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자 회 견 문

안녕하십니까. 국회의원 단병호입니다.

저는 지난달 28일 “건설산업 다단계 하도급 실태와 건설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면서 건설노동자가 사회양극화의 가장 큰 피해자이며, 그 원인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참석한 건설교통부와 노동부의 관계자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동의하였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포항의 포스코 본사에서는 6일째 포항지역 건설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건설현장에 바쳐온 늙은 건설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법을 지키고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16일 이번 사태의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포항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의 요구를 듣고, 사태의 해결을 도모하기 위하여 집회 현장과 농성 현장도 방문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집회 현장에서 나오자마자 경찰은 강경진압을 시작하였고, 한 건설노동자는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머리를 맞아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2차례에 걸쳐 뇌수술을 받았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가져온 구조적 문제입니다. 포스코가 발주하는 공사가 원청인 포스코건설을 거쳐 하도급업체까지 내려가면, 도급단가는 설계비의 50% 남짓합니다. 여기에 불법 하도급업체가 끼어 있다면 공사비는 설계비의 40%에도 미치지 못하게 됩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건설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충당됩니다. 평균연령 46세, 가장(家長)인 건설노동자가 주당 70시간 일하고 받는 월평균임금은 180만원에 불과합니다. 1인가구의 최소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입니다.

둘째, 건설노동자들의 요구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권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헌법과 법률을 지켜달라는 정당한 것입니다.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5일제를 실시하면서 기존의 임금수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하라는 것입니다. 특별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포스코의 플랜트를 신축하고 보수하는 포스코의 비정규직 건설노동자에게 포스코와 그 계열사, 그 하청업체의 노동자와 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핵심 요구사항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과 노동조합법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하자는 것입니다.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에 준하여 1일 8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라는 것이 주될 정도로 소박한 요구에 불과합니다.

셋째, 포스코는 단체교섭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포스코의 하청업체들인 포항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은 단체교섭에서 “포스코건설에서 수주하는 금액으로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포스코는 2004년부터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을 실시한다고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고, 지난 11일에는 성실교섭 촉구를 위한 대책마련에 합의를 한 바도 있습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상 하도급 금액과 근로조건의 실질적인 결정권은 발주처인 포스코와 원청인 포스코건설에게 있습니다.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자가 노동법상 사용자에 속한다는 사실은 노동법학계에서는 이미 상식에 속합니다.

넷째, 경찰은 더 이상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물리력 행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애초 점거농성은 포스코가 하고 있던 통근버스를 이용한 파업현장 대체인력 투입에 대하여 건설노동자들이 항의하던 와중에 이를 강하게 진압하려는 경찰에 대응하면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입니다.

또한,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농성장에서는 2명의 노동자가 실신하여 실려 나왔고, 50여명 이상이 건강이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집회에서는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하여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으며,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한 부상자는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경찰은 1만 5천명 이상을 동원하여 두 차례에 걸쳐 농성장 진입을 시도하였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농성장에는 3천여명의 건설노동자가 있습니다. 이미 6일째 접어드는 농성으로 인하여 심신이 피로하고,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 있는 고령의 노동자들입니다. 좁은 건물에서 강제진압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불상사가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물리력 행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와 원․하청 불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이번 사태는 이러한 2가지 문제가 곪을 대로 곪아 폭발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조금 전에 조건부 강경 대응 원칙을 밝혔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노력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부는 건설현장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건설노동자들의 권리침해에 대하여 눈감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팀․반장인 소위 오야지들에게 건설업체가 강요하여 어쩔 수 없이 작성한 도급계약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설업체가 져야할 4대보험 가입의무․보호구 지급의무․임금지급 의무 등을 지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라도 정부가 원만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나아가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해 침해당한 건설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2006년 7월 18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단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