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동지들과 포항시민들에게 드리는 글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 8일 대투쟁은 새로운 투쟁의 서막일 뿐입니다”

먼저, 포스코 투쟁 과정에서 위력적인 연대를 실천하여 주신 전국의 조합원 동지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건설현장 일용직노동자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져 있습니다.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분들이고 흔히 말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며 몸이 재산인 분들입니다. 이들이 처한 작업환경은 매우 위태롭고 위험합니다. 이들의 일은 늘 불안정합니다. 건설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어떤 합리적인 법이나 제도도 없습니다. 존재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부조리한 것들이 태반입니다.

수십년 동안 기술 하나를 배워 먹고사는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알게 되고 노동자 권리에 눈뜨게 되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것조차도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하늘의 별따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분들은 노동조합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자각은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이 포스코라는 거대자본의 사옥을 점거하고 8일간의 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동기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다단계하도급 구조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불합리한 실질 임금 문제, 주5일제 실시와 휴무일 유급화 문제, 하루 8시간 노동 문제 등 입니다. 심하면 6단계, 7단계에 이르는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리저리 다 뜯기고 결국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삭감되기에 이르는 부조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요구는 정부당국과 포스코 자본, 경영기득권층과 일부 보수언론의 총체적인 비난과 여론몰이에 시달려야 했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포스코는 포항건설노조가 ‘제3자’인 포스코를 불법 점거했다고 하지만 거대자본 포스코는 건설노조의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대체인력 투입에서부터 포항시장과 경찰관계자와 이미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갖가지 협의를 진행해 온 것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제3자는커녕 노조 파괴의 주동자인 것입니다.

이번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을 통해 건설현장에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할 발주자 및 원청업체인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이 행하고 있는 무책임한 태도와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해냈과, 세상 사람들에게 노동자들이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지를 몸으로 알려내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속속 관심을 모았습니다.

진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정부당국과 포스코 자본, 그리고 보수언론들이 한몸통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노동자 죽이기에 나섰습니다. 정부당국은 공권력을 동원한 위협을, 포스코 자본은 법의 한계를 악용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으며, 지역 권력세력과 물밑에서 노조말살 대책회의를 가졌습니다.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는 노조 말살, 부정화 논리는 보수언론이 액면 그대로 받아쓰고 유포되었습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술책입니다.

이들은 노사갈등론, 공권력투입 강제진압론, 지역경제 황폐화론, 기업신인도 추락론, 일일 손해발생론 등의 다양한 부정적 논리로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정당하고 절절한 호소를 은폐하려 하였습니다.

정부당국은 공권력을 동원하여 연일 무력진압 위협을 일삼으며 합법적인 집회마저 가로막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평화집회 보장을 요구하던 건설일용직 노동자 하중근 조합원 동지가 경찰 방패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음식물 반입과 물을 끊었으며 전기를 차단했습니다. 공권력은 연일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심리전을 감행하였습니다. 무더위와 굶주림, 어둠이 엄습했고 스트레스에 지쳐갔습니다. 지병이 악화된 조합원들에 대한 검진과 일시적인 의약품 투입마저 봉쇄되었습니다. 심각한 인권유린이 이어졌습니다.

밖에서는 전국에서 달려온 조합원 동지들이 연대투쟁을 벌였으며 가족들이 대책위를 구성해 식사반입 투쟁을 벌이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펼쳤습니다. 옥쇄투쟁, 소위 문을 걸어 잠그고 밀폐된 곳에서 수 천명의 조합원 동지들이 8일을 견뎠습니다. 그 8일은 정권과 자본에게는 지옥과도 같았겠지만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평생의 아픔을 꺼내 보인 해방의 8일이었습니다. 그 한을 풀기 위한 최선의 투쟁을 경주했던 최고의 8일이었습니다.

그 8일 동안의 투쟁을 통하여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아픔이 무엇인가를 적잖이 알려내고 사회적 쟁점으로 발전시켰으며 어찌되었거나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8일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합원동지들의 영웅적 투쟁은 헛되지 않습니다.

수일간의 포스코 점거투쟁을 통하여 우리는 총자본의 무지막지한 탄압이 어느 정도인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실상을 많은 분들께서 알게 되셨을 겁니다. 때문에 포스코 8일 대투쟁은 기억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며, 이 투쟁의 정당성은 더욱 넓게 확산될 것입니다. 하여 그 끝에는 일하는 이들이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과 만날 것입니다. 아흔 아홉번 쓰러져도 단 한 번 이길 수만 있다면 지금 조합원동지들과 지도부가 내린 농성해산이라는 결단은 더 큰 노동투쟁의 불꽃으로, 더 눈부신 노동투쟁의 빛으로, 더 위력적인 단결과 연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근심과 걱정의 눈빛으로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보았을 포항시민들께서도 왜 고령의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이 굶주림과 어둠, 폭력에 시달려가며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하였는지 잘 알고 이해하여 주시리라 믿습니다.

포스코 자본이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한, 그 격돌은 끝나지 않습니다. 자본의 부당한 지배개입을 모르쇠한 채 노사자율교섭이라는 원칙을 어기고 공권력을 앞세워 권력을 유지하는 정부당국에 대한 비판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마녀사냥하기 위해 오히려 사회갈등을 부추키는 보수언론들에 대한 투쟁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포스코 8일 대투쟁은 새로운 투쟁의 서막일 뿐입니다.

서로의 몸을 묶고 지켜내려 했던 소중한 신념과 약속은 시퍼렇게 살아있습니다. 바로 조합원 동지들의 심장과 포항시민들, 그리고 일상을 사는 서민들의 가슴에 더 깊은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조합원 동지들 고생하셨습니다. 포항시민 여러분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2006.7.21.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