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목) 오전 10시 한강 성심병원 故 정해진 열사 분향소 앞에서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 연석회의>에서는 <故 정해진 이근재 열사 죽음과 민중생존권 파탄에 대한 인권단체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손상열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의 <고 정해진 이근재 열사 관련한 진상 실태조사와 관련한 인권단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임기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 상임의장과 김명운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의 <고 정해진 이근재 열사와 관련한 인권단체의 입장발표>를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의 기자회견문 낭독 순으로 진행되었다.

[기자회견문]

죽음으로 내몰리는 민중들의 생존권 요구에 대한 반인권 탄압을 중단하라 !

민중들이 요즘처럼 절망적 상황에 처한 적이 없었다. 노동 빈곤층이 양산되고, 청년실업의 문제의 해결은 요원한데, 생존을 위해 거리에 나선 노점상들은 뭇매를 맞고 쫒겨 다녀야 한다. 차별 철폐를 외치며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와 단체교섭의 권리마저 봉쇄당하고 잇다. 이런 기본적인 생존의 권리마저 부정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근재 열사와 정해진 열사는 죽음의 길을 택했고, 안산의 서울우유 화물노동자들은 분신을 결행했다. 언제고 다시 극단적인 방식의 죽음을 택할지 모르는 답답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민중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역대 어떤 민간정부보다도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폭력으로 억압하는 정권이 되었다. 10월 초 노무현 정권에서 생존권 투쟁을 벌이다 구속된 노동자들의 수는 1천명을 넘어섰고, 그중 70%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한해 평균 구속 노동자의 수는 235명으로 김영삼 정권 때 126명, 김대중 정권 때 178명보다 훨씬 많은 수의 노동자들을 구속하였다. 노점상, 철거민, 농민들에 대한 탄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민중의 생존권 투쟁에 대해서 집시법, 업무방해, 공무방해, 특수공무방해, 폭력 등의 죄목을 붙여 구속하거나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도 자본가들에게는 최대한 관대하고, 노동자와 민중들에게는 최대한 가혹하게 내려진다. 이제 정부와 국회, 사법부가 모두 자본의 편들기를 노골화하고 있는 이때, 민중들은 생존을 위한 투쟁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근재 열사는 생계형 노점상이었다. 그의 죽음은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노점상 단속의 부당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양시는 노점상 단속에 무려 31억원의 시 예산을 쏟아부었다. 무자격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불법적인 계약을 통해 폭력배를 행정대집행에 동원했다. 이런 양상은 고양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는 12월 15일까지 노점상 단속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고, 한나라당 소속의 대다수 지자체장들이 집권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뒤따르고 있다.

정해진 열사는 한전의 다단계 하도급 전기공사 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봇대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타야 했다. 중대 산재(사망)률이 건설업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전기원 노동자로 근무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와 교섭 기피에 의해서 올해 2월부터의 교섭과 6월부터의 파업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분신을 결행하게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땀을 착취하여 이윤만을 챙기려는 한전과 다단계 하도급 업체들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치한 노동부는 사실상 이들과 추악한 공범관계에 있다.

이근재 열사와 정해진 열사의 죽음은 민중 생존권이라는 기본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그 몸부림 끝에 절망한 그들은 결국 죽음의 길을 택했다. 그들의 죽음에는 자본과 권력의 추악한 결탁이 있다. 이런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야만성이 터 잡고 있다.

유엔 국제인권조약의 당사국인 대한민국은 민중들의 생존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실현해야 할 3대 의무를 지고 잇다. 노동권을 비롯한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그들의 주장을 표현하기 위한 집회와 시위, 단체행동을 공권력으로 보호, 옹호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임무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길을 걷기로 작정한 노무현 정부는 이와 같은 국제인권조약 당사국의 의무를 송두리째 내팽긴 채 야수가 되어 민중들의 기본적 인권을 짓밟고 있다. 우리는 정부에 요구한다. 민중들의 생종권 요구에 대한 탄압을 전면 중단하고, 민중들의 생종권 투쟁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제시하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대선이 진행 중이다.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들은 한결 같이 고도의 경제성장과 소득보장의 꿈같은 공약을 제시하지만, 당장 현실에서 진행되는 절박한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은 외면하고 있다. 공정한 분배와 사회공공성의 강화를 통한 생존권의 보장과 같은 손에 잡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유력 후보들은 없다. '기만과 배제'의 논리를 진리라고 들이밀면서 민중들에게는 경쟁에서 이기라고 채찍을 휘두를 뿐이다.

우리는 민중들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이와 같은 죽음을 외면할 수 없다. 우리는 민중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인권의 이름으로 굳건히 연대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근재, 정해진 열사와 관련된 요구사항이 관철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민중들의 생존마저 짓밟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

1. 고양시는 이근재 열사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생계형 노점에 대한 탄압을 전면 중단하라

1. 노동부와 검찰은 정해진 열사 죽음의 주범인 유해성 대진전설 대표를 구속하라

1. 노동자와 빈민 등 민중생존권 투쟁과 관련하여 구속된 이들을 비롯한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고, 이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라

1. 정부와 국회는 노동기본권 부정하는 비정규직법 폐기하고, 비정규직 보호법을 제정하라

1.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생계형 노점을 전면 보장하라

1.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전면 부정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폐기하고, 국제인권조약을 준수하라

2007년 11월 8일 인권단체 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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