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7시 15분 경,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토목건축협의회 김호중 의장 및 경기건설노조 조합원 2명 등 총 3명이 올림픽대교 중간의 성화 조형물 위로 ‘건설노조 탄압 중단하라!, ’ILO 권고안 이행하라!‘, 등의 요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습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이 점거농성에 들어간 이유는 올해 들어 극심해지는 건설노조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 때문이다.

올해 들어 대구건설노조 간부 22명, 포항건설노조 58명이 구속됐다. 한편 수원지방검찰청 특수부가 21일 오전 경기도건설노조 전현직 간부 10여명에 대해 긴급체포를 시도해 3명의 전현직 간부를 자택에서 체포하고 나머지 10여명의 간부는 수배상태에 있다.

특히 경기도건설노조 간부들의 체포이유는 놀랍다. 단체협약(단협)을 체결할 의무가 없는 원청회사를 공갈협박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조전임자 임금 명목으로 수억원의 금품을 갈취했다는 것이다.

경기도건설노조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사법부의 판결을 이끌어내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가하겠다는 선전포고이고,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흑색선전 여론몰이로 도덕성에 심대한 타격을 가해 민주노총을 와해시키고자 하는 공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언론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기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취재 및 보도 협조 부탁드립니다.

[긴급] 건설노조 탄압 중단 ! ILO 권고안 이행 ! 건설노조 3명, 올림픽 대교 주탑 75미터 상공에서 목숨 건 고공농성 돌입 !

농성장소 : 서울 올림픽대교 주탑


△"ILO 권고안 이행하라!"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건설노조 탄압 중단하라!"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건설노조원들이 점거 중인 올림픽대교 성화 조형물.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농성자 명단 :

○ 국제 노동기구인 ILO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ILO 권고안 이행‘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8월 31일 새벽 6시 30분,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간부 3명이 75미터 상공의 서울 올림픽대교 주탑에서 목숨을 건 고공농성에 돌입했습니다.

○ 2006년 현재 건설현장의 노조활동으로 인한 구속자만 120여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장시간 노동과 한해에 800여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불법천지 죽음의 건설현장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몸부림에 검찰과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이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 지난 2003년 건설현장에서 원청업체와 단협 체결 및 노조활동을 전개했다는 이유로 노조간부들이 구속, 명동성당 농성이 진행된 바 있고, 이에 건설산업연맹은 국제 노동기구인 ILO에 이를 제소한바 있습니다. 이에, 2006년 3월 ILO 에서는 “건설노조의 원청과의 단협 체결과 전임비 요구는 정당한 요구로, 한국정부에서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사법부는 건설노조에 대한 판결을 재고하며, 건설노조 간부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하라” 는 권고를 내린바 있습니다.

○ 그러나, 국제 노동기구인 ILO의 권고안 이행은 커녕, 수원지검에서는 경기도 건설노조의 단협 체결을 이유로, 3명의 간부를 구속하고, 30여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며, 체포조를 자택과 사무실에 파견하며 건설현장의 노조 활동을 원천적으로 말살하는 행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경기도 건설노조는 원청 소속의 조합원이 500여명이 있고, 원청과의 임금인상을 비롯한 단협 체결을 통해 건설현장에서 화장실. 식당, 고용보험, 퇴직공제 적용과 같은 기본적인 노동 조건 개선을 진행해 왔고,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대표를 직접 선출하여 진행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건설을 통해 안전화 지급. 현장의 안전점검등과 같은 산재예방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다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이 교섭 대표로 참가하여 합법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이 과정에서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배석하는 등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전개해 온 것입니다.

