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열사, 모란열사묘역 안장 (2007-11-14 06:57:01)

[1보/07:00//11월14일] 가족들 오열..."아이고, 내 자식…"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에 차려진 고 정해진열사 빈소는 눈물로 젖고 있다. 이른 아침, 가족들이 나타나 열사 앞에서 오열을 터트린다.

평생 열사는 전기노동자로 살다가 자본의 악랄한 노동탄압에 맞서 분신항거했다. 지난 10월27일 인천 영진전업 파업현장에서 '(인천전기원)파업투쟁 정당하다, 단협체결하라, 유해성을 구속하라'며 몸에 불을 그은지 18일째, 열사는 마침내 '동지와 가족의 곁'을 떠나야 한다.

가족들이 통곡한다. "아이구 어떻게 해,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한테 있을 수 있나, 아이구 아까워..." 땅을 치며 쉼없이 눈물을 흘린다.

장례식장을 찾은 이태영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현재 심경을 묻자 "뭐라고 말 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며 "정말 어디가서 한풀이, 분풀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열사와 함께 현장에서 일하고 파업투재을 벌이던 한 지인은 "막상 문제가 해결되고 열사를 보내려니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며 "사장이란 자들이 진작에 요청을 받아들였으면 아까운 생명이 저렇게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눈물을 적신다.

장례일정은 14일 오전 8시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 앞 발인제, 9시 민주노총 앞 영결식, 11시30분 영진전업 앞 노제에 이어 오후 2시30분 마석모란공원 열사묘역에서 하관식을 거행한다. 말없이 바라보는 열사의 침묵이 산자들을 흔들어 깨운다.

[2보/08:19] 정해진 열사 '관 운구'

열사 빈소는 그의 따스한 온기와 성스러운 투쟁을 기억하고 추도하는 이들의 슬픔으로 젖고, 그 곁을 오가는 이들의 시선은 이내 땅으로 떨어진다. 발인을 5분여 앞둔 시각, 각 차량에는 열사 열정이 부착됐고, ‘파업투쟁 승리, 노동열사 정해진’이라는 큰 글귀를 적은 대형 명정, 하얀 국화다발 등이 마련됐다.

아침 8시 현재, 현장에는 한상렬 진보연대 공동대표, 이규재 범민련 의장, 이태영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 진영옥 수석부위원장, 원학운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 박인숙,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김용환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백석근 전국건설노조 위원장 등 열사의 ‘동지’들, 민주노총 산하단체 성원 등이 그의 마지막 길을 지키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신라호텔 앞에서 ‘한미에프티에이 저지’를 외치며 산화한 허세욱 열사, 그가 일하던 한독운수 ‘동지’들 전원도 빈소를 찾았다. 허 열사도 정 열사가 누워있는 이곳에서 영면했다.

전체 장례일정은 아침 8시10분 발인(한강성심병원), 8시40분 영결식장으로 이동, 9시 영결식, 10시20분 노제장소로 이동, 11시20분 노제, 12시10분 마석 모란공원으로 이동, 13시20분 장지도착 및 하관식 준비, 14시 하관식으로 이날 전국노동자장으로 치러지는 열사 장례식은 마무리된다.

아침 8시19분, 열사 관이 빈소로 운구됐다. 관은 하얀 광목천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저기서 통곡이 터진다. 열사 모친은 수시간 동안 통곡을 멈추지 않는다. "어이구, 내 자식 어떻게 해..."

“열사의 뜻을 기억하며 묵념하겠습니다...” 아침 8시20분 서울 한강성심병원 정해진 열사 발인제가 시작됐다.

빈소 바로 앞쪽에는 열사의 부친과 삼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들 주변으로 빈소를 에워싼 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외친다. 8시23분 호상인 조병규 인천지부장, 석원희 인천지역 전기분과장이 제배를 지낸다. 치밀어 오르는 슬픔과 분노같은 것들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호상 뒤를 이어 '열사정신계승' 검은 머리띠를 질끈 동여 맨, 장례위원장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제배를 올린다. 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 백석근 건설노조 위원장 등 장례위원들, (인천지역)전기분과 조합원 동지들이 그 뒤를 따라 합동제배를 드리고 있다. 8시30분 마지막 제배가 이어지고 있다. 합동제배를 마치면 영결식장으로 행진, 이동한다. '영결식'은 '민주노총' 앞에서 거행된다. <특별취재팀>

[3보/08:50] 정해진열사, 민주노총 도착…영결식 거행

정해진 열사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했던 민주노총 앞에 도착했다.

