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석면특별법제정 요구하는 기자회견 열려...


"1995년 일본에서 고베지진 피해 복구 현장에서 일하던 굴삭기 노동자가 폐질환을 앓았어요. 알고보니 그 현장에서 석면이 날려 그 굴삭기 노동자가 병을 얻은 겁니다."

지난 2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석면특별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일본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방한한 한 노동자로부터 건설노동자에 대한 석면피해의 심각성을 들을 수 있었다.

정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모든 종류의 석면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참가한 최씨는 자신을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재개발지역에 살다 악성중피종에 걸렸다"고 소개하며 "석면피해자가 수백명씩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악성중피종은 대표적인 석면 질병으로 진단을 받은 뒤 1년 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최씨는 단지 재개발 현장에 살았을 뿐인데 석면에 노출돼 중대질병을 얻었다.

건설노조 박종국 노안국장은 "건설현장에는 석면이 분명히 포함된 천정텍스, 밤라이트, 슬레이트 등 석면 건축재가 상당부분 쓰였다"며 "철거, 재개발시 건설노동자들은 무방비로 석면에 노출되기 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악성중피종 등 석면 질병은 10년 이상의 잠복기를 두고 발병해 문제가 되고 있다.

석면 관련 통계자료도 사태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건설폐기물 처리장의 절반에서 주변대기가 석면 기준치를 초과했다. 학교 건물의 90%가 석명을 사용하고 있다. 시민의 발이라는 불리우는 지하철은 더 심각하다. 서울지하철 노동자 3천명을 대상으로 석면질환조사를 벌인 결과 11.7%가 석면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흉막이상으로 나왔다.

문제는 석면 피해가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이다.
석면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악성 중피종의 경우 사망자가 2000년 21명에서 2004년 38명, 2007년엔 58명으로 늘었고, 신규 발생 환자수도 2000년 55명에서 2005년엔 75명으로 늘었다.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석면 피해대책을 빨리 세운 선진국의 경우에 비춰보면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수는 앞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정부가 석면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법에 따라 피해를 조사하고 보상 및 특별기구를 설치해 석면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참고

◆공사장 주변 공기의 20%는 환경기준 초과

환경부는 지난해 4월부터 석면 철거 공사장을 비롯해 전국 179개 시설을 대상으로 '일반 대기 중 석면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36개 시설(20%)의 주변 공기에서 석면이 환경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미국 전문기관에 시료를 보내 정밀분석 작업을 다시 실시하는 중이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 뉴타운 공사현장을 비롯한 전국 155개 공사장과 ▲지하철 승강장(1곳) ▲건설폐기물 처리장(10곳) ▲폐석면 매립장(3곳) ▲서울시 도로변(10곳) 공기의 석면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석면 철거 공사장의 경우 29곳(18.7%), 건설폐기물 처리장은 5곳(50%), 폐석면 매립장은 2곳(66.7%)에서 환경기준인 '공기 1㏄당 0.01개' 이상의 석면이 검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일부 공사장 주변 공기에선 환경기준의 3~10배까지 초과했다"고 말했다.



◆석면·악성 중피종

석면은 섬유 모양의 광물(鑛物)로 내화재·단열재·흡음재 등으로 쓰인다. 올해 1월부터는 석면제조 및 사용이 금지된다.

악성 중피종은 체내로 들어온 석면 가루가 복막이나 흉막에 붙어 발생하는 암이다. 잠복기는 10~3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