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 부도, 공사중단 등 건설현장 위기


경제위기로 건설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체불과 부도 및 공사 중단사태로 건설노동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건설사에게만 공적자금(수조 원)을 지원할 뿐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건설노조(백석근 위원장)는 9일 오전10시 민주노총 1층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금체불, 부도어음 직접대책 마련과 대량실업 사태 대비한 대책수립 △불법하도급인 ‘성과급 근로계약’ 철저히 조사 △공사대금 체불과 어음지급 강력 지도와 처벌 △타워크레인 벽체지지고정방식 의무화와 산업안전보건노사협의체 운영 관리감독 강화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건설노동자가 체불에 가정이 파탄이 나고, 건설사 부도와 건설사 사장의 잠적으로 길거리로 내몰려도 건설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며 “건설사에 대한 천문학적인 정부의 9조원 공적자금 투입이 건설경기를 활성화하지도, 건설노동자 고용을 창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건설노동자에 대한 생계지원에도 전혀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설노조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건설현장 수십 곳에서 부도, 체불, 공사중단, 기성유보, 어음할인강요 등의 행태가 발생하고 있고 건설노동자 수백 명에게 수십억 원의 체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 ⓒ9일 오전 건설노조가 민주노총에서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노동자 생존권 쟁취 기자회견에서 송주현 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하도급 사례 실태를 발표

송주현 건설노조 정책실장은 “정부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만 하는 공공공사(주택공사, 국토관리청, 지자체 등) 건설현장에서 체불 등의 사태 발생이 50%가 넘게 확인되고 있다”며 “이는 조합원 일부 사례만 조사된 것일 뿐 비조합원 사업장까지 합치면 그 사례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건설노조가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하고 있는 ‘성과급 하도급’과 관련해 송 실장은 “시공참여자 폐지 이후 근로계약서 대신 기본급이 없는 물량떼기 식의 ‘성과급근로계약서’ 형태로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며 “임금의 경우 현장노동자에게 직접 가지 않고 ‘십장’에 경유 관리하도록 했기 때문에 시공참여자가 사실상 부활하는 의미를 띤다”고 지적했다.

또 어음의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건설노조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분명히 건설기계대여대금을 15일 이내에 직접지급하게 명문화 되어 있어도(34조1항) 3∼6개월 어음이 판을 치고 있고, 그 나마 받은 어음이 부도나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는 것이 건설현장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돼 있는 산업안전보건노사협의체 운영과 관련해서도 논란거리다. “노사 동수로 현장의 안전문제에 대해 심의, 의결하게 돼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노사협의체를 구성해서 운영하는 현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22,000볼트이상의 고압전기를 다루는 배전노동자들의 안전을 다루는 ‘배전안전수칙’이 있으나 실제로 아무런 재제나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의 진단이다.

[펌 노동과 세계 강상철 기자]