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가 현장으로 복귀했다. 25일 하중근 열사 사망사고에 대한 국가인권위 조사발표가 남아있는 가운데, 현장으로 돌아간 포항건설노조 비대위 위원장의 인터뷰가 실려있는 기사가 있어 올립니다.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이 9월 20일 종료됐다. 상경투쟁단 단장으로 잘 알려진 김진배 현 비상대책위원장과 늦은밤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었습니다. 합의안의 내용을 어떻게 보십니까?

개악안입니다. 건설노동자라는게 일용직입니다. 고용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 있는 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이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도 없어졌습니다. 조합원 우선고용은 핵심입니다. 노동조합이 전횡적인 힘을 발휘해서 회사를 장악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일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인데, 보는 눈은 달랐습니다. 이 부분은 인사권이라는 이유로 없어졌습니다. 피부로 가장 느끼는 부분입니다.

-두 번의 부결 끝에 찬성이 나왔습니다. 잠정합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민중의소리


일용직 노동자라 80일 넘게 온 건 어떤 의미에서는 어마어마한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생계비가 끊기면서도 지켰던 이유는 내가 빠져 죽을 수도 있었고, 동료가 빠져 죽은 상황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미안함이 있었습니다. 포스코 농성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가. 물론 지도부가 생각했던 부분도 있겠으나 자본의 계획적인 전술에 휘말린 부분도 있습니다. 노동자가 그렇지 않습니까. 완전히 준비할 수도 있으나 부족하게 준비해서 싸우게 됩니다. 두 번의 부결과정은 말입니다. 한번은 하중근 동지가 있었습니다. 내 스스로 그 분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은 마지막 남은 것. 참 우리가 큰 것을 요구했는가라는 것에서. 8시간 노동. 이 소박한 요구조차 소위 정부와 자본이 한덩어리로 노동자를 동시에 공격했던 어려운 과정이었고, 언론은 우리를 등한시했습니다. 이런 안이나마 받을 수 밖에 없었음에도 부결 된 것은, 그래도 아니다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놀랐고. 이번에 가결된 것은 이제는 생계 문제 속에서, 두번째 부결과정에서도 충분히 이유가 됐을 수도 있었던 문제가 현실적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두 번의 과정이 더 큰 이유 입니다. 마지막 현장 복귀는 어쩔 수 없는.. 힘없는.. 나의 처지를 통감하고 느끼고 들어가는 각성의 기간입니다.

-하중근 열사 투쟁은 계속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전처럼 조직력을 동원한 투쟁은 필요가 된다면 조직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에 있어서는 25일 인권위 발표에 촉각을 곧추 세우고 있습니다. 한 노동자의 죽음이 무리한 요구 속에서, 무리한 요구라 할 지라도,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과정인가. 너무도 잔인하게 죽을 수 있는 내용인가.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우리 건설노조, 포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살아가면서 평생을 짊어져야 할 짐이고.. 멍이고.. 한숨이고.. 한 입니다. 투쟁의 양식이 이전처럼, 파업돌입 순간처럼 조직력을 동원하는 투쟁은 아니지만 가열찬 형태, 절박한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속자가 많습니다. 손배가압류 문제도 남았습니다.

마찬가지의 상황입니다. 왜 건설노동자에게 이렇게 극심한 탄압이 오는가. 힘없는, 가장, 노동자속에서도 열악하게 살았던 건설노동자에게 왜 이런 시기에 이런 탄압이 우리에게 오는가. 우리는 이미 겪었습니다. IMF 때 우린 국민이 아니었습니다. 세금을 내면서도 정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국민임에도 시민임에도 그 권리 갖지 못하는, 주민등록 남바 하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우린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부의 정책이 없고 관심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파업의 양상이 그렇게 강렬하게 진행됐고, 거기 맞대응하는 권력이나 자본의 맞받아치는 대응은, 그걸 누르기 위한 탄압은 더 극심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게 뭐가 있겠습니까. 고용보험 하나 있습니다. 고용보험도 몇 년을 정부청사 앞에서 얘기하고 장관을 만나서, 나름 실업기간에 허용됐습니다.



ⓒ민중의소리

우리는 열외의 사람입니다. 소위 건설노동자 누가 그런 표현을 하겠습니까. 노가다입니다. 자본이 보기에 권력이 보기에 하찮은 노동자가 8시간을 요구하고 휴일을 요구한다는, 이런 편견들이, 우리 자체는 18년간 노동조합을 만들어 온 과정에서 이제는 이 만큼은 마련되야 하는 거 아니냐는 각성에서 이 만큼 강렬한 양상이라면, 앞으로의 과제는 더 클 것입니다. 우리는 생계를 위해 투쟁했지만 생계를 위해 다시 접고 복귀하지만, 우리는 이미 각성한 노동자입니다. 이제 현장을, 현실을 보는 눈이 띄어진 노동자입니다.

-현장복귀 후 노동조합이 약화될 우려는 없습니까?

오늘 3분의 1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그 표가 저는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참 힘들텐데.. 현장에서 일하지 못하고 80일을 놀며 가족을 책임지는 것 힘든데.. 무모한가. 아닙니다. 순수하게 출발해서 이 긴 싸움을 오면서 큰 불평 불만 없이 오고, 반대표 던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의 과정이었겠습니까.

