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타워크레인 조종사 ‘주 44시간 노동’ 쟁취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건설현장서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 출발점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백석근) 타워크레인분과가 총파업을 선포한 지 58일만인 21일 ‘주 44시간 노동’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2007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조가 사용자단체인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과 개별 임대업체와 맺은 이번 협약은 하루 10시간 근무하도록 한 기존 조종사 노동조건을 개선해 법정 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주 44시간) 노동을 기본으로 하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위반 시 해당 업체와 조종사에 대해 노사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또 기존 2시간 강제연장노동을 폐지하는 대신 면허수당 등 복지수당을 신설해 실질임금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일궈냈다. 국공휴일 보장과 관련해 국경일을 제외하고 1월 1일,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성탄절 등 공휴일 4일을 유급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단, 주 44시간 노동은 원청건설사와의 타워크레인 임대계약과 건설현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곧바로 시행하지 않고 10개월 유예기간을 둬 내년 5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애초 노조의 임단협 제시안 가운데 한해 평균 3~4개월 주기적인 실업을 감안한 근로계약기간 1년 미만 조종사 별도수당 지급안이 좌절되고, 일부 국공휴일은 유급휴일에서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매년 조종사 임금협상에서 총액 임금을 먼저 합의하고 이를 기준으로 거꾸로 기본급과 연장수당을 정하던 불합리한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실질임금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이뤄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전국 건설현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출발점이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준법투쟁과 부분파업을 포함해 근 두달간의 총파업을 벌인 타워크레인분과 1700여명의 조종사들의 투쟁은 ‘투쟁 없이 승리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확인시켜줬다. 무노동무임금 적용으로 두 달간 임금 한 푼 받지 못하면서 한 여름 뙤약볕 밑에서, 장맛비를 맞아가면서 전국 건설현장을 돌며 투쟁을 벌였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조합원들은 적금을 깨거나 대출을 받고, 친인척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생계와 투쟁을 이어갔다. 타워크레인 불법 대체근로 감시활동을 벌이면서 현장 관리자, 경비용역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심지어 한 조합원은 수십미터 타워크레인 위에서 임대업체 사장이 휘두른 무전기에 머리를 맞아 80바늘을 꿰매는 큰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번 파업의 대정부 요구사항인 타워크레인 건설기계 등록을 쟁취해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안전을 위한 주요한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타워크레인 건설기계 등록은 조만간 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에 담겨 공포될 예정이다.

파업이 장기화된 데에는 20차례에 가까운 교섭 동안 시종일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한 타워크레인 임대 사용자측과 원청업체로서 사태를 수수방관한 건설사, 건설현장 관리감독에 소홀한 정부당국이 큰 몫을 했다. 결국 조종사들의 목숨을 건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이라는 극단적인 사태로까지 몰고 간 책임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건설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전문적인 기능, 노동조건 향상은 현장 안전과 견실한 시공의 기본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건설자본의 다단계하도급과 최저낙찰제 관행이 건설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오직 이윤추구에만 매달려 건설노동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건설자본의 천박한 인식은 재해 발생률 1위 산업, 부실시공이라는 불명예만을 안겨주고 있다.

노조는 이번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며, 협약 위반 시 해당 업체를 상대로 전국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임을 경고한다. 노조는 또 여전히 교섭을 해태하거나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개별 임대업체에 대해서는 집중투쟁업체로 선정해 고소고발은 물론 해당 현장 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다. 이후 원청건설사와 임대업체간 타워크레인 임대계약 시 법정 노동시간이 계약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촉구한다. 또한 이번 조종사 파업 중 고공농성을 벌인 지부장과 조합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사법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


2007년 7월 22일
전국건설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