○ 그러나, 경기도 수원지검은 지난 2003년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던 사건을 다지 재탕하면서, 마치 노조가 공갈과 협박으로 현장에 전임비를 뜯어 낸 것처럼 언론에 보도를 하였고, 이를 일부 언론은 노조에 대한 사실 확인조차 없이 그대로 보도하여, 검찰과 경찰의 건설노조 죽이기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 노동조합의 노조 활동을 공갈 협박 등의 형법으로 탄압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19세기 노동조합 결성의 초기에나 있었던 일이요, 한국에서 바로 그와 같은 19세기적 탄압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 고공농성에 돌입한 간부들은 죽음의 건설현장을 바꾸기 위한 노조활동을 공갈 협박범으로 날조하여 노조활동을 말살하는 탄압행위 중단 !! ILO 권고안 즉각 이행!! 구속된 노조간부 석방과 수배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고공농성 돌입 성명-

< 건설 노동자는 노동조합 만들고 활동할 권리조차 없단 말인가? >

○ 이 땅 180만에 달하는 비 정규 건설노동자들은 화장실, 식당, 휴게실 조차 없는 반 인권적인 건설현장에서 다단계 하도급, 장시간 노동, 체불임금, 반복적인 실업, 산재에 수 십년간 방치되어 왔다.

○ 불법천지의 건설현장에서 노동부나 건교부를 비롯한 정부의 그 어느 누구도 건설현장의 불법 행태를 단속하거나 개선하지 않았다. 오히려 건설일용노동자의 피 땀을 쥐어짠 돈으로 건설현장의 정기적인 상납과 입 낙찰을 둘러싼 거래로 비자금과 정치자금 조성의 원천이 되어 왔던 것이 건설현장이다.

○ 법이 있으나 휴지조각이 되어 버리고 있는 비참한 건설현장의 현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스스로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현장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왔던 것이 지난 수년간의 건설노조 활동이었다.

○ 건설현장의 노조 활동으로 그나마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있는 현장에서는 화장실을 설치하고 청소하기 시작했으며, 현장 식당을 개선하기 시작하고, 추락 방지망 설치와 안전화를 지급하고, 추석 전에 체불임금을 없애겠다는 공고가 나붙는 최소한의 법 이행이 시작되어 왔다.

○ 그러나, 건설노동자의 죽음의 건설현장을 바꿔내기 위한 몸부림은 검찰과 경찰의 공갈협박죄 운운하며 노조를 완전히 말살하겠다는 행태에 직면하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결성과 활동마저도 이렇게 유럽에서는 19세기에나 있었다는 방식으로 탄압을 받아야 하는가?

○ 더욱이, 국제 노동기구인 ILO가 건설노조 탄압을 중단하는 권고안을 내고, 지금 ILO 행사가 부산에서 열리고 있으며, 국제 진상 조사단이 한국의 건설노조 탄압에 대한 진상조사활동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한국정부는 안하무인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지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수원지검은 건설노조를 공갈 협박범으로 모는 언론보도를 하였고, 언론은 사실 확인도 없이 건설노조 죽이기 나팔수가 되고 있다.

○ 건설노조는 공안검찰의 탄압을 중단하고 ILO 권고안을 즉각 이행할 것을 1인 시위 등의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제기하고자 하였으나, 8월 29일 부산 벡스코 앞에서 보여준 공안검찰과 경찰 그리고 한국정부는 이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 평화적인 1인 시위조차 보장하지 않는 이 현실에서 구속 수배가 늘어나는 이 상황에서 건설노조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목숨을 내놓고 그 정당성과 억울함을 호소할 수 밖에 없어 고공농성에 돌입하게 되었다.

○ 이 땅 최하층의 비 정규 건설노동자들이 건설현장을 바꾸기 위한 노조 활동을 하기 위해 고공농성을 하며 목숨을 내놓고 투쟁할 수 밖에 없는 건설노동자와 건설노조의 비참한 현실을 개탄하며, 다시 한번 노무현정권과 공안검찰에게 다음과 같이 강력하게 요구한다.

하나, 공안검찰은 건설현장 노사관계 개입말고 건설노조 탄압 즉각 중단하라 !
하나, 구속된 건설노조 간부를 즉각 석방하고, 모든 수배 조치를 해제하라 !
하나, 노무현 정권은 ILO 권고안을 즉각 이행하라 !

2006년 8월 31일

< 농성자 인터뷰>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지역업종 토목건축협의회
- 현재 농성자들의 상황은 어떤가.

