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민주노총 '주인'이 죽었다"
건설노조 서울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정해진 열사 추모 첫 촛불집회 열어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 이곳에서는 밤 8시부터 70여 분가량 '열사정신계승 촛불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남궁현 전국건설연맹위원장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민주노총 주인이 죽었다"고 일갈했다. "이석행 총연맹 위원장께서 현장대장정을 다니시면서 한결같이 민주노총 주인은 바로 투쟁하는 현장조합원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모두 함께 열사의 뜻을 새기고 한을 풀자"고 외쳤다.

백석근 전국건설노조 위원장은 29일 정해진 열사 부친께서 장례대책 등을 포함한 일체의 권한을 건설노조로 위임할 당시 일화를 짤막하게 소개했다. 백석근 위원장은 "어제 열사의 부친에게 열사의 뜻 받아서 우리가 모실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 드렸을 때 부친께서는 '맞다, 이런 세상 뒤집어 져야한다'는 답을 하셨다"며 "열사 아버님께서 평생 가슴에 묻어두셨을 말씀, 이 자리를 뜻있게 만들어주신 부친의 뜻도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도 투쟁문화제에 함께 했다. 문 의장은 “노동자로 태어난 게 무슨 죄냐"며 한탄하고 "노동자, 농민, 빈민이 행복한 세상에서 살라는 게 정해진 열사의 유훈이고 따라서 연대투쟁으로 반드시 세상을 바꿔내 열사의 한을 풀자"고 역설했다.

'열사의 한을 풀자는' 발언은 멈추지 않았다. 정해진 열사와 현장에서 함께 일하던 석원히 전기분과장은 "언제까지 얼마나 몸을 불살라야만 이 세상이 바뀔 것이냐"며 눈물을 흘렸다. 석 분과장은 "아직도 영진전업 유해성은 민주노총 탈퇴만 하면 뭐든 들어주겠다며 혓바닥을 놀리고 있으며, 파업투쟁을 벌이는 전기원 노동자들 집을 가압류하는 등 족쇄를 채우고 있는 자본가들을 몰아내자"고 호소했다.

또, 마지막 발언에 나선 정광수 전기분과 위원장(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정해진 열사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정말 힘듭니다, 이 싸움 같이 해주십시오'라고 간곡히 손을 내민 것"이라며 "그 유훈을 받들어 민주노총이 열사대책위를 조직해 투쟁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매일 아침 10시 추모집회를, 저녁 8시 촛불 투쟁문화제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11월 2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정해진 열사 장례대책 등을 포함한 제반 투쟁방침 등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원희 전기분과장=“언제까지 얼마나 몸을 불살라야만 이 세상이 바뀔 것인가... 우리 형님 유언 꼭 백배천배로 돌려주실 것을 동지 여러분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동지 여러분, 면목 없다. 금쪽같은 내 동지를 하늘로 보냈다. 사랑하는 내 동지가, 형님이 이 병원에 싸늘한 시신으로 잠들어 계신다. 죄송하다. 누가 이 분을, 그 어떤 자들이 이 분을 참지 못할 울분으로 분신하게 만들었나.

자본을 가진 놈들, 노동자를 탄압하는 놈들, 그 자식도 이 땅에서 노동을 할 텐데 그런 놈들이 돈을 가졌다는 이유로 용역을 사서 조합원 천막을 침탈했다. 경찰은 자본의 개가 됐다 경찰이 원천봉쇄만 하지 않았어도 정해진 동지가 숨지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까지 얼마나 몸을 불살라야만 이 세상이 바뀌고 자본가X들이 양심을 배우고 알지 모르겠다. 동지들 우리 꼭 정해진 열사 소원을 들어주자. “유해성 구속시키라”고 했지만 단순히 유해상이라는 X만을 구속시키라는 것이 아니고 이 땅의 잘못된 자본가X들 몰아내고 힘없는 노동자들, 열악한 노동자들을 잘 사시게 하려고, 우리를 대신해 분신하셨다. 우리 형님 유언, 꼭 백배천배로 돌려주실 것을 동지 여러분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발 꼭 그렇게 해주시라.

