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전국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목숨을 건 고공투쟁이 시작됐다!

‘건설현장 불법 대체근로 난무’ 정부와 사측이 조종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정부와 타워크레인 사측이 끝내 조종사들을 사지로 내몰고 말았다. 총파업 돌입 57일째(지도부 고공농성 25일째)를 맞은 20일 새벽, 전국건설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 1700여명의 조합원들이 전국 건설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목숨을 건 무기한 고공농성투쟁에 돌입했다.

이른 시일 내에 파업을 끝내고 현장에 복귀하겠다는 희망도 잠시, 지난 5월 25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총파업투쟁을 선언한 지 근 두 달째 접어든 시점이다. 그간 노조는 현장 준법투쟁,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6월 4일 전면파업에 돌입했으나,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사용자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임대계약과 건설현장 관행 상 노조의 요구를 일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과 불법 대체인력 투입뿐이었다. 급기야 같은 달 26일부터 노조 지도부 5명이 서울 마포 아파트신축공사 현장에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배째라’ 식으로 대안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불성실한 교섭태도로 일관했다.

법정노동시간 준수, 위험수당 신설, 국공휴일 보장 등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한 조종사들의 최소한의 요구마저 사측은 “현장관행”을 내세워 거부하고 있다. 두 주에 한번꼴로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타워크레인에서 목숨을 걸고 장시간 노동하는 조종사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임금 몇 푼 인상과 맞바꿀 수는 없다. 건설현장 관행이 우선이라면 법에 따른 근로조건 개선이 가능하겠는가. 이는 더 이상 노사간 대화나 교섭은 무의미하며, 건설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 극단적인 투쟁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 3월 28일 첫 교섭 이후 사용자단체인 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과 18차례, 개별 임대업체와 16차례 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사측은 노조를 자극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노동부 묵인 하에 불법 대체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가 하면, 전국 건설현장에서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의 현장투쟁을 두고 “(협동조합) 교섭위원 업체가 들어간 현장만 겨냥해 압박하고 있다”며 회원사로부터 받은 교섭위임을 철회하겠다는 공문을 노조에 보내와 조합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12일 불법 대체인력 투입을 막기 위해 타워크레인에 오른 조합원을 협동조합 소속 회원사 대표가 들고 있던 무전기로 머리를 여러차례 가격해 80바늘을 꿰매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두 달 파업 기간동안 불법 대체근로 감시와 현장투쟁을 벌이면서 관리자들에게 무수히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몸싸움 도중 여성조합원이 실신하기도 하고, 조합원 출입을 막으려고 닫히던 현장철문에 손이 끼어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전국의 조합원들은 극단적인 행동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파업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 현장노동자들과 한솥밥을 먹어야할 자신의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2000년 설립 이후 덤핑경쟁을 유발하는 ‘떳다방’ 업체 퇴출과 임대업계 견실화, 타워크레인 체계적인 관리 및 검사 강화, 작업안전 등 법제도 개선을 위해 파업을 벌여가면서 정부에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그간 노조는 타워크레인 건설기계 등록을 포함해 제도개선을 위해 노사간 협력 차원에서 사용자단체와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그러나 1백미터 상공 하루 10시간 이상 목숨을 담보로 한 장시간노동, 한해 평균 3~4개월 주기적인 실업 등 조종사들은 여전히 저임금과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에 허덕여야만 했다. 또 불안정한 타워크레인 와이어지지 고정방식, 강풍 속 장비 가동, 전문 신호수 현장 부재 등으로 사고 두려움에 시달리며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 타워크레인 사측이 답할 차례다.

다단계 하도급,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 임금체불, 산재 사고, 근로계약서 미체결, 복지시설 미비 등 건설현장의 열악한 노동현실에 대해 원도급 업체로서 현장 관리감독의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원청건설사에게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가격평가 위주의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덤핑입찰과 저가 하도급, 법정 근로시간을 무시한 건설기계 임대차계약을 시행으로, 부실시공 발생과 함께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타워크레인 임대차 계약 경우에도 건설업체와 임대업체간에 저가 입찰 및 장시간 가동 계약이 이뤄지면서 조종사들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열악한 노동실태를 낳고 있다.

정작 사업장 관리감독의 책임은 노동부 등 정부당국에 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악법조차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건설현장. 높은 담장 안은 노동조합 활동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정상적인 근로계약마저 체결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노사간의 대립은 극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를 빌미로 사측은 손배가압류를 비롯해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공안당국은 건설노동자에 대해 구속 수배라는 수순을 밟아왔다. 일용직, 현장계약직, 특수고용직 건설노동자를 말 그대로 노동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용자와 정부 및 사법당국의 전근대적인 인식 수준에서 비롯된 결과다. 또한 정경유착과 이윤추구에만 몰두해 온갖 불법과 탈법이 난무한 건설현장의 관행이 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지금 이 시각, 비정규악법 시행과 1천여명 집단해고에 반발해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은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20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반년 남짓 남은 시점이지만 곳곳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끝장투쟁’은 열악한 노동현실에 대한 절망과 정부와 사용자들에 대한 분노, 모든 비정규직 건설노동자들의 바람이 구체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사측의 성실 교섭과 정부와 원청건설사의 책임있는 자세만이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는 지름길이며,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이를 강력히 촉구한다.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조종사들의 목숨을 건 고공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07년 7월 20일

전국건설노동조합


<사용자 요구사항>
- 고용안정 보장, 비정규직 철폐
- 노동시간 단축, 복지수당 신설
- 국공휴일 보장

<정부 요구사항>
- 타워크레인 와이어 지지고정 방식 철폐
- 풍속규정 재개정
- 전문 신호수제 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