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앵커>
130여일의 긴 파업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정해진씨를 아십니까 ? 20년 경력의 전
기공이었던 정해진씨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단체협약을 요구하며 분신 사망하였는데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벼랑끝 외침을 김효진 프로듀서가 취재하였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화상 전문병원, 지난달 시위 현장에서 분신 사망한 고 정해진씨의 추모집회가 이
곳에서 매일 두차례씩 열리고 있습니다.
정해진씨가 사망한 것은 지난달 10월 27일 당시 인천지역 전기 노조원이었던 정해진씨는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한 전기업체 회사 앞에서 130일째 파업 투쟁 중이었습니다.
<오금용 인천지역 전기노조원>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리가 나길래 돌아봤어요.
돌아보니까, 불길 안고 이쪽으로 눕게 된 거죠.
<기자>
시위대 일원이었던 정해진씨가 신나를 끼얹고 분신을 시도한 것입니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그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시간후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고 정해진씨 아버지>
그날 아침에 나가면서 얘기하더라구요.
혹시 내가 잘못되면 경찰서로 넘어갈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네가 그렇게 희생할 게 뭐 있냐. 남들 하는대로 따라해라" 그랬더니,
그런데 누군가가 희생해야 바로되지, 그렇지 않으면 바로 잡을 수 없다고 안타까운 얘기를
해 ....
<기자>
"주당 44시간의 노동시간을 준수하라, 전기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다 "
정해진씨는 이말을 남긴채 이 자리에 쓰러졌습니다.
그의 마지막 외침,
마흔네시간 노동시간 준수,
왜 그는 이 말을 남겼을까
고 정해진씨와 같은 전기 노동자들은 한국전력에서 공사를 입찰받은 회사에 고용돼 전선의
설치, 보수 등 배전업무를 담당합니다.
2만2천 9백 볼트의 고압전선을 만지는 정밀한 작업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자>
매일 하시는 일이기는 하지만 일하시면서 위험을 많이 느끼세요 ?
<배전현장의 노동자>
그렇죠, 위험하죠.
위험하니까 항상 긴장 속에서 일을 하고 .
배운게 전기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예요.
<기자>
고압전선 작업시 안전규정이 까다롭지만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라상돈 인천지역 전기 노조원>
회사에 가면 어느 정도의 보호 장비와 방호 장비들이 있는데, 그거 실어 나르고, 들고 올라
가 씌워야 하니까, 작업공정이 길어지잖아요.
어쨌든 (안전장비를) 안 하고 하는 것과 하고 하는 것과 공정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래서 (안전장비 착용을) 꺼리는 거예요.
<기자>
안전 지침대로 보호장비를 갖추고 작업을 하면 작업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업주들은 최
소한의 안전 장치만을 설치하게 하고 작업을 시킨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 44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가 많아 안전사고율도 높다고 합니다.
실제로 매해 100명이 넘는 현장 배전 기술자들이 감전과 추락 등의 사고로 죽거나 다칩니
다.
<김경용 - 2007년 5월 감전사고로 부상>
근로시간 8시간 하다보면 안되는 거예요. 작업시간이.
사업주들은 싫어하죠. 차 막히는데 언제가서 일해요, 못하지.
일찍 나와서 늦게까지 해야지.
<기자>
규정을 초과하는 과중한 노동에는 배전업체의 불법 하도급이 그 원인이라고 이들은 지적합
니다.
<민문기 인천지역 전기 노조원>
한 사장이 회사를 여러 개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 입찰이 돼도 한 사람이 다 하는 거예요.
<기자>
이 업체 일도 하고 저 업체 일도 하고 ?
<민문기 인천지역 전기 노조원>
그렇죠
<기자>
심지어 사무직 내근 직원까지 전기원 기술자로 편법 등록시켜 이른 바 페이퍼 업체를 운영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인천지역 전기원 노동자들은 지난해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으로 구성된 전기원 노조는 사측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인천 전기 사업주 대표>
작은 소규모(업체가) 거대한 민주노총과 교섭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교섭하는데
억압과 횡포에 짓눌린, 그런 상태로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신탁통치 내지는, 조합원만 쓰라는 문구라든가,
뭐든지 하는 행위가 거부 반응이 일어나고 싫은 거죠.
<기자>
교섭단체 구성마저도 진통을 겪고 있는 노사 양측, 정작 구조적인 문제는 접근도 못한체 파
업은 6개월째 장기간으로 접어들고 말았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원청업체인 한국전력은
이들의 파업투쟁은 노조와 하청업체간의 분쟁일 뿐이라며
불법하도급 문제를 관리감독할 의무를 저 버리고 있습니다.
<한국전력 관계자>
지금 현재 상황은 전기공사 업체하고 노동자들하고의 단체협약이라고 하죠.
그런 관계로 인해 이뤄진 상황이거든요. 직접적으로 한전에서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기자>
정해진씨의 추모제가 열렸던 지난달 말 이곳에서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가
아직도 노동자가 죽어야 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였습니다.
<이소선 전태일 열사 어머니>
우리 이제 열심히 투쟁해서 더 이상 죽지 말고 살아서 싸워서
노동자도 인간다운 세상, 언제나 올 것입니까
<기자>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37년전 전태일 열사의 구호와 같은 구호,
같은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
2007년 오늘날 노동계의 현실입니다.
시사투나잇 김효진입니다.
<여성 앵커>
네 고 정해진씨가 원했던 것은 단 하나, 노조 활동 보장이었습니다.
이렇게 당연하고도 소박한 자기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이해받지 못하는 무관심 때문에,
이런 현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남성 앵커>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희망은 없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 대선 후보 주자들이
이런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 놓기를 기대합니다.
시사투나잇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