이소선 여사께서 말씀하셨다. “아들(전태일 열사)이 30년 뒤면 이 땅 노동자들이 족쇄를 차고 살 텐데 내가 어찌 바라보고만 있을 수 있냐”고 했었다. 사장이란 놈들이 노동자들에게 손배가압류를 거는 비열한 행태를 취하고 있다. 파업을 벌이면 집에 가압류 딱지를 붙인다. 파업을 풀면 가압류를 푸는 대신 임금에서 일정한 몫을 떼 간다. 이게 족쇄가 아니고 무엇인가.

전기원노동자들 집도 모두 가압류됐다. 노동자 안식처인 집을 가압류해놓고 자본가X들은 그걸 볼모로 탄압을 벌이고 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노동자로 태어난 게 무슨 죄인가... 노동자 농민 빈민이 행복한 세상에서 살라는 게 정해진 열사의 유훈이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연대투쟁으로 세상을 바꿔내고 열사의 한을 풀자”

이 소식을 들었지만 지방에 있었던 관계로 오늘에야 이 자리에 왔다.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사람들이 몸을 불사르며 투쟁하신다.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

전기노동자들 얼마나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가.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것만큼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노동자들이다. 노동자로 태어난 게 무슨 죄인가. 농민들은 열심히 일해 왔지만 농산물 개방과 잘못된 농사정책 때문에 농촌은 노인당으로 변해가고 있다. 농촌이 없는 나라가 존재할 수 있는가.

노동자 농민들이 일한 덕분에 많은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고 있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충분히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 법에 정한 요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때문에 자기 몸에 기름을 뿌리고 타죽게 만드는 이런 세상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

노동자가 1500만, 농민이 350만 빈민이 1000만이라고 한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이 힘을 합친다면 이 세상 못갈아 엎을 일이 없다. 산자들의 몫이다. 더 연대하고 강하게 투쟁해서 우리 힘으로 반드시 세상을 바꿔 열사의 한을 풀자.

노동자 농민으로서 떳떳하게 일하고 사는 세상을 만들자. 집권하자. 그 기회를 놓치지 말자. 열사의 한을 풀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하자. 행복한 세상을 만들라는 것이 정해진 열사의 유훈이 아니겠는가. 투쟁을 다짐한다.

▲백석근 전국건설노조 위원장=“전기원 노동자들은 전봇대를 타고 다니면서 산업단지를 일으키고 국가기간 산업을 잇는 혈맥이다... 정해진 열사 부친께서 ‘이런 세상 뒤집어 져야한다’고 하셨다”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분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수많은 조문객들이 오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본다.

한강성심병원은 전기원 노동자들과 깊은 이해관계가 있으면서도 쳐다보기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사고를 당하면 이곳에 온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전기원 동지들도 이곳에 오신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 이 병원에 발걸음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정해진 열사가 누워있다. 이런 인연의 고리가 그런 현장의 내용을 끊고자 해서 이 자리에 누워계신다.

첫날 빈소를 차리고 떠들썩하니 투쟁 동지들이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이니 어떤 환자 한 분이 저를 아는 척하면서 저를 모르시겠냐고 했다. 바로 충남전기원 노동자였다. 가슴이 덜컹했다. 위아래를 쳐다봤다. "어떤 장애를 갖게 됐을까"하는 조바심으로. 그러나 그 분은 다행히도 정상이셨다. 그리고 정해진 열사 얘기를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 동지는 "유해성이 미친 X 아니냐"고 하시더라.

전기원 노동자들은 전봇대를 타고 다니면서 산업단지를 일으키고 국가기간 산업을 잇는 혈맥이다. 그런데 노동탄압을 벌이는 자들에 맞서 131일 넘게 파업투쟁하고 있다. 유해성이에 맞선 열사의 한을 반드시 풀겠다. 2만5천 건설조합원들이 함께 할 것이다.

