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성 명 서>
정부당국은 법과 원칙이란 미명하에 자행되는 반인권적 건설노동자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7월18일 오전, 정부 담화문을 통해 포스코 농성대오의 자진해산 종용 및 ‘불법필벌’ 입장 밝혀

○ 대체인력 투입중단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포항지역건설노조가 절박한 심정으로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에 돌입한지 6일째인 7월18일 오전, 정부는 법무부와 노동부 등 관계부처 장관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하여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대응할 방침임을 밝히며 농성중인 조합원들의 자진해산을 종용하고 나섰다.

○ 그러나 사건의 본질은 애써 외면한 채 법과 원칙만을 내세우며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우리는 깊은 우려와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포항지역건설노조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2006년 임단협을 마무리짓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임금동결 및 단체협약 개악이라는 플랜트업체들의 황당한 요구에도, 지난 4월경부터 15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하면서 노동조합은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호간의 이견을 좁히고자 노력하는 한편, 새로이 결성된 목공․철근분회 조합원들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규율하기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목적으로 포스코 현장 토목건축업체들을 상대로 끈질기게 교섭을 요청해온 것이다.

○ 그러나 원활한 교섭진행을 위해 노력하던 노동조합에게 돌아온 것은 건설업체들의 상식이하의 불법행위였다. 특히 토목건축업체들은 자신들은 교섭당사자가 아니라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하며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청을 거부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서슴치 않았을뿐 아니라, 근로기준법상의 8시간 노동을 요구한 300여명의 건설노동자에 대한 집단해고를 단행했다. 또한 포스코는 7월11일 노동조합과의 면담과정에서 전문건설업체들로 하여금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도록 노력할 것과 교섭이 원만히 타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약속하였음에도, 면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장내 대체인력을 투입함으로써 단체행동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을 위해 법이 규정한 대체근로 금지규정을 위반하며 노동조합의 파업권의 무력화를 기도했을뿐 아니라 본사내의 단전․단수 조치를 수시로 감행하여 농성 조합원들의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 그리고 정부당국은 어떠한가. 자신들의 법적 권리를 온전하게 향유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노동자, 시민들을 보호함으로써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경찰들이 오히려 힘없는 사람들의 억압과 탄압에 앞장서는 ‘자본의 충견’에 지나지 않음을, 합법적으로 신고된 지난 7월16일 집회에 대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진압과정에서, 그리고 경찰의 방패에 찍혀 수차에 걸친 뇌수술 이후에도 의식불명의 상태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45세 노동자 하중근씨의 모습에서 우리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 포항지역의 노동자들이 건설자본을 상대로 요구하는 사항은 지극히 정당하고 상식적이다.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은, 단체교섭권을 행사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노동조합이 온전하게 누릴수 있도록 하라는 것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5일제를 실시하면서 토요일 유급화를 통해 기존의 임금수준을 유지하고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하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내용조차 가족의 생존권과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한 극단적인 투쟁을 통해 요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건설자본과 정부당국의 태도인 것이다.

○ 정부는 담화문을 통해 강조했던 ‘합법보장, 불법필벌’의 원칙을 노동자들에게 겨누기 앞서 우선 건설자본과 경찰이 자행한 무자비한 인권유린과 불법행위들을 단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는 포스코 사측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현장출입 등 노동조합의 기본활동 및 현장내 산업안전 문제에 관한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저가낙찰 등을 통해 건설노동자들의 임금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발주처와 원청의 결단없이 이번 사태는 결코 원만하게 해결될 수 없다.

○ 우리는 건설자본들에게 경고한다. 전문건설업체는 포스코 사측에게, 그리고 포스코는 다시 정부의 등뒤로 숨는 기만적인 숨바꼭질 놀음을 통해 생존권의 벼랑 끝에 몰려있는 건설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무시하고 이들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말라. 또한 우리는 정부에 경고한다. 건설자본의 부당한 단체교섭 거부와 대체근로 투입, 경찰당국의 비이성적인 폭력과 인권유린에는 눈감으며 건설노동자들에게만 법과 원칙 운운하면서 농성의 자진해산을 종용하는 반노동자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나아가 사측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게 함으로써 원만한 협상을 도모하고 3,000여 농성자들이 안전하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

2006년 7월 18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