“지금부터 노동열사 정해진 동지 전국노동자장 영결식을 거행하겠습니다.” 8시54분 영결식이 시작됐다. 열사 이름 앞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뜻을 모아 ‘노동열사’라는 칭호를 더했다. 한 평생 가냘픈 몸 하나로 쉼 없이 일하고, 거대자본 권력에 맞서 민주노총을 지키려 했던 노동열사 정해진, 그의 못다한 염원을 희망으로 바꾸려는 산자들이 그를 지키고 있다.

아침 9시 정각, 석원희 인천지역 전기분과장이 정해진 열사의 약력과 투쟁 경과 보고와 함께 장례대책위원장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사,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가 이어지고 있다. 아침 10시 현재, 조사와 추모시 낭송, 추모곡, 진혼무, 유족인사 등을 마치고 '그의 동지'들이 피를 뿌리며 희망세상을 찾던 정해진 열사에게 헌화하고 있다. '희망을 찾고 만들려는' 산자들이 눈물을 뿌리며 '열사'를 찾고 있다.

헌화 의식을 마치면 정해진 열사가 분신한 인천 부평 영진전업사 분신 장소로 옮겨 노제를 지낸다. 명정이 영결식장을 떠나고 있다. <특별취재팀>

◆정해진 열사 부친/정윤성님=바쁘신데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잠시 기도를 올리겠다. “성부와 성자와...수일전 제 자식이 세상을 떠났다. 악덕업자들이 하는 행태를 견디다 못해 고귀한 생명을 잃고 저 세상으로 가셨다.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게 되기를, 제가 주님 곁에 갈 때까지 항상 주님 곁에 제 자식이 함께 하기를...”

◆조사/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장례대책위원장)="정해진 열사에게 노동해방의 한 길을 달려왔고 더 멀리 달려갈 민주노총을 바친다. 80만 조합원의 사랑을 바친다"

정해진 열사, 어제가 37년전 열사께서 똑같이 외쳤던 “근기법을 지켜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외치고 분신하셨던 전태일 동지의 37주기였다.

어제(13일) 산에서 열사의 어머니이신 이소선 여사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해진 열사 아버님을 만나러 갔더니 아버님께서 아들이 한강성심병원에 누워있으면서도 함께 하지 못하고 경비를 서야 하는 이런 세상이 바로 남한 사회 현실”이라고 하시면서 통곡하셨다.

우리 노동자는 부자도 없고, 형제도 없는가. 정해진 열사여 부디 영면하소서. 열사 어머님의 통곡소리가 들리시나, 아버님의 침묵 소리가 들리시는가. 당신이 사랑하던 지인들의 흐느낌이 들리시는가. 이제 죽지 말고 단결해서 힘차게 투쟁해 승리하면 좋겠다. 벌써 3분의 열사가 가셨다.

자본과 정권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첫째는 제 탓이고 단결하지 못한 노동자 탓이다. 이제부터라도 단결해서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어 가자. 파업투쟁 정당하다는 동지의 마지막 절규가 안타깝다. 노동자는 생산 주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주 44시간 근기법을 지키라고 목숨을 던져야 하단 말인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허세욱 열사, 정해진 열사를 보내며 비통한 심정 숨길 수 없다. 정해진 열사, 어떻게 살아 오셨나. 산재가 만연한 현장에서, 폭염과 혹한 속에서 하루 8시간 노동 보장 받지 못하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전깃줄에 매달렸다. 작년 124명의 노동자가 산재를 당했다. 한전과 하도급 업체의 비열한 착취와 탄압은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몰아넣었다.

11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정해진 열사가 함께 하셔야 했다. 민주노총에 대하 사랑이 깊어서 노동자 탄압을 일삼던 사측에 대한 분노가 깊으셨다. 고생하는 동지들을 쉬게 하려고 천막농성장을 지키던 열사가 그립다. 열사여, 2백만 건설노동자를, 890만 비정규 노동자를 살리려고 자신을 버린 열사 앞에서 우리는 부끄러울 따름이다.

