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일 새벽, 하중근 열사가 경찰의 폭력으로 결국 숨을 거둔 직후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과 가족대책위가 함께 하는 서울상경투쟁단이 당일 오후 서울로 상경하여 이번 파업의 정당성을 대중적으로 알려내는 한편, 포스코 자본 및 경찰, 언론 등이 합작하여 전방위적으로 자행한 노조탄압의 실상을 밝히고 이를 항의하기 위한 2박3일간의 투쟁일정을 진행했다.

검찰청 앞 기자회견 및 집회(8월1일)
8월1일 서울에 도착한 60여명의 상경투쟁단은 곧바로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개최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포항과 대구를 포함하여 현재 올해 구속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74%에 달하는 109명의 건설노동자들이 구속되는 등,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재벌들의 눈치보기에 바쁜 검찰이 건설노동자에게는 탄압의 칼날을 들이댔으며 경찰은 폭력진압을 일삼아 왔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는 상경투쟁단을 중심으로한 집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6월의 파업이후에도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며 조합원들의 현장복귀를 거부한 보림토건을 응징하기 위해 상경한 10여명의 대구경북지역건설노조 조합원들도 참석하여 포항동지들과 함께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하중근을 살려내라”, “경찰청장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많은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간 경찰의 폭력을 규탄했다.

광화문 촛불집회
대검찰청 앞 집회를 마무리한 후 상경투쟁단과 ‘공동대책위’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하중근 열사 추모와 건설노조 공안탄압 분쇄를 위한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포항 상경투쟁단 이외에도 같은 날 상경하여 건설자본의 편에서서 포항지역건설노조의 파업을 매도하고 공격했던 검찰청, 경찰청, 청와대, 언론사 등에서 1인시위를 전개했던 50여명의 전남동부경남서부지역건설노조 조합원들도 자리를 함께 하며 공권력의 폭력에 희생된 고인의 넋을 기렸다. 촛불집회후 포항과 광양의 동지들은 광화문 열린공원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며 상경투쟁 1일차를 마쳤다.

포스코 센터 앞 기자회견(8월2일)
다음날인 8월2일, 서울상경투쟁단과 공동대책위는 서울 포스코 센터 앞에서 또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가 직접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며, 원청으로서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참석자들은 “그동안 포스코는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을 강요하면서 수조원의 막대한 이익을 남겼음에도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이용해 실질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건설노동자들의 합법파업을 무력화하는데 앞장서 왔다”며 “포스코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책임회피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성실하게 대화와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항지역건설노조 탄압 규탄 및 KTX 투쟁 승리 결의대회
기자회견 직후 상경투쟁단은 오후2시 공공연맹 KTX 승무지부와 함께 서울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상경투쟁단은 상복을 입고 하중근 열사의 못다한 한을 풀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 두 노조는 성명을 통해 “철도공사가 불법파견으로 사용해온 KTX 여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하고 정규직화하기 전에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하중근 열사의 핏값을 노무현 정부와 포스코로부터 받아내기 전에는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의원실 및 언론사 면담
한편 서울역에서의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서울상경투쟁단은 자체 인원을 선발하여 건설산업연맹과 함께 국회 및 언론사를 방문하여 이번 파업의 실상과 하중근 동지를 죽음으로 몰고간 경찰의 폭력성을 알려내기도 했다.
포항의 동지들은 각당의 행자위 간사인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 및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을 포함한 행자위 의원실을 방문하여 담당 보좌관들에게 포항투쟁의 실상과 하중근 열사의 사건경위를 담은 자료를 건네며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의 원만한 해결과 하중근 열사 사망 책임자에 대한 처벌 및 재발방지를 강력하게 촉구하였으며,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국회일정에서 이 부분을 적극 의제로서 제기하겠다는 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또한 같은 시간 상경투쟁단은 YTN, KBS 등 언론사 및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방문하며 포항투쟁에 대한 언론의 편파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비판함과 동시에 이후부터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언론 본연의 자세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청장 면담 및 촛불집회
서울역 집회를 마친 상경투쟁단과 KTX 여승무원 등은 하중근 열사를 살해한 경찰청의 책임을 묻기 위해 서대문에 위치한 경찰청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지 이미 경찰청 주위는 온통 전경버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상경투쟁단이 경찰청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청장과의 면담을 시도하다 경찰과의 충돌이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처음에 면담을 거부하던 경찰청은 상경투쟁단의 강력한 요구에 굴복하여 노조와의 면담을 가졌으나, “아직 사고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다. 조사결과 경찰이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여 집회참가자들을 또다시 실망, 분노시키고 말았다.
경찰청 항의방문에 이어 상경투쟁단은 오후 8시에 같은 장소에서 하중근 열사 추모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포스코 본사 점거투쟁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물 시청 및 포항과 광양에서 올라온 조합원들의 발언시간 등을 가졌다. 특히 발언을 자청한 포항지역 조합원은 아끼는 동생을 떠나보낸 안타까움과 정권과 건설자본에 대한 분노, 그리고 투쟁을 통해 하중근 열사가 바라던 세상을 꼭 만들자는 다짐을 절절하게 전하여 참석자들을 숙연케 하기도 했다.

