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만에 짓밟힌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

지난 2004년 11월8일 입법예고된 후 노동진영의 반대로 인해 2년여간 표류하던 비정규법안이 결국 날치기 통과됐다. 2년여동안의 처절한 투쟁속에 막아왔던, 비정규확산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단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임채정 국회의장은 2시 18분 본회의 개의선언을 한 뒤 "비정규직 관련법안에 대해 국회법에 따라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자들과의 협의를 거쳤으므로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날치기 통과 규탄한다", "비정규직 악법 철회하라"며 반발했지만 의장은 표결을 밀어부쳤다.
이날 맨 첫 안건으로 올라온 법안은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 △노동위원회법중개정법률안 등 모두 세 개.
국회 환노위 우원식 의원이 심사보고서를 발표하려고 하자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등은 이를 가로 막았다. 실랑이 끝에 우 의원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육성으로 심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와중에도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항의는 계속 이어졌다.
노회찬 의원은 "약자에게 강한게 개혁이냐, 약자에게 강한게 참여정부냐"며 따졌고, 권영길 의원은 "이 법이 어떤 결과를 빚을 건가를 여러분 생각해보라"라며 "이 비정규직 법안을 두고 저는 총리에게 2시간에 걸쳐서 얘기했다"라고 법안 처리를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의원석 곳곳에서 나무라는 말들이 터져나오자 노회찬 의원은 다시 "열린우리당은 지금 역사의 무덤을 파고 있다"며 성토했다. 결국, 우 의원이 단 의원과 강기갑 의원, 이영순 의원등의 저지에도 육성으로 심사보고를 끝내자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다시 구호를 외쳤다.
의장이 다음 법률안에 대해 제종길 의원에게 제안설명을 하려고 하자, 단병호 의원이 의장석으로 뛰어오르며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다. 그러자, 임채정 의장은 "세 안의 수정안은 본회의 사정상 제안설명 없이 표결에 부치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벌떡 일어나 "의장님! 반대토론 있습니다"라며 앞으로 나섰다. 임 의원은 "의장님, 반대토론 있습니다. 왜 반대토론 못하게 합니까"라며 따져물었고, 의장은 "지금 찬반토론 할 수가 없다"며 묵살했다. 그러자, 임 의원은 계속해서 "반대토론 신청했는데 왜 시간도 안주냐"며 따졌고, 끝까지 의장이 묵살하자 "국가보안법은 직권상정 했나? 전효숙안은 직권상정했나? 국회의장이 그렇게 하면 안된다. 이게 민주주의냐, 한나라당하고 불법적으로 그렇게 해도 되는가? 이게 정의인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의장은 묵살하고 표결을 선언했으며, 결국 20분 만인 2시 37분께 관련법안들은 모두 표결통과됐다.

처절한 분노의 칼을 세우자! 노동법 개악안도 일사천리 처리 중

같은시간, 국회 앞에선 민주노총이 '날치기 비정규법 무효! 노동법 개악저지! 총파업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었다. 조준호 위원장은 즉각 "오늘 강행처리한 법안은 비정규 보호입법이 아니라"고 성토하며 "민주노총은 오늘(30일) 날치기 처리한 법안은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국회의 비정규법안 날치기처리를 이미 예상이라도 한듯, 경찰은 국회앞 도로 양쪽에 차벽을 설치했다. 국회에서 비정규 관련3법 강행처리는 조합원들을 격앙시켰다. 조합원들은 국회 진격투쟁을 벌이며 완강하게 저항했다.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은 "오늘은 정말 슬프고 한이 서린 날"이라며 국회의 비정규법안 날치기 처리를 규탄하고 "850만 비정규직의 이름으로 오늘 날치기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이제 처절한 분노로 칼을 세울 때"라며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과 열우당은 노사로드맵도 날치기 처리할 것임이 분명하다"고 규탄했다.
조준호 위원장은 "모든 법을 과거 군부독재시대로 되돌리려는 한나라당과 열우당의 모습을 확인했다"며 "오늘 처리된 법안은 비정규 보호법안이 아니라 비정규양산법이며 정부와 열우당, 한나라당은 이제 비정규직을 무한대로 양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오늘 국회의 비정규개악법안 날치기처리는 노사관계로드맵 통과 의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오늘 통과된 법안은 노동자의 이름으로 전면무효임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박인숙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정말 할 말이 없다"며 심경을 밝히고 "다시 힘을 모아 기필코 비정규악법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비정규권리보장입법을 쟁취하겠다"며 총력투쟁을 벌일 것임을 밝혔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11월 마지막날 비정규개악법안 날치기 강행처리와 함께 지난 9월11일 한국노총과 재계 등이 밀실야합한 노사관계선진화입법안에 대한 본격 심의에 착수했다. 12월1일 오후 2시 로드맵법안 역시 강행처리가 우려된다.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