열사 유훈을 기필코 실천하겠다. 단결하겠다. 노동자는 하나다. 민주노총 80만 조합원과 1500만 노동자가 단결해 희망 숨결을 불어 넣겠다. 동지들이시여 열사 앞에서 힘차게 다짐하자. 더 이상 이렇게 동지를 보내지 않겠다고. 자본과 정권에 맞서 단결해 거대한 큰 물결 돼 착취와 억압을 이기는 역사를 만들자.

정해진 열사여 고이 가소서. 더러운 세상 다시는 뒤돌아보지 마시고 편히 가소서. 노동해방의 한 길을 달려왔고 더 멀리 달려갈 민주노총을 바친다. 80만 조합원의 사랑을 바친다. 80만 조합원 모두 권영길이 돼 대선투쟁 승리해 민주노총을 바치겠다. 정 동지의 정신을 가슴에 안고 권영길 동지와 함께 대선투쟁 승리하겠다. 빛나는 노동투쟁의 길에 80만 조합원, 1500만 노동자와 함께 걸어가겠다. 부디 영면하소서.

◆추모사/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열사여 부디 하늘나라에서 200만개의 파편이 하나로 모여 위대한 망치, 위대한 전봇대가 돼 자주민주 세상을 열어가는 역군이 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굽어보며 웃으시기 바란다”

열사가 가신 자리, 그 뒷자리에서 열사와 함께하시던 동지들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임금하락 없는 주 44시간 노동과 토요일 격주 휴무제를 실시하고 지역전기원 노동자를 우선 고용할 것이며 근로기준법을 명시해 단체협약 임금합의와 부속합의서를 체결했다.

정해진 동지, 동지가 “단체협약 체결을 하라”고, “노조를 인정하라”고 그렇게 목매이게 요청하고 그렇게 피눈물 흘리게 싸워왔던 요구사항이다. “해도해도 안 되니까 뭔 일을 저질러야 될 것 같다”고...이미 결사항전 뜻을 밝히신 소박한 내용이다. 이 단협이 체결됐다고 해서, 열사가, 1500만 노동자가 염원하는 노동해방이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사람 사는 세상에서 노동자가 이 정도는 인정받아야 그래서 살고 노동해방을 열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을 가슴에 새기자.

세상에 이런 것 하나도 해주지 않으면서, 법에도 있는 근로기준법을 37년전 전태일 열사가 요구하면서 자신의 몸을 불태웠던 것인데, 지금 정 열사가 다시 자신의 몸을 불태워서야 저들은 그렇게 했다.

이 장례식장 주변을 지나는 어떤 이들은 노조를 욕한다. 뒤집어진 세상이다. 엄중하게 제안해 보자. “당신들이 타고 다니는 저 많은 자동차들, 산 같은 배들, 기차들, 다 누구 손으로 만들고 운행되는가. 당신들이 행복을 누리는 전 전기들, 전기밥솥, 전기냉장고, 전등, 네온싸인... 다 누가 생산해냈냐”고. “저 전기선, 고압철탑선... 누가 생산해 내느냐”고.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밥, 누가 생산해내느냐”고. 바로 이런 걸 생산해내는 노동자가 살지 못하는 세상이다. 1500만 학부모에게 물어보자. “1500만 노동자가 이렇게 애절하게 요구하면서 이렇게 목숨 줄 끊어 가는데 그런데 1500만 학부모여, 당신들은 천상의 이슬을 먹고 살 귀족들로 살 것으로 돼 있냐”고 묻는다.

지금 1조원이 넘는 주식부자가 날로 늘어간다고 한다. 17명이나 된다고 한다. 날로 억대 연봉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4800만 인구 중에서 단 1%도 안 된다. 당신 자식들은 그 속으로 들어가고 99%는 천대받고 개같이 살아야 할 이 세상에, 그 들판에 가축처럼 내보내려 하는가. 노동자, 농민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노점상을 천대시하는 이 사회가 당신 자식이 살아야 할 세상인가.