그럼에도 오늘 총회의 그 결정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행동을 취해주고 그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표가 의미하는 것을 노동자들에게 준 것이다. 현장에 복귀하고픈 우리 조합원의 마음. 생계에 닥친, 겪어보지 못한 아픔을 솔직하게 표현한 마음, 그 투표용지를 받으면서도 한참을 고민했을 것입니다.

현장 복귀든 투쟁을 얘기한 표든, 저는 똑같은 한마음 한뜻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과정은 철저하게 우리의 소박한 꿈이 깨어진 과정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 과정에 대해서 치밀하게 아주 철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정일 것이고, 하나 하나 조그만 부분부터 회복하는 과정일 것이고, 그것이 넘쳐서 흐른다면 이후 이 내용으로서 우리가 정말로 정당한 주체로 서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 주체로 선 건설노동자는 어느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고 범접할 수 없는 떳떳한 노동자로 설 것입니다.

-파업 과정에서 포항시와 자본과 언론의 유착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타의 회의속에서 들려온 것들이 현실화됐다고 봅니다. 우리의 불법다단계하도급 철폐 요구는 하루 두 세명씩 죽어가는 건설현장의 산재다발, 그리고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로 표현되는 부실공사, 그리고 긴 시간 노동속에서 당하는 고된 노동강도. 또 하나. 소위 검은 돈으로 불려지는 정치자금을 흐름 줄을 따라가다보면 거기 또아리를 틀고 있는 하나의 문제는 불법다단계하도급입니다. 거기서 우리가 얘기하는 정치자금 세탁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것을 이번에 실감했습니다. 어떻게 한 노사간의 문제가, 공권력이 개입하고 노동자가 죽고 이런 과정을 보면서 이것은 노사관계가 아니었다는 것. 소위 우리는 노동자인데. 자본과 정권이 같이 나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자금줄 역할을 하는 건설업. 보잘 것 없는 노가다가 노조를 만들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기에 긴장한 자본과 거기 기생하는 권력. 그 관계는 어느 누가 앞서고 뒤서고 중요치가 않습니다.

또 하나는 언론이.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자본에게서 돈을 받으니 형평성이 치우친다고 봤는데 이제 계획적이라고 봅니다. 언론은 포스코 자본에 철저하게 머리를 숙였고, 포스코의 지침에 따랐습니다. 그것은 포스코에서 발견된 문건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죽고 명확한 증거가 남았음에도 결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자본과 권력처럼 살인을 저지른 당사자입니다.

-포항건설노조에 대한 연대가 미약했다는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저희 또한 동료의 죽음에 긴장감을 갖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많은 연맹과 산하 조직. 사실 그렇게 판단합니다. 이는 연대조직이 아니고 소위 하중근 열사가 장례가 치러지면 민주노총은 각 조합원들의 상주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민주노총이 전농이나 여타 시민단체, 학생 모두에 연대를 호소하는 주체입니다. 민주노총을 연대단체로 본다면 너무나 허망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모습을 끄집어보면 우리 참 반성을 많이 해야겠구나. 우리또한 이후 투쟁에서 참 긴장 없고 긴박감 없고 정말 치밀하게 들어오는 자본과 권력의 대응이 관성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과연 우리 노동자가 기대할 곳이 어디인가.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이후 저는 노동자의 죽음이 나의 죽음일 수 없을까. 정말 가족이 지켜서 치러지는 장례가 아니라 가족의 아픔을 감싸안는 장례를 만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반기 투쟁을 많이 얘기하는데 그 출발은 하중근 열사 투쟁이 가장 정면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면은 뛰어넘어야 하는데 옆으로 비켜 가면서 우리 그 투쟁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회의감은 느끼지 않습니다만, 그런 반성을 한다면 이후 투쟁도 가능성을 봅니다. 그래서 참 안타깝습니다. 아니겠죠. 이런 표현은. 다 우리 민주노총은 하나의 조합원이니까.



ⓒ민중의소리

-장기간의 투쟁이 마무리됐습니다. 오늘 심정은 어떻습니까?

제가 조합원들에게 인정을 받고 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오기까지 상경투쟁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저도 구속을 결단하고 상경단 또한 구속을 결단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조합원 전체의 마음이었습니다. 참 우리 제대로 된 투쟁 한 번 못하고. 그리고 제가 뒷수습을 하는 상황입니다. 생계 때문에 이 정당하고 억울한 투쟁 접어야 하는 심정이라는 게. 저는 너무나.. 조합원들의 마음 어떻게 달랠 것인가. 조합원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시킬 것인가. 그런 부분 참으로 착찹합니다.

하지만 제가 다시 내려가서 현장의 망치잡는 건설노동자로, 저는 이 교훈을 만들어나가는 징검다리가 되고. 아니 소모품이 되어도 좋습니다. 우리 이 투쟁 만큼은 포항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아무리 가슴에서 지우려 해도 지울수 없는 선물일 수도 있겠다 생각합니다. 아주 좋은 선물입니다. 우리는 이 선물을 다시금 돌려줄 것입니다. 이 투쟁 정말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질 거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올해 싸웠던 모습보다 더 커다란 성장한 모습, 우리가 먼저 연대할 수 있는 건설노동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