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건설노조의 활동을 언제까지 불법행위로 매도할건가...
- 건설현장의 ‘무법천지 상황’은 건설 사용자들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물 -

건설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해 전문건설업체의 사용자들 움직임이 심상찮다. 건설노조 산하 지부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벌이는 쟁의행위에 대해 "불법행위", "업체 생존권 위협" 운운하며 과민반응을 보이더니 이제는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에 비유하며 건설노조를 탈레반과 같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건설 사용자들이 투자 설립하여 기관지로 운영중인 일간건설신문의 1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한전문건설협회 철근콘크리트공사업협의회는 지난달 27일 회원사 대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갖고 "건설노조의 불법적인 노조활동을 방치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노동부 장관에 보내는 건의서를 채택했다는 보도와 토공사업협의회도 잇따라 지난 3일 간담회를 열어 "강성노조의 무분별한 불법행위는 기업경영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며 "전문건설업체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이 신문은 또 4일자 기사를 통해 같은날 참석한 토공협의회 한 관계자의 말을 따 "덤프연대의 파업은 엄연한 불법"이라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전문건설신문은 한술더떠 13일자 논설을 통해 건설노조를 탈레반식 불법행위를 자행하며 공사방해와 건설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범법집단이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건설 사용자의 입장만을 받아들여 건설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업체들도 물리적인 행동에 나서야 하고, 발주처와 원청사의 협조 아래 공사를 중지하는 극단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치 않았다. 노조 간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사용자들의 이같은 주장은 그간 조합원 채용 기피, 교섭 회피, 노조 탄압 등 헌법이 보장한 건설노동자의 노동3권마저 부정했던 작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고용불안과 만성적인 체불임금, 산업재해 위협에 시달리던 건설노동자들의 생존권 쟁취 투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마치 최근들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또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벌였던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파업과 경기서부건설지부의 목수파업, 임금인상요구 집회투쟁에 대해 아무 근거도 없이 불법으로 매도하고 있다는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산별노조인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존재가 부담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이제까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 잘하던 순박한 건설노동자들의 권리 찾기가 두려운 것인가. 견실한 시공과 작업안전에는 안중에 없고, 건설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중간착취를 거듭하면서 오직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돼 있는 건설 자본가상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하기만 하다.

어김없이 매년 건설현장에서는 한해 평균 700여명이 산재로 사망하고 1만8천여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다. 이는 하루에 평균 두명 꼴로 사망한다는 것이며, 전체 산업재해의 25%, 사망재해의 30%를 넘나드는 수치다. 사용자들의 이윤확보 못지 않게 산재로 인한 아까운 인명 피해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현실이다.

건설 사용자들은 전국의 건설노동자이 왜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인상을 주되게 요구하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주 44시간, 주 40시간 노동이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건설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뙤약볕 밑에서 장시간 노동하고 있으며, 화장실, 탈의실, 식당 등 최소한의 복지시설마저 없는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을 통해 건설노동자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현장 수십미터 타워크레인 위에서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는 사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지 않았는가.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현장뿐만 아니라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받는 건설노동자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당쟁이 건설노동자가 파업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최소한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삶과 노동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건설 사용자들은 스스로 발상의 전환부터 해야 할 것이다. 지금 건설현장의 '무법천지 상황'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다. 단결권 등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무리한 공기단축과 이윤확대를 위해 작업안전조차 뒷전으로 내팽개친 원청업체를 비롯해 수시로 법을 무시한 건설 사용자들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견실한 시공과 작업안전을 위해서는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필수조건임을 사용자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노동부, 건교부 등 관계당국은 '무법천지' 건설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건설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구속과 소환장을 남발하는 공안, 사법당국의 각성과 구속된 건설노동자의 조속한 석방을 거듭 강력히 촉구한다.


2007년 8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