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메끼리’ 임금, 건설노동자 다 죽는다 (2007-12-10 21:07:41)
30일에서 45일까지 임금체불 상시화...고질적 관행, 근로기준법 위반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건설현장에 만연된 연쇄적 임금체불(유보임금, 속칭 ‘쓰메끼리’)로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 생활고가 가중돼 생활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유보임금이란 임금을 제 때 주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건설현장에서는 아주 오래된 관행이다. 하루 일당으로 먹고사는 건설노동자들은 유보임금 때문에 일당을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서 빌린 돈 때문에 항상 빚더미 위에 앉아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경기도 성남 판교 택지지구에서는 대한주택공사가 발주해 아파트 신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건설지부는 이곳 7개 현장에서 2백여명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부터 연쇄적 임금체불(유보임금) 해결에 관한 일체 권한을 위임받아 유보임금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11월 한 달 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노동을 제공한 최초 시점에서 평균 30~45일 정도치 임금을 유보금 명목으로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르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되,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대한주택공사 발주 현장은 물론 전국 건설현장에 만연돼 잇는 유보임금은 명백히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

유보임금은 건설현장 임금 지급 방식에서 비롯된다. 발주처는 원청업체에 1개월 단위로 진척된 작업물량을 기준으로 노무비가 포함된 일체 비용을 공사비용을 지급하고, 원청업체는 이 공사비용을 받아 5~10일 정도 지나서야 하청 협력업체에게 각 해당 작업물량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달 또는 두 달 이상 임금이 연쇄적으로 체불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유보임금을 근절하려면 하청 협력업체는 발주처와 원청업체 공사대금 지급 방식과 관계없이 매월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발주처인 대한주택공사는 진척된 공사물량에 상관없이 노무비를 매월 2회 지급해야 한다.

전국건설노조는 성남 판교 택지지구 대한주택공사 발주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을 비롯한 모든 건설현장에서 유보임금을 근절시키기 위해 모든 법적 제도적 대응과 노동조합 차원 강력한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또 성남 판교 택지지구에서 만성적으로 임금 체불이 발생한 현장에 대해 노동부 고소고발 및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한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전국건설노조는 12월11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주택공사 본사 앞에서 ‘연쇄적 임금체불 촉구와 대한주택공사의 무책임 경영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성남 판교 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폭로하고 이로 인해 겨울 생계가 막막한 건설노동자들 생활실태를 전한다.

▶유보임금이란=제조업 공장이나 여타 일반적 상황에서는 월급을 받는 날이 정해져 있다. 예를들어 9월에 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9월말경 고정된 날짜에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는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져 오고 있는 ‘임금지급구조’가 있다. 일명 ‘유보임금’이라고도 하고 ‘쓰메끼리임금’이라고도 한다. 9월에 일한 대가를 한 달이 지난 10월에 받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돼 10월분 노임은 11월에, 11월분 임금은 12월에, 이렇게 한 달씩 밀려서 받게 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 세 달치씩 밀려서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
극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은 임금이 제 때 나오지 않아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정된 임금으로 계획된 지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형편이다.

다음은 실제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임금을 일명 ‘유보임금’이란 명목하에 상시적으로 임금체불을 당하고 있는 구체적 사례다.

사례1=전문업체에 직접 고용된 A씨(61세)는 8월9일 일당을 45일이 지난 10월24일에야 받을 수 있었다.


사례2=8월13일부터 철근 일을 하던 B씨(44세)는 30일이 지난 9월21일에야 첫 일당을 받았다.


사례3=목수 일을 하는 C씨(52세)는 9월 7일 임금을 10월9일까지 받지 못했다.


<펌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