정해진 열사여, 열사가 2백만 건설노동자만 제대로 했어도 그렇게 무서운 결단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선두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천대받고 가장 위험한 일을 가장 오랫동안 하는 이들이 바로 건설노동자들 아닌가. 200만개의 파편이 하나로 모여 갈 때 드디어 노동해방의 큰 깃발이 올라갈 것이다.

열사여 부디 하늘나라에서 200만개의 파편이 하나로 모여 위대한 망치, 위대한 전봇대가 돼 자주민주 세상을 열어가는 역군이 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굽어보며 웃으시기 바란다. 저희들, 신명을 다해 열사 염원을 따르겠다.

◆조사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비정규 노동자들의 한을 푸는, 함께 투쟁하는 민주노동당이 되기 위해 대선을, 총선을 치르겠다”

이석행 위원장, 오종렬 의장께서 말씀 많이 하셨다. 몇 말씀만 드린다. 보름 전 서울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을 만났다. 간담회를 했다. 그 자리에서 당 대표에게 “우리 건설노동자를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우리 건설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 아니냐. 민주노동당이 건설현장을 제대로 아느냐”고 질책하셨다.

국회의원 10명을 만들어 놓고도 2년이 지나서야 건설노동자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국회의원 1명을 배치했다. 이제 약속을 드린다. 열사들을 보내면서 반드시 앞에 비정규 노동자라는 말을 반드시 지키겠다. 비정규 노동자라는 말과 함께 반드시 비정규 건설노동자라는 말을 잊지 않겠다. 곧 대선을 치른다. 권영길 후보대신 깊은 애도를 전한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한을 푸는, 함께 투쟁하는 민주노동당이 되기 위해 대선을, 총선을 치르겠다. 늦어도 이 모든 한이 한꺼번에 분출될 수밖에 없는 2009년 대회전에서 정치부대로서의 투쟁하는 민주노동당으로서 우뚝 서겠다. 정해진 열사여 비정규 노동자와 함께 민주노동당은 그렇게 함께 하고 투쟁하겠다. 승리하는 정당이 되겠다. 고이 가소서.

[4보/10:20] 정해진 열사, 분신현장으로 이동...

영결식과 헌화 의식을 모두 끝낸 10시17분, 이제 열사는 민주노총을 떠날 순간이다. 그의 길에 함께 하려는 '동지'들이 열사 뒤을 따르는 가운데, 정해진 열사가 분신했던 인천 부평 영진전업사 분신장소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노제를 치른다.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열사 부친 정윤성 님은 "기도를 올린다"며 "악덕업자들이 하는 행태를 견디다 못해 고귀한 생명을 잃고 저 세상으로 간 제 자식을 보며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게 되기를 바란다"는 회환을 표시하며 '아들'을 보낸다. 10시20분, 노제 장소를 향해 운구차가 머리를 돌렸다. <특별취재팀>

[5보/11:05] 정해진 열사, 영진전업 분신현장 도착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영결식을 마친 운구행렬이 30여 분을 달린 끝에 부평 영진전업 분신현장에 도착했다. 영진전업 정문에서 7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열사가 몸을 태우며 "파업투쟁 정당하다, 단체협약 체결하라"며 외치며 쓰러진 곳이다. 열사의 모습을 담은 하얀 국화들이 '그 곳'에 놓여있다. 영진전업 공장문은 굳게 닫혀있다. 공장 주변에 노제를 준비하는 열사대오를 넋 놓고 바라보는 또 다른 노동자들이 서있다. 곳곳의 건물 안쪽에 사복경찰들이 무전기를 든 채 노제현장을 응시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특별취재팀>

[6보/12:00]부평 영진전업 분신현장에서 정해진열사 노제

장례물품을 실은 차량이 뒤늦게 도착했다. 11시44분 열사 유훈을 담은 명정과 영정, 만장이 분신현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유족들이 열사가 쓰러진 현장을 찾아 다시 오열을 터트린다.

'노동안전 준수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 노동시간 단축하라,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주44시간 쟁취, 노동탄압 분쇄, 불법하도급 철폐, 열사정신계승' 등의 구호가 적인 검은 만장이 들어왔다. 사람 답게 살기 위해 무수하게 짓밟히면서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몸을 불사른 한 노동자의 한이 꿈틀 거린다.