29일 열사 부친에게 말씀드렸다. 이 열사의 뜻 받아서 우리가 모실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 드렸을 때 부친께서는 “맞다, 이런 세상 뒤집어 져야한다”라고 답하셨다. 평생 가슴에 묻어두셨을 말씀이었다. 이 자리를 뜻있게 만들어주신 부친의 뜻도 이어야 한다. 모든 전권을 노동조합에게 위임해주셨다.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이 묻어나는 자리다. 본인의 요구와 뜻을 받들어 세상을 기필코 바꿔내자. 그래서 전기원과 같이 산재에 시달리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런 세상을 확 바꿔 버리자.

▲남궁현 건설산업연맹 위원장=“민주노총 주인이 죽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의 말씀을 드린다. 열사의 영혼이 이승과 저승 사이 구천을 떠돈지 4일차다. 또 하루가 저물었다. 참으로 부끄럽고 무거운 심정으로 섰다. 제 속으로 많은 물음을 해봤다. 특히 오늘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유해성이라는 자는 아직도 살아있다고 그 간악한 혓바닥을 놀리고 있다. "민주노총 탈퇴하면 해달라는 것 다 해주겠다"고 한다.

“차라리 노동조합 하지 말자고, 민주노총 깃발 내리자고 했다면 오늘 이런 자리는 없지 않았을까”라는 물음도 해봤다. 백번, 천번을 물어도 우리의 선택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오늘 이 자리에 선 그 물음의 답이었다. 열사도 그러셨을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께서 현장대장정 하시면서 늘 말씀하셨다. “현장이 민주노총이다. 현장조합원이 민주노총 주인이다”라고 하셨다. 그 민주노총의 주인이 죽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의해야 한다.

민주노총 주인, 그 주인이 죽은 이 사건은 단순한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의로운 노동형제의 삶의 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의로운 투쟁을 위해서 몸을 내던지신 것이다. 이 사태, 어떻게 함께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고 결의해야 한다. 그 투쟁의 맨 앞에 서겠다. 함께 끝까지 투쟁해서 우리 요구를 승리로 안아오면 좋겠다.

▲정광수 전기분과 위원장(건설노조 부위원장)="정해진 열사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정말 힘듭니다, 이 싸움 같이 해주십시오”라고 간곡히 손을 내민 것이다"

동지들 앞에서면 정말 죄송하다는 말밖에 떠오르는 말이 없다. 지금 사실 멍하다. 한 이틀은 뭐가 뭔지 몰라서 멍했고, 어제부터 이제 우리가 열사의 유언을 어떻게 받들어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정신 좀 차려지는듯 하다가 또 멍해지더라.

열사가 분신하신 날, 그 자리에서 동지들에게 드렸던 말이 생각난다. “열사가 131일이 넘는 파업투쟁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인천지역 전기원노동자들이 파업하면서 오늘 아침까지도 민주노총 탈퇴하라며 혓바닥을 놀리는 유해성같은 이런 악질자본에 맞서 투쟁하면서 정말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열사가 건설노동자들에게, 열사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정말 힘듭니다, 이 싸움 같이 해주십시오”라고 우리에게, 정말 우리에게 손을 내민 것이라고, 민주노총 동지들에게 “정말 힘드니까 이 싸움 같이 해주십시오라”고 이렇게 간곡하게 손을 내민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주노총은 “열사대책위 책임지고 만들어 이 싸움 민주노총이 책임지는 싸움하겠다”는 이런 말이 없다.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열사는 우리에게, 민주노총 동지들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정말 열사의 유훈 제대로 알고 받들어서 투쟁하자. 그렇게 해서 멍해지는 머리 가다듬고, 정말 열사 유훈 받들기 위해 투쟁하자.



*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매일 오전 10시 추모집회, 오후 8시 추모 촛불 집회가 있습니다. 동지 여러분들의 많은 연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