각오는 했지만 새벽에 올라올 당시 조형탑으로 들어가는 구멍이 막혀 있어 두, 세 번씩 내려갔다 올라갔다 한 후에 결국 조형탑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다소 힘들게 올라와서 지쳐 있었는데 식사가 올라와 지금은 안정적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데 두렵기도 했을 것 같다.

두렵지는 않았다. 단지 국제노동기구 총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제노동기구의 권고를 무시한 정부가 오히려 건설 노동자를 탄압하는 현실을 폭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올라왔는데, 혹시나 못 올라갈까봐 불안하기는 했다.

- 여러 가지 심경이 교차했을 것 같은데.

국제노동기구 총회가 진행 중임에도 검찰의 공안탄압과 함께 건설노조 활동가들을 공갈협박범, 금품갈취범으로 매도하는 언론의 여론몰이가 진행됐다.

건설노조 활동가들은 불법과 죽음이 판치는 건설현장을 바꿔보겠다고 신념을 가지고 수년부터 십수년까지 활동해온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흠집을 내고 건설노조를 파괴하려 하는 행태를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 목숨을 건 투쟁, 실제로 매우 위험한 상황인데.

맞다. 실제로 한 발짝만 잘못 디뎌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헌신성과 도덕성을 갖고 활동한 건설노조 활동가들을 흠집 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경기건설노조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과 부산, 경기서부, 중부 등 전국의 모든 건설노조를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탄압이기 때문에 공안검찰과 정부를 상대로 싸우기 위해 올라온 것이다.

- 국민들이 아직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알기 어렵다. 당연하지 않은가. 언론은 건설자본을 따를 수밖에 없다. 건설자본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사실관계도 없이 검찰의 수사만 두고서 금품갈취 등의 선정적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 알려지고 있다.

건설현장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이뤄져 있고 건설 노동자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원청업체에 있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돼 국민들도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원청업체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단체협약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감시할 수 있는 감시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부분을 두고 왜곡을 하고 매도를 하니, 누가 쉽사리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건설 노동자들의 분노가 타오르는 시점에서 결집을 막고 투쟁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부와 검찰의 음모가 숨어있는 것이다.



△건설 노동자들의 올림픽대교 농성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 가족들도 걱정할 텐데.

올해로 마흔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가 있다. 집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아내는 “꼭 그렇게 해야 되냐“ 걱정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딸아이한테는 평소에 아빠 역할도 잘못했는데 미안한 생각만 든다.

- 굉장히 높은 곳이다. 내려다보면 여러 생각이 들 것 같다.

밑을 내려다보면 분통이 터진다. 너무도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빌딩과 아파트의 불빛,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 교각을 장식한 불빛...이것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이것들을 만들어내는 노동자는 어떤가. 빌딩을 만드는 노동자, 아파트를 만드는 노동자,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 비참한 환경에서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지 않는다. 아름다운 불빛을 보면서 누가 과연 노동자들을 생각하고 있겠나. 아름답기만 한 저 불빛들을 보니 가슴 한 켠에서 울분이 치솟아 오른다.

- 이후 계획은 무엇인가.

국제노동기구는 지난 3월 원청과의 단협 체결과 전임비 요구는 정당한 요구로, 한국정부에서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사법부는 건설노조에 대한 판결을 재고하며 건설노조 간부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투쟁을 덕 광폭하게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기본권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원청 사용자 책임 문제는 간접고용 노동자 모두의 문제다. 실제로 비정규 노동자 대다수가 다단계하도급이거나 파견근로자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 받기 위해 원청이 책임을 져야한다. 반드시 원청이 책임질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무리한 법적용으로 건설노조 간부를 처벌하는 관행도 끝장낼 것이다.

특히 경기건설노조의 경우 건설 현장에 원청 직영 노동자가 상당수 있었음에도 깡그리 무시된 채 짜맞추기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낼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우리야 목숨 내놓고 하면 되는데 밑에 있는 동지들이 더 어려울 것이다. 힘들게 엄호하고 그래야 되니 안타깝다. 하지만 일전을 각호한 현장투쟁이 전개됐으면 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 모아내서 공안탄압 국면을 끝장내고 원청 사용자 책임성을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