노제 사회를 맡은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이곳이 정해진 동지가 분노와 한을 남긴 분신 장소"라며 "오늘(14일) 새벽 동지를 염하고 아침 8시 한강성심병원에서 발인하고 9시에 민주노총 앞에서 영결식을 거행했다"고 오전 상황을 보고했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영진전업사 앞, 열사 한이 서린 곳에서 노제를 진행한다"며 노제 의식 돌입을 알렸다. 장례대오는 일제히 “열사 뜻 이어받아 민주노조 사수하자”는 구호를 외친다.

11시56분 민중의례에 돌입하고 석원희 인천전기원 분과장이 정해진 열사 투쟁경과를 보고했고, 원학운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과 이영규 인천시당 위원장이 조사를, 민중가수 지민주 씨가 정해진 열사 추모곡을 불렀다.

12시40분 현재, 노제 마지막 의식인 '씻김굿'을 벌이고 있다. 열사의 한을 풀고 영면의 길을 편히 떠나라고, '동지들과 유족들'이 눈물을 뿌리는 가운데 '먼 길 떠나는 정해진 열사'를 위로하고 있다. 열사가 마지막까지 서있던 노동현장인 영진전업, 이곳은 노동투쟁의 성지로 거듭날 것이다. 씻김굿을 끝으로 헌화의식 후 장지인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으로 떠난다.

13:00, 씻김굿과 헌화를 모두 마치고 정해진 열사와 장례대오는 모란묘역으로 떠나기 시작한다. 노제 현장,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고, 그의 아픔을 안고 새로운 투쟁을 다짐하지 않는 이들이 없다. <특별취재팀>

◆추모사/라상돈 인천전기원 조합원=“해진이 형...우리들 인천에서, 아니 전국에서 인천전기원들 일하는 배전현장 하면 노동자들이 정말로 일하기 좋은 현장이 되도록 열심히 싸워서 꼭 그렇게 되도록 만들께...”

해진 형, 이렇게 부르면 저 뒤 어디선가 나오실 것 같은데 먼저 하늘로 가버려서 마음이 아프다. 하늘에서 지금 이걸 보고 계시나. 형! 미안해요. 꼭 우리가 형을 그렇게 만든 것 같아, 그렇게 등 떠민 것 같아 미안하고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형 마음 알아주지 못해 미안해 형.

형, 하늘나라에서 꼭 지켜봐주시라. 우리들 인천에서, 아니 전국에서 인천전기원들 일하는 배전현장 하면 노동자들이 정말로 일하기 좋은 현장이 되도록 열심히 싸워서 꼭 그렇게 되도록 만들께요. 형, 나중에 하늘에 가서 만났을 때 형한테 미안하지 않게 꼭 그렇게 만들께요. 하늘나라에서 이 더러운 세상 다 잊고 편하고 행복하게 살아요 형.

◆조병규 건설노조 인천지역위원장(호상)=“열사가 우리에게 마지막 남기고 가신 것이 무엇인가. 꼭 민주노조 사수하고, 사람이 평등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먼저 정말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열사가 가시는 마지막 길에 함께 해주신 동지들, 정말 고맙다. 자식을 고이 키워 먼저 떠나보내는 유족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잘 싸웠더라면 이런 슬픔 없었을 것이다. 이 싸움 조직하고 함께 투쟁했던 사람으로서 정말 가슴 아프다.

그러나 열사가 우리에게 마지막 남기고 가신 것이 무엇인가. 꼭 민주노조 사수하고, 사람이 평등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저를 비롯해 인천 전기원 조합원 동지들, 남은 삶 열사 유훈 받들어 노동해방의 길, 투쟁의 길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최선을 다하자.

동지들, 이렇게 연대하고 열사 죽음을 헛되지 않게 도와주신 것처럼 인천건설지부 전기원 동지들이 떳떳하고 당당한 노동자로, 세상 주인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동지들께서 도와주시라. 정해진 열사여 이제 편히 가십시오. 보내 드리렵니다. 동지들 정말 고맙습니다.

