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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

포스코 본사에서 농성 중인 2,000여
건설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강경진압 방침을 즉각 폐기하라

1. 포항지역건설노조 2,000여 건설노동자들이 포스코 본사 건물에서 밥조차 먹지 못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 지 8일째이다. 또한 포항지역건설노조 하중근 조합원은 지난 16일 평화적인 집회에서 아무런 방비도 없이 폭력 진압에 나선 경찰의 방패에 맞아 뇌사 상태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2005년 농민을 2명씩이나 폭력으로 살해한 이 무능한 정권은 이번에는 노동자를 방패로 찍어 뇌사 상태에 이르게 했지만 오히려 후안무치하게 치안을 들먹이며 “강경진압”을 하겠다고 한다.

2. 오늘 청와대는 "포항지역건설노조는 노사협상 직접 당사자도 아닌 포스코 본사 건물을 폭력적 방식으로 점거하고 포스코 본사업무를 장기간 마비시키고 있다"고 규정한 뒤 "명백한 불법행위임은 물론 사회질서와 경영을 해치는 중대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명백한 불법인만큼 원칙없는 타협은 절대 없을 것이고 노조와 대화할 상황도 아니고 대화할 여지도 없으며 수일 내에 강경진압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도 "정부는 즉각 공권력을 투입하라"고 선동하고 나섰다.

3. 이번 포스코 점거 농성 사태의 본질을 아는 이는 포스코가 제3자라 말하지 않는다. 발주금액을 낮출대로 낮춰 그 모든 고통을 맨 밑바닥 건설노동자에게 전가하면서 쥐어짜서 2005년에만 무려 5조9천억원의 수익을 올린 포스코가 아닌가? 포항지역건설노조의 파업을 무력화 하려고 포스코 이름을 새긴 출근 버스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다가 들통 나 그 항의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점거 농성에 이르게 한 직접 원인제공자 아닌가? 노동관계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발주자와 원청업체까지 사용자의 책임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4. 그런데도 청와대와 노동부 장관이 나서 포스코는 제3자요, 치안을 위해 강경진압을 해야 한다는 망발을 한다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전근대적인 노사관을 가늠케 한다. 그러면서 강경진압을 하겠다 한다. 2,000여명의 건설노동자와 수많은 전투경찰의 목숨을 담보로 강경진압을 하겠다는 말인가? 민주화를 목숨을 던져가며 지키고자 했던 518 광주민중항쟁을 당시 군사독재정권과 보수언론들이 나서서 “사회전복세력”으로 호도했던 그 독재의 망령인가!

5. 청와대와 노동부장관의 망발은 지금의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요 협박이다. 포항지역건설노조의 임단협 요구 중에 핵심 쟁점이 되어 있는 주5일 노동제는 이번 7월 1일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 법을 지키라는 것이 포항지역건설노동자들의 지극히 정당한 요구이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용자는 처벌하지 않고 법을 지키라는 노동자를 폭력으로 살인하는 이 정권이 차라리 불법 정권 아닌가?

6. 이 땅의 200만 건설노동자는 사회 맨 밑바닥에서 온갖 고통을 몸으로 떠안으며 살아왔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왜 건설노동자의 요구가 이렇게 거세지는지를 정부 당국이 정신 차려 들어야 하고,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설노동자의 저항과 투쟁은 지금보다 훨씬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7. 오늘 청와대와 노동부장관의 시각에 다시 한 번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으로 통로를 열어두고 있는 대화와 교섭의 창구를 청와대가 나서서 막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강경 진압 기조를 즉각 폐기하라! 오히려 파업 관련 사태를 앞장서서 중재하고 대화로 이끌어 내고, 평화적으로 마무리 짓도록 국가기관으로써의 책임을 다하라! 만일 이러한 진정어린 호소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물리력을 동원하여 폭력 진압해 들어온다면 우리 건설노동자들은 불가피하게 결사 항전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청와대와 경찰에 있음을 경고해 둔다.

8. 진심으로, 청와대와 정부 당국의 어리석은 오판이 작동되지 않고 즉각 폐기할 것을 애타는 마음으로 강력하게 촉구한다.

2006년 7월 20일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