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치르지 않겠다"
비정규 건설노동자 정해진 열사 정신계승 및 향후계획 발표 기자회견

민주노총이 200만 건설노동자와 800만 비정규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강령으로 삼아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31일 오전 10시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비정규 건설노동자 정해진 열사 정신계승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는 말을 통해 “노동자들이 노동운동 탄압과 생존권을 지키다 자기 몸을 불사르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말하고 “우리 민주노총은 개별적인 투쟁이 아닌 단결투쟁으로 힘을 모아 국가골간을 뒤흔들 수 있는 조직임을 사회를 향해, 정권을 향해, 자본을 향해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정해진 열사를 비롯해 열사들의 정신과 뜻을 이어받아 분노하지만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8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단결해 투쟁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전진해서 한 판 승부를 벌여보자”고 결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비정규건설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요구하며 정해진 열사가 자신의 몸을 불살라 목숨을 끊었다”고 통분해 하고 “정해진 열사는 사용자들의 악랄한 노조파괴공작으로 하나둘 떠나는 조합원들을 더는 볼 수 없어 자신의 몸을 살라 200만 건설노동자의 단결을 호소하고 노조파괴에 혈안이 된 사용자들에게 철퇴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해진 열사의 유족들로부터 이후 대책과 장례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바, ‘인천 전기원 파업 정당하다! 유해성을 구속하라!’는 열사의 유언이 실현되지 않으면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오는 11월2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구체적인 투쟁계획과 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대책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11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80만 조합원이 산악같이 일떠서 열사의 목숨 값을 기어이 받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이미 우리는 노동부에게 사용자들의 노골적인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중처벌과 해결책을 요구한 바, 이에 대한 노동부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특히 사용자의 대표를 자임하며 노조 깨기에 혈안이 되어 정해진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영진전업 유해성사용자를 반드시 구속수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인천지역 전기공사업체의 주 발주처인 공공기관이면서 건설현장의 불법다단계하도급으로 야기된 문제를 외면하고 파업 중인 현장에 감독관을 파견해 공사를 강행하고 대체근로까지 동원해 파업권을 침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은 한전의 행태 또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하고 “노조를 깨기 위한 구사대가 노조로 가장하여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농성장을 유린하는 폭력을 자행했음에도 이를 노조로 인정한 한국노총인천지역본부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설 것과 함께 노조행세를 하는 구사대인 경인전기원노조를 제명할 것을 한국노총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석행 위원장은 “이제 사지판을 넘나들던 어제의 건설노동자는 없다”고 천명하고 “민주노총은 더 이상 건설사용자의 오만한 착취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200만 건설노동자와 800만 비정규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강령으로 삼을 것”이라고 엄중히 밝혔다.

이소선 어머니는 “우리 노동자들에게 그렇게 죽지 말라고 강조했지만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저항하던 이들이 자꾸만 죽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하고 “‘한 번 죽어보라’고 했다는 나쁜 사업주와, 노동자들의 현실에는 아랑곳없이 대통령 뽑는 데만 열중하는 정치인들, 노동자가 피땀 흘리다가 억울하고 분통하게 죽었는데도 진실보도를 하지 않는 언론에 대해 분노한다”고 격분했다. 이어 “여기 오면서 화물연대 조합원 분신소식을 또 듣고 가슴이 탁 막혔다”며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도록 할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고 말했다.

또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도 “노동자들이 삶의 요구들을 가지고 합법적으로 투쟁하다가 막히고 빼앗기고 두들겨맞고 몸에 불을 붙여 저항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사회 전반이 막가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두렵고 어떻게 할 바를 모르겠다”고 통탄해 하고 “빈민들이 거리좌판에 노점을 꾸려 처자식과 입에 풀칠을 하려는 것을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니 목을 매 하늘로 올라가고, 농민은 농약을 자기 목에 쏟아붓고 논바닥에 쓰러지는데 1조원 넘는 돈을 주식투자하는 부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며 “이것이 바로 오늘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규탄했다.

오 공동대표는 이어 “10명이 굶고 짓밟히는 90명의 피를 빨아 호의호식하는 현실이지만 분노하고 투쟁할 것이지 제 몸에 불을 붙이는 것은 더 이상 안될 일”이라고 말하고 “오는 11월11일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모든 민중들이 궐기하는 민중의 날을 기해 우리는 자주적 민주적 민중정권을 수립을 위한 큰 길을 닦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이소선 어머니, 한상렬·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남궁현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도지호 교수노조 부위원장, 우병국 금속노조 부위원장,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 정진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강선순 어머니 등 유가협 회원들과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홍미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