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안산시에 ‘지역주민 우선고용’ 대책 마련 촉구


형틀목수 노동자인 김아무개(55)씨는 지난달 말 안산시 상록구청 신축공사 현장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씨는 함께 간 동료들과 함께 현장체조를 마치고 오전 8시30분까지 안전교육도 받았다. 그런데 목수 반장이 노동자들에게 현장투입을 지시하면서, 안산에 사는 목수들을 따로 불렀다. 반장은 이들에게 “안산사람은 노조 때문에 확인 후에 연락드리겠다”며 “오늘 일당은 줄 테니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채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시청이 발주하는 관급 공사현장에서조차 지역민을 고용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지부장 이영철)는 지난 28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산시는 관급공사현장에서 시민의 취업이 거부당하는 사태를 즉각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채용을 거부당한 6명 가운데 노조 조합원도 있었지만 비조합원도 있었다. 지부는 일부 관급공사 현장에서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뒤 안산시에 거주하는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고, 외부 지역에 사는 사람을 고용해 주민등록을 안산으로 옮기도록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영철 지부장은 “건설현장이 생겨도 안산시민이 일하지 못하면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안산시가 나서 지역 건설노동자들의 고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상록구청 신축공사 현장의 골조하청업체인 남웅건설은 안산시민 채용을 거부했다는 지부의 주장을 부인했다. 조가환 현장소장은 “신원 보장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신분증을 준비해 오라고 했는데 당일 준비해 오지 않아 돌아간 것”이라며 “현장에 안산사람이 30~40% 정도 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주원 안산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각종 대형 공사에서 지역 업체가 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지역의 근로자가 우선 채용되도록 적극 권장해 가정 경제를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환훈 안산시 미래도시과장은 “시에서 발주했다고 하더라도 인력과 장비는 근본적으로 시공사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시에서는 되도록 안산시민을 많이 고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안산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상록구청 현장의 경우 장비의 77%가 지역업체 장비이고, 안산시민 노동자는 52%"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부는 지역주민 우선고용을 위한 조례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까지 3천여명이 서명에 참가했다.


[펌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