◆조사/원학운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정해진 열사 뜻, 대동으로 단결하고 입장과 차이를 극복해 민주노조 사수하는 데에 온 몸을 바치자. 정해진 열사를 편히 눈감게 하는 우리 몫이다”

먼저 정해진 열사 앞에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이 자리에 계신 가장 가슴아파 할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정해진 열사와 함게 고락을 같이 한 전기원 동지들에게 위로 말씀을 드린다. 오늘 이 노제, 열사께서 온 몸에 불을 당긴 이 자리에서 노제가 끝나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저세상으로 가신다.

우리 마음 속에, 정말 정해진 열사가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과제를 주셨는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 37년전 미싱공 전태일 열사가 계셨다. 그 때 노동자들은, 그리고 서민과 어려운 사람들은 근로기준법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어도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았을 시기에 전태일 열사가 산화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이들을 깨워주셨다.

그리고 80년 518 민주화운동, 우리가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산 자여 따르라는 그 곡에 도청을 사수하면서 마지막 총알이 자기 머리에 박히는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6월항쟁, 노동자대투쟁은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대동단결을 요구했다. 그리고 정해진 열사게서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혹시 우리는 노동자끼리 서로 따로 놀지 않느냐고 반성한다. 업종별, 직책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식인, 현장, 노동자가 따로 놀지 않느냐, 서로 자기만 위해 살지 않느냐. 세상은 개별화 돼 있다. 정해진 열사가 “같이 단결하라”고, 그래서 잘못된 제도를 바꿔내라는 외침 속에서 우리를 다시 일깨우고 있다.

사랑하는 동지들, 이 세상에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나, 못났으면 얼마나 못났나. 혹시 내 머릿속에 남을 멸시하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나. 정해진 열사 정신, 차별을 극복하는 정신, 우리가 받아 안자. 변하자. 그것이 정해진 열사가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전기원노동자 계시다. 소중한 선물인 단협, 이제 산자들이 영원히 잊지 말고 정해진 열사 뜻, 대동으로 단결하고 입장과 차이를 극복해 민주노조 사수하는 데에 온 몸을 바치자. 정해진 열사를 편히 눈감게 하는 우리 몫이다. 분발하자. 정해진 열사 편히 가시라.

◆조사/이영규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정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들이 있다... 한국전력, 노동청, 악질 유해성, 바로 이들이 정해진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악덕자본이 있는 한 열사정신을 구현할 수 없다. 더 이상의 열사가 없으려면 세상을 바꿔야 한다”

평생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전봇대를 오르던 전기노동자들이 근기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 극복을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 “주 44시간 보장, 노조 인정하라”는 요구가 과연 누가 131일 투쟁이 될 줄로 생각했나.

정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들이 있다. 27개 배전업체 하도급을 주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원청이라는 본분을 망각한 한국전력. 1백여 건이 넘는 부당노동행위와 고소고발, 진정, 산안법 위반 등 제대로 근로감독을 실시하지 않고 사업주 편에 서있었던 노동청 행정. 주44시간 보장과 노조인정 요구를 묵살하고 노조파괴에만 혈안이 돼 있었던 27개 배전업체와 업체를 대표하는 악질 유해성. 바로 이들이 정해진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한국전력과 같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는 공공기업, 노사 평등 관리행정을 책임져야 할 노동행정이 바뀌지 않는 한 현실은 바뀌어 지지 않는다. 부평 GM대우, 대우자판 노동자들이 투쟁 중이다. 열악한 노동버스 현실 타개하기 위해 삼환버스 노조가 있다. 이랜드 뉴코아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박성수같은 악덕자본이 있는 한 열사정신을 구현할 수 없다. 더 이상의 열사가 없으려면 세상을 바꿔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으로 나가자. 정해진 동지여 편히 영면하소서. 살아남은 우리들이 동지 뜻을 받들고 반드시 실행하겠다.

[7보종합/15:25] "잘 가라...내 아들아...이별의 눈물없는 세상에서 만나자"

정해진 열사가 마지막으로 서있던 부평 영진전업사 분신현장에서 노제를 마친 장례 행렬은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여 늦게 장지인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으로 향했다.

부평 영진전업 분신현장에서 노제를 마친 정해진열사가 마석 모란열사묘역에 도착한 건 2시35분경. 마침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로 들어선다.

