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의 건설 노동자들이 투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포항시장, 언론사 사장, 경제계 기관장들이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지역안정대책회의다.

7월14일 경북일보의 <“경제 피해 최소화 힘 모으자”>라는 기사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 시청회의실에서 박승호 포항시장 주재로 지역안정대책회의가 진행됐고, 이 회의에는 박문하 포항시의회의장, 윤세룡 포항교육장, 최영우 포항상공회의소회장, 최창호 경북일보사장, 김종철 KBS포항방송국장, 심재동 노동부 포항지청장, 김희성 철강공단이사장, 이대공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 등이 참석, 파업 조기해결을 위한 방안에 대해 2시간여 동안 심도있는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박승호 포항시장에게 묻는다. 도대체 이런 회의를 왜 열었는가. 지역의 언론계, 교육계, 재계 대표를 모아 놓고 노동자들은 쏙 빼놓고 무슨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파업이 염려가 됐다면 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러 갔으면 문제는 더욱 쉽게 해결됐을 것이다.

하지만 포항시장은 그러지 않았다. 그 대신 언론을 이용하려 했다. 애초 이날 회의 참석 대상에는 포항 지역 언론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불참했고, 김종철 KBS포항방송국장과 최창호 경북일보 사장이 회의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 회의가 문제가 되자 발뺌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포스코 건물을 점거하기 이전인 2시에 회의를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포스코의 언론대책 내부문건을 보도한 미디어오늘 등에 따르면 회의는 16시 포항시청 상황실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고, 성명서 또는 선언문을 채택하기로 계획돼 있었다고 한다.

정말 뻔뻔스럽다. 사실상 ‘노동자 때려 잡자’는 회의를 열고 언론의 ‘공권력 투입’ 임박 등의 기사를 얻으려 했던 것이 아닌가.

언론노조는 또 김종철 KBS포항방송국장과 최창호 경북일보 사장에게 묻는다. 그 회의에 가서 무엇을 약속하고 돌아왔는가. 아니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돌아왔는가. 그리고 돌아와서 방송과 신문에 어떤 지시를 내렸는가.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경북일보측은 최창호 사장이 행사 취소 관계로 참석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 14일자 자사의 보도는 거짓말이란 말인가. 사진까지 버젓이 실어놓은 기사에는 분명히 최창호 사장이 참석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종철 KBS포항방송 국장은 시민들 불편도 있고 그 분(건설 노동자)들의 억울함도 있어서 누구라도 한 마디 거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믿고 싶다. 하지만 애초에 이들은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고 말았다. 그래서 이렇게 거짓말을 하거나 해명하기 바쁜 것이다.

언론에서 밝힌 포스코 대책문건에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도 적시돼 있다.

즉 언론을 통한 건설노조 파업의 부당성을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7월7일 제작된 이 문건은 7월10일부터 11일까지 사설, 기고문, 취재수첩 등을 통해 우호 여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내용은 그대로 실현됐다. 충격적이다.

일부 신문에서는 ‘오비이락’이라고 말하지만 사태는 심각하다. 청문회라도 열어야 할 상황이다. 언론이 자본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언론이 또 다시 자본에 조종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 같은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의 진상은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