아침 선전전 및 KBS 항의집회(8월3일)
상경2일차 저녁 역시 광화문 열린공원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한 상경투쟁단은 다음날인 8월3일 오전, 여의도로 이동하여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누어주며 건설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지와 관심을 호소했다. 이후 11시부터는 KBS 본관 앞에서 하중근 열사 사망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하였고 기자회견을 마친후 대표단은 KBS 보도국장과 면담을 갖고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책임있는 자세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KBS 본관 지하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이후 전남동부경남서부지역노조 조합원들은 내일 포항에서 있을 전국노동자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먼저 서울을 떠났다. 포항과 광양의 동지들은 길지않은 일정이었지만 불볕더위속에서 고생한 서로를 격려하며 내일 투쟁에서 다시만날 것을 약속했다.

진상조사단 2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
‘건설노동자 하중근 사망 진상조사단’은 8월3일 오후2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8일에 이어 2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2일 밤 이뤄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을 진상조사단이 참관한 후 나온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단은 국과수의 부검 과정에서 하중근 조합원의 왼쪽 뒤통수 귀 뒤쪽에서 6×3cm 정도의 상처와 목 쪽으로 이어진 10cm 길이의 두개골 골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한 진상조사단은 부검 결과 △오른 쪽 뒷머리에 날카로운 물체(진상조사단은 방패로 추론하고 있다)에 찍힌 상처 △하 조합원의 직접적인 사인이 된 왼쪽 귀밑 부위의 두개골 골절과 그 충격으로 인한 오른쪽 앞머리의 골절과 출혈 △4, 5번 갈비뼈의 골절 △양쪽 팔의 타박상이 발견된 점 등을 감안할 때, 7월16일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하중근 조합원이 최소 5대 이상을 구타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 집회 및 항의서한 전달
8월3일 오후2시, 상경투쟁단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여 이번 사건의 최종 책임자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상경투쟁단 외에도 수도권지역의 지역건설노조 조합원들과 사무금융연맹, 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는 시종일관 노무현 정권의 반노동자성을 규탄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한편 지역업종협의회 이광일 부의장 및 상경투쟁단 김진배 단장 등은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조끼와 머리띠 차림으로 당당히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청와대 앞 집회직후 보림토건 규탄집회장으로 향하던 토목건축협의회 동지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며 상경투쟁단은 2박3일간의 힘든 일정을 마치고 포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불볕더위속에서 빡빡한 투쟁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포항의 동지들은 내일 있을 포항에서의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꼭 다시 만나자며 오히려 수도권지역의 동지들을 격려하는 의연하고 자랑스런 모습으로 이번 상경투쟁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