정해진 열사 묘역은 전태일 열사 묘역을 정면으로 볼 때 오른쪽으로 50여 미터 떨어진 곳이다. 오후 3시 현재, 유족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하관됐다. 정해진 열사가 열사묘역에 안장됐다. 열사 봉문 뒷쪽으로 먹빛 만장이 길게 늘어서 있고, 제단 주변에 그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려는 '노동 동지'들이 열사를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15시09분, 열사가 안장된 묘역 주변에서 약식 하관식이 거행되고 있다. 건설노조 김종태 사무처장은 "마지막 가시는 길, 열사의 염원을 가슴에 안고 결의를 담아 하관식을 진행한다"며 애도를 표했고, 남궁현 건설위원장이 마지막 조사를 발표했다.

남궁현 위원장은 "정해진 열사를 우리 손으로 애달픈 마음과 가슴을 억누르면서 우리 손으로 다시 모셔야 하는 현실"이라며 개탄하고 "이루지 못한 열사 염원을 산 우리들이 더 가열하게 투쟁해 이뤄내자"며 결의를 다짐했다. 이어 남궁 위원장은 "그동안 장례에 대해 일체의 권한을 위임해주신 유가족분들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는 말로 유족들을 위로했다.

마지막 달구질을 벌이던 도중 열사 부친께서 통곡과 함께 아들에게 마지막 노래를 헌사한다.

"각별한 내 아들, 저 세상가서 만날 때... 이별의 눈물이 없겠네...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부친이 첫 삽을 들고 평토를 한다. "잘 가라, 내 아들... 아버지 곧 뒤따라 간다"며 눈물을 흘린다. 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 백석근 건설노조 위원장 등을 비롯한 '동지'들이 그의 마지막 길 위에서 '잘 가시오, 동지'라 외치며 끝내 눈물을 쏟는다.

정해진 열사 하관식이 끝나고 열린 정리집회. 백석근 건설노조 위원장은 "유족분들에게 말씀드린다, 정해진 동지는 가셨지만 이제부터 저희들이 부모님의 자식이 돼 드리겠다"는 말로 유족들을 위로했다. 한편, 7년만에 미국에서 귀국한 정해진 열사 모친은 "사랑하는 내 아들, 저 세상에서는 훨훨 날아라, 이제 어미 가슴에 묻는다"며 다시 오열을 터트린다.

거대한 자본과 권력의 '야만적인 노동탄압'에 맞서 목숨 건 노동자들의 핏빛 한을 닮은 초겨울 붉은 산도 이들을 따라 울먹거린다. <현장=특별취재팀>

◆조사/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열사가 이루지 못한 그 염원들, 살아남은 우리들이 기필코 이루겠다는 다짐 함께 하면서 끓어오르는 분노, 투쟁의 열의로 더 통크게 단결하고 더 가열하게 투쟁 통해 반드시 이루겠다는 다짐을 열사의 묘역에서 다시한번 우리 약속합시다"

우리는 오늘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에 또 한 분의 열사, 정해진 열사를 이렇게 우리의 손으로 애달픈 마음과 가슴을 억누르면서 이렇게 우리 손으로 또 다시 모셔야 하는 현실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시고 그동안 열사를 고이 모실 수 있도록 우리 노동조합을 믿고 저희들에게 일임해주신 아버님을 비롯한 유족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오늘 함께 해주신 여러 시민사회단체 어르신들, 그리고 여러 단체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

동지들 노동동지들, 이제 우리는 열사를 떠나 보내드려야만 합니다. 열사가 이루지 못한 그 염원들, 살아남은 우리들이 기필코 이루겠다는 다짐 함께 하면서 끓어오르는 분노, 투쟁의 열의로 더 통크게 단결하고 더 가열하게 투쟁 통해 반드시 이루겠다는 다짐을 열사의 묘역에서 다시한번 우리 약속합시다.

동지들, 서럽고 억울하지만 이제 열사께서 더 좋은 곳, 차별이 없는 곳, 착취와 억압이 없는 곳, 하늘 나라에 가셔서 편히 잠드실 수 있도록 이제 우리가 고인을 고이 보내 드립시다. 열사여, 부디 편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