성을 직시하지 않고, 30명 이상의 노동자들에게 100만원 내외의 벌금을 부과하였다. 대법원에 항소한 건설산업연맹 및 주요 간부를 제외한 울산의 노동자들은 억울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이미 벌금을 납부한 상태이다.

육체적인 고통을 동반하는 3보1배를 통해 국민들에게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하고 억울한 현실을 알려 보겠다는 순박한 건설노동자들의 마음을 경찰은 강제연행을 통해 짓밟았다. 또한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검찰, 경찰의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공권력 집행으로 인해 정당한 노조 활동이 심각한 탄압을 받았다. 게다가 하급심 법원들의 오판으로 벌금까지 납부해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보았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최근 촛불 집회에 대해 경찰의 자의적이고 불법, 폭력적인 공권력 남용을 목도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한국에서 헌법 상의 권리인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있고 사실상의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고, 또한 노사 관계에 있어 노조 탄압에만 공권력을 들이대는 반민주적인 검경의 작태를 똑똑히 드러내는 것이라 할 것이다.

건설산업연맹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한 번 경찰, 검찰의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공권력 집행과 노조 탄압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성 인정을 환영한다. 또한 파기 환송심에서도 대법원의 원심 파기 취지가 훼손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부는 경찰과 검찰 등의 공권력도 국가와 기관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인권과 노동기본권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국민이 부여한 것이라는 점을 망각하지 말라.


2008년 7월 16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