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의 부패 권력자 사면은 씻지 못할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 대선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았던 노무현 정권이 자성하는 기색 하나 없이 마지막까지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 쓴 채 퇴장하는 길을 선택했다. 12월 31일 단행된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사면은 이전 6차례의 특별사면이 그랬듯이, 비리 재벌,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기위한 정략적 사면이었다.

이번 특별 사면자 명단에 오른 75명 가운데 51명이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권력형 범죄자’ 들이었다. 특히 2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분식회계와 사기대출로 1997년 IMF 사태를 초래했던 김우중을 비롯한 대우그룹 임원 8명이 포함되어 있다.

정치인 가운데는 2002년 대선 불법 대선자금 수수건으로 사법 처리된 전 민주당 대표 한화갑, 노 대통령의 측근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최도술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2월 특사로 사면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불과 몇 개월 안 돼 복권을 받게 됐다.

이들의 특징은 대다수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 값을 제대로 치르기는커녕 감옥생활 조차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구속노동자 공동행동)과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노무현 정권을 향해 목이 터져라 ‘양심수 석방’을 외쳐왔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이번에도 많은 시민들의 간절한 바램을 외면했다.

무려 700여명에 이르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구속자, ‘일심회 사건’ 등 노무현 정권 들어 발생한 국가보안법 구속자, 오산 수청동에서 강제철거에 맞서 싸우다 구속된 철거민,한·미 FTA 반대 집회 때 구속된 노동자,농민 등 부당하게 구속 돼 몇 년째 감옥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양심수들이 이번 사면에서 대거 제외 되었다.

그나마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황우찬 민주노총 포항시협 의장이 만기를 몇 개월 앞둔 상태에서 석방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포항건설노조 파업투쟁 과정에서 구속돼 실형을 살고 있는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8명 가운데 7명, 한국노총의 ‘노사관계로드맵 야합’에 항의하다 구속된 변외성 씨는 석방하지 않고 잔여 형기의 절반을 감형하는데 그쳤다.

상식을 가진 정권이라면, 인권의 관점에서 당연히 억울한 구속으로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 양심수들을 배려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잇따른 ‘권력형 범죄자’ 사면에 대한 세간의 따가운 여론을 피하기 위해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노무현 정권이 저지른 사면권 오남용은 노동자,서민들의 삶을 파탄 낸 한미FTA,비정규악법 등 신자유주의 정책과 더불어 영원히 씻지 못할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돈과 권력 있는 자들은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생존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노동자,서민들은 ‘불법’으로 몰아 구속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더 이상 정당성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제 공은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에게 넘어갔다. 온갖 부패,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반 노무현 정서’ 때문에 어부지리로 권력을 차지한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다.

양심수 문제는 그 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이명박 정권은 더 이상 부당하게 구속되는 양심수가 없도록 인권 보장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감옥에 갇혀 있는 모든 양심수들을 석방하는 일부터 추진해야 한다. 만일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정권처럼 양심수 석방을 바라는 간절한 민심을 외면한 채 민주주의와 인권탄압을 계속한다면 정권의 종말을 더욱 앞당겨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2007. 12. 31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
구속노동자후원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주노동당,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실천시민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노총전국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한국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