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 등 250여 전기분과 조합원들, 한전 부산본부 앞 규탄집회 열어


“아직도 주44시간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해야하는 현실이 비참하다”
“2007년 정해진 열사투쟁 이후에도 악덕업체들과 한전이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우천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에서 부산으로 달려온 전기원 노동자들의 말이다.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며 27일째 파업에 들어간 부산지역 전기원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250여명의 노동자들이 한국전력 부산본부 앞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배전업체들이 지난 2007년 고 정해진 열사 투쟁 이후에도 안전수칙 수칙을 준수하거나 노조를 인정하기는 커녕 한전의 비호아래 불법 작업과 노조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이 사태해결에 나서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건설노조 전기분과 조합원들


전국에서 모여든 전기원노동자들 “한전이 사태해결에 전면나서라” 촉구

전국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지부는 21일 오후 3시 한국전력공사 부산본부 앞에서 ‘전기분과 부울지회 총파업 투쟁 승리대회’를 열고 한전이 전기원노동자 파업사태에 적극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약 250여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는 현재 파업 중인 90여명의 부산지역 전기분과 조합원을 비롯 경기·인천·광주전남·전북·대구 등 각지의 전기원 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날 집회는 특별한 순서 없이 전국 각지의 전기원노동자들이 한전과 배전업체들을 성토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22900볼트 고압전류 속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고 있는 현실과 전근대적 노동조건에 대한 전기원들의 울분이 터져나왔다.

정광수 전국건설지부 전북지역 본부장은 “주 44시간 하루 8시간 일하게 해달라는 것과 법에도 보장된 단체협상을 촉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그런데도 한전은 손만 놓고 무얼 하고 있냐”고 분노했다.

그는 “우리 전기원노동자들이 이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게 죄“라며 ”한전이 악덕 배전업체를 비호하니 이들 업체들도 배짱으로 나오는거 아니냐“며 지적했다.

오금용 인천지부 전기분과장도 “2007년 그렇게 해놓도고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며 “현장에 가보면 지켜야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무단작업을 해도 나몰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전을 질타했다. 또 오 분과장은 “결국 이런 파업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한전이 한 전기원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당장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전, 대답없는 메아리만... 사태만 점점 악화

강한수 부울경 지부장은 “수많은 전기원노동자들이 고압전류 속에서도 방호조차 설치하지 않고 일하고 있다”며 “결국 최소한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파업에 악덕 배전업체들은 노조음해 왜곡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 지부장은 이날 집회가 끝나기 전까지 한전 부산본부장 면담을 요구한다며 공개적으로 전달했으나 끝내 한전은 이에 대해 응하지 않았다.

이동희 전국건설노조 부울경 본부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부울경 지부를 비롯 전국건설노조 차원으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참가자들은 계속되는 발언 이후에 ‘인간답게 살아보자’, ‘악덕업체 비호하는 한국전력 박살내자’등의 구호를 외친 뒤 서면 일대를 한바퀴 행진하고 자진해산했다.

건설노조 전기분과에 따르면 한국전력 부산본부는 노조의 수차례 면담요구를 그때마다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김영진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의 면담요청도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사용자측인 한전의 24개 하도급업체들은 조합원들에게 회유협박성 문자를 보내거나 노조에 파업철회를 오히려 촉구하고 있어 부산지역 전기원 파업사태가 접점을 찾지 못한채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관계자는 “사측도 최저수준의 노동조건 개선을 담은 요구안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한전이 나서고 배전업체가 성실하게 교섭을 한다면 파업이 장기화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여전히 한국전력 부산본부는 이번 사태의 경우 하도급업체의 노사문제로 개입자체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부산지역 전기·배전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어떻게든 한전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편 고 정해진 열사는 한전의 인천지역 하도급업체인 영진전업 전기원노동자로 지난 2007년 10월 131일간 장기 파업과정에서 ‘단체협약 체결’ 근로기준법 준수‘등을 외치며 분신, 끝내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감전과 추락의 위험 속에서도 전근대적 노동조건 에 노출되어 있는 전기원들의 현실에 대해 크게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대전 화물연대 집회의 영향인지 무려 7개중대 800여명을 한전 부산본부 앞과 서면 곳곳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그러나 노조가 행진 후 자진해산하면서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21일 한국전력공사 부산본부 정문 앞에 '배전안전 수칙 준수, 노동조합 인정'등의 요구가 적힌 노조차량이 서 있다.

[펌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