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3월25일] 건설일용노동자가 체불임금을 요구하다 시공업체 현장소장 폭행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강원건설기계지부 이철복 조합원(남·45세)이 21일 시공업체인 드림종합건설 현장소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4일 끝내 사망했다.

이철복 조합원은 원청인 대해개발이 발주하고 드림종합건설과 하청업체인 양지건설이 시공한 헬리오스텔 공사현장(강릉시 포남동 청송아파트 인근 농협 옆)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철근 노동자로 일해 왔으며, 체불임금을 요구하다가 현장소장 폭행으로 사망했다.

지난 21일 낮 시간 이철복 열사를 비롯한 강원건설기계지부 조합원 5~6명이 대해개발 사무실에 찾아가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격분한 시공사 드림종합건설 현장소장 김OO씨(40대 중반)가 휘두른 폭력에 의해 이철복 조합원이 사망한 것이다.

현장소장 김OO씨가 집어던진 철제의자에 임금 지급을 요구하던 이철복 열사가 어깨를 맞았고, 함께 간 조합원들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대형 쇠 스탠드 옷걸이로 이 열사 옆구리 쪽을 강타했다.

어깨와 옆구리를 둔기로 심하게 가격당한 이철복 조합원이 고통을 호소해 근처 동인병원으로 갔으나 병원 측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후 현장소장 김OO씨가 숙소로 찾아와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식당에 가서 술을 한 잔 마셨다.

다음날인 22일 이철복 조합원이 점점더 극심해지는 고통을 호소하자 동료들이 아산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여기서도 의사가 없어 치료할 수 없다며 춘천 한림성심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춘천에 도착한 이철복 조합원은 곧바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이틀 뒤인 24일 세상을 떠났다.

헬리오스텔 건설현장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현재까지 형틀목수, 철근 노동을 하던 건설일용노동자 40여명에 대해 총 2억원에 달하는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에게 회사는 3월9일 노사협약을 통해 3월20일까지 임금을 일괄 지급키로 약속했으나 이행치 않았고, 현장소장은 이철복 조합원을 폭행해 사망케 했다.

체불임금을 요구하던 건설일용노동자가 현장소장 폭행에 의해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경찰 대응은 더 기가 막히다. 경찰은 이철복 열사 사망 직후 유족에게 접근해 시신을 원주로 이송해서 부검할 것을 제안했다. 건설노조가 유족 면담을 통해 장례를 포함해 이후 모든 방안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경찰이 다시 개입해 25일 결국 시신 부검을 해버린 상태다.

건설노조는 현재 이 문제 관련 논의 중에 있으며 며칠 뒤 부검결과가 나오는 대로 현장투쟁과 법적 대응을 통해 건설자본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등을 촉구함으로써 현장 실사와 그에 상응한 대책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도 강원본부와 강릉시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대위를 구성, 적극 대처키로 했다.

한편 3월20일 체불임금 전액을 지급키로 했다가 약속을 어긴 사측에 항의하던 중 현장소장 폭력에 의해 이철복 조합원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자본은 또다시 지급 약속을 이행치 않고 있어 강력한 비난을 사고 있다.

사측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지키지 않았다. 지난 20일 지급키로 한 임금을 줄 수 없다며 25일 지급하겠다고 미뤘지만 정작 25일이 되자 또다시 약속은 파기됐다. 회사가 임금지급을 확약하고 이행치 않은 것이 지금까지 아홉 번 째다. 임금체불과 동료조합원 사망으로 분노가 극에 달한 조합원들이 회사에 대해 결사투쟁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혁병 전국건설노조 강원건설기계지부장은 “철근 노동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피땀 흘려 일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했는데 악독한 건설자본은 돈을 주기는커녕 멀쩡한 사람을 때려죽여서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분개하고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임금지급 약속을 또다시 파기한 건설자본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분노와 울분을 느낀다”며 “우리는 강력히 항의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며 다시는 건설현장에서 이런 불법과 폭력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 지부장은 “고 이철복 조합원이 교섭자리에서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못한 것도 없이 현장에서 하대받고 무시당하고 폭력을 당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현장에서 건설일용노동자에 대해 행해지는 사측 관리자들 행태를 제기했고, 회사측 사람들이 이철복 조합을 향해 ‘평소 술을 많이 마신다’고 불만을 드러냈을 때, 제가 나서서 ‘이철복 반장님, 안전문제도 있는데 술 드시면 됩니까?’라고 질책하듯 말한 것이 너무나 후회되고 가슴이 아프다”며 통분을 금치 못했다.


■이철복열사 사망경위

-2007년 11월 헬리오스텔 신축공사 시작
-2007년 12월~2008년 3월 현재까지 40여명 건설일용노동자 총 2억여원 임금체불, 건설현장 내에서 산업안전법, 근로기준법 지켜지지 않음, 건설자본 관리자들 폭언과 욕설 난무, 조합원들 체불임금 지급 요구에 대해 원·하청은 임금을 지불키로 약속하고도 6~7회에 걸쳐 미뤄옴. 임금체불로 조합원들 지난 설 고향에도 가지 못함.
-2008년 3월9일=원청인 대해개발·시공사인 드림종합건설·하청업체인 양지건설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체불임금 전액을 2008년 3월20일에 일시불 지급키로 노사협약 체결
-3월20일=건설자본은 체불임금 지급약속 이행하지 않음→노사협약 위반
-3월21일=지급약속 어긴 건설자본 대해개발 사무실을 찾아가 체불임금 요구하던 중 드림종합건설 현장소장 김OO씨가 철제의사를 던져 이철복 조합원 어깨를 강하게 맞음. 동료조합원들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장소장 김OO씨는 또다시 대형 수직 옷걸이로 이철복 열사 옆구리를 강하게 내리찍음. 열사는 고통을 느꼈고 인근 동인병원으로 갔으나 병원사정으로 그냥 숙소로 돌아감. 현장소장 김OO씨가 숙소로 찾아와 사과.
-3월22일=이철복 열사가 고통을 호소하자 동료들이 아산병원으로 옮겼고 이곳에서도 치료가 안된다며 춘천으로 갈 것을 권고함. 춘천 한림성심병원으로 긴급 후송. 의식불명 상태에 빠짐.
-3월24일=오전 중 사망. 갈비뼈 부러지며 장을 압박해 출혈 생겼고 장파열 등으로 사망.
-3월25일=경찰이 유족과 